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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동건설, 얼마나 기다려야 백조 될까 안정적 신규 수주 추진...예정 사업장 정리가 관건

윤아영 기자공개 2011-10-31 15:14:03

이 기사는 2011년 10월 31일 15: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극동건설은 투자등급 이상 그룹 계열 건설사 중 신용등급이 가장 낮다. 모그룹 신용등급이 A+로 같은데도 두산건설(A-) 한화건설(A-)보다 세 노치(notch)나 아래인 BBB-등급에 처져 있다.

코오롱건설(BBB)과 동부건설(BBB)은 모그룹의 신용등급이 각각 A-와 BBB+로 웅진그룹보다 못하다. 코오롱건설의 경우 PF우발채무를 감안한 수정부채비율이 600%에 근접해 400%대 초반인 극동건설에 비해 훨씬 높다. 그룹 신용등급도 웅진보다 낮고 자금난 때문에 부도설까지 돌았던 STX건설(BBB)도 극동건설보다는 높다.

신용평가사가 극동건설의 부도 가능성을 다른 계열 건설사보다 높게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차하면 웅진그룹에서 버림을 받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일까, 아니면 그룹의 확고한 지원의지에도 불구하고 사업이나 재무리스크가 크기 때문일까.

◇ 들어간 돈이 얼만데…포기하면, 웅진홀딩스 큰 손실

신용등급이 낮은 이유를 찾으라면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깝다. 웅진그룹이 그동안 극동건설에 보여준 애정,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감안하면 지원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웅진그룹 극동건설 지원내역
웅진그룹은 인수자금과 그 이후 4년간 지원액을 합해 약 1조5000억원 가량을 극동건설에 쏟아 부었다. 인수자금(6600억원에 인수 후 군인공제회에 일부 지분 500억원에 매각) 외에 직·간접적인 지원규모가 9000억원을 넘나든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개인적으로 갖고 있던 렉스필드골프장의 주식을 증여했고,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부동산과 기업어음(CP) 매입, 유상증자, PF자금 보충 등 다양한 방법으로 극동건설을 도왔다.

이 중 핵심은 역시 PF우발채무에 대한 웅진홀딩스의 신용공여다. 2008년 위기 이후 사업진행이 어려운 예정사업장을 대상으로 시작된 웅진홀딩스의 신용공여는 2009년 16.6%에서 올해 상반기말 56%까지 확대됐다. 특히 차환위험이 큰 ABCP에 대해서는 웅진홀딩스가 전액 자금보충 약정을 체결했다. 사실상 절반 이상의 신용위험이 극동건설에서 웅진홀딩스로 이전됐다고 볼 수 있다.

그룹에서 극동건설이 차지하는 비중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홀딩스를 제외한 계열사 중 자산규모는 웅진코웨이 다음이고 매출은 웅진씽크빅이와 웅진케미칼과 비슷한 수준이다.

웅진그룹 주력계열사 비교
만약 극동건설을 포기한다면, 지분의 93%를 보유한 웅진홀딩스가 입게 되는 피해가 막대하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6월 극동건설 포기로 인한 손실이 1조6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 유상증자 1000억원, 매입채무 해소에 대부분 쓰여

금융권에서는 올해 6월 웅진홀딩스가 극동건설을 위해 실시한 1000억원의 유상증자로 확충된 신규 자본이 차입금 상환에 쓰일 것으로 예상됐다. 1000억원은 극동건설의 재무적 부담을 모두 정리하기에는 역부족이지만, 단기차입금 상당액을 상환하면 재무적 부담을 해소하는데는 어느 정도 시간을 벌 수 있는 규모였다.

그러나 극동건설이 이 돈을 주로 쓴 곳은 시장의 예상과는 다른 용도였다. 유상증자 후 극동건설의 총차입금은 연초대비 300억원 가량 감소하는데 그쳤다. 현금성자산은 60억원 가량 증가했다. 가장 크게 줄어든 것은 매입채무(747억원)였다.

유상증자 1000억원의 효과

극동건설은 상반기 무려 5300억원의 차입금을 신규 조달하고 5600억원의 기존 차입금을 상환했다. 지난해 말 현재 기준으로 올해 상반기 만기도래액이 3200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1.6회 가량의 만기연장이 이루어질 정도로 자금사정이 빡빡했다.

자금사정이 어려운 기업이라면 급한 차입금을 먼저 갚고 고정 거래처의 매입채무를 늘리고 싶은 것이 인지성정. 웅진홀딩스 입장에서도 유상증자를 해 주는 대신 그만큼 ABCP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싶었을 수 있다.

