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4000억 금호석화 블록딜의 '세가지 의미' 그룹 유동성 확보·오너십 첫단추·계열분리 단초..난제도 남아
문병선 기자공개 2011-11-30 10:25:23
이 기사는 2011년 11월 30일 10: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보유 중인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매각한 것은 크게 세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첫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부족을 메울 재원을 마련했고, 둘째 박삼구 회장이 실질적인 오너십을 회복할 첫단추가 꿰어졌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66년만에 금호그룹의 형제간 계열분리가 시작되는 단초가 마련된 것도 또다른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하지만 이런 여러 의미에도 불구하고 박삼구 회장은 앞으로 풀어내야 할 숙제가 수없이 많다. 그 난제 중 이제 하나가 풀렸을 뿐이다.
무엇보다 박삼구 회장은 금호석화 지분 매각 자금을 어떻게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풀어 넣을지, 그리고 그 방정식에 얽힌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을 어떻게 조정해야 할 지 등의 숙제를 안고 있다. 자금을 풀어 넣을 경우 과연 금호아시아나그룹 각 계열사의 경영정상화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지도 시뮬레이션을 돌려봐야 한다. 동생과 갈등을 해결하는 문