그러나 극동건설은 차입금 축소보다 우선적으로 매입채무를 줄였다. 웅진홀딩스에 짐을 더 지우더라도 PF차입금은 사업진행을 통해 해소해 나가고 대신 극동건설이 협력업체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운전자금과 PF우발채무

극동건설이 가진 최대 리스크는 높은 예정사업장 비중이다. 극동건설은 웅진그룹에 편입된 2008년부터 주택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사업장별 PF현황

올해 6월말 기준 예정사업장은 전체 PF 7327억원 중 66.7%를 차지해 수익보다는 금융비용 부담이 더 큰 상황이다. 게다가 대부분 지방 소재 사업이거나 타운하우스·주상복합 등 미분양 위험이 높은 사업들이다. 이런 사업장들은 한번 분양에 실패하며 시행사의 채무를 떠안은 대구 남산동 사업처럼 PF우발채무가 현실화(1000억원)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PF우발채무가 현실화된다고 해도 극동건설의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예정 사업장에 대해서는 웅진홍딩스가 대부분 신용공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극동건설 현금흐름에 부담이 되는 사업장으로는 상반기까지 분양률이 30%를 밑돈 파주 당동(PF 1050억원)과 용인 죽전 타운하우스가 있지만 보유 부동산(905억원)과 렉스필드골프장(장부가액 520억원) 등을 통해 어느 정도 대응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웅진그룹이 지고 있는 부담도 향후 서서히 줄어들 전망이다. 사실 웅진그룹 입장에서는 극동건설 뿐 아니라 웅진폴리실리콘, 서울상호저축은행 등 다른 계열사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 이를 줄여주기 위해서는 극동건설에 대한 신용공여 등을 빨리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웅진그룹이 수처리사업 등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환경플랜트 사업에서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M&A, 공장 증설 등을 진행해야 한다"며 "사업 투자를 위해 여유 자금을 비축해 놓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웅진코웨이는 현재 수처리 업체인 KC삼양정수 인수를 진행하고 있다.

다행히 PF우발채무는 2008년 이후 더 이상 늘지 않고 있다. 주택사업 부문에서 신규 수주를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극동건설은 앞으로 PF 사업장을 그룹의 지원없이 자체적으로 정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미분양 현황

지난 8월 분양을 시작한 대구 남산동 사업장은 대한주택보증의 보증으로 본PF를 완료해 웅진홀딩스의 신용공여를 해소했다. 대주보의 PF 보증은 금리가 낮아 안정적으로 PF를 조달할 수 있지만 신청 요건이 까다로워 실제로 PF 지급보증을 받은 경우가 극히 드물다.

월곡동 주상복합, 용인 죽전 타운하우스 사업 등 분양 실적이 부진한 사업들도 준공되면서 공사비 투입 부담이 완화됐다.

현재 금융권의 관심은 향후 1년 안에 분양이 진행될 광주 오포 신현리(510억원), 인천 구월동(1200억원), 용인 신봉동 타운하우스(730억원) 사업장 등에 쏠려 있다. 이들 사업장들의 분양률이 저조할 경우 운전자금과 차입금 부담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극동건설 관계자는 "아직 시장의 우려가 크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홀로서기를 준비하고 있다"며 "당장은 조건이 까다롭더라도 재무구조 개선 면에서 그룹의 보증 없이 PF 등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신규 수주 급증했지만, 주택 아닌 관급공사와 해외플랜트

최근 극동건설의 신규 수주 현황을 보면, 리스크가 큰 예정 PF사업이 잘 마무리될 경우 홀로서기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올해 누적 수주액이 1조4000억원(9월말 기준)으로 이미 전년 수준(1조167억원)을 훌쩍 넘었다. 수주공사의 대부분은 주택사업이 아닌 관급공사와 해외플랜트로 구성돼 있어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기대된다.

극동건설은 올해 김해 대동 첨단산업단지 조성사업, 전주 친환경 첨단복합단지, 하남시 환경기초시설 턴키 공사, 선산-신포항 송전선로 건설공사, 영산강 용수로 공사 등의 관급공사를 비롯해, 캄보디아 캄폿 도로공사, 캄보디아 씨엠립 하수처리장, 베트남과 우즈베키스탄 대형 도로공사 등 해외공사를 연이어 수주했다. 여기에 계열사인 웅진에너지의 해외 제3공장 신축공사, 웅진폴리실리콘 해외 제2공장 신축공사 등도 받았다.

주택사업은 신규 수주를 자제하되 분양이 안정적인 오피스텔 공사와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집중했다.

지난 2분기까지는 서초동 오피스텔, 동대문 용두동 오피스텔, 세곡동 오피스텔, 양천구 신천동 재개발 사업 등을 수주했다. 지난 8월에는 안산시 군자주공8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을 612억원에 수주했고, 9월에는 611억원 규모의 용인7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권을 따냈다.

극동건설 관계자는 "주택사업은 기존의 물량을 정리하는 것에 집중하기도 바빠 새로운 수주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안정성을 최선으로 잡고 신규 사업을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극동건설이 새로 PF사업을 확대하지는 않고 있어 최악의 시점은 지난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금흐름을 창출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웅진그룹의 지원 부담은 서서히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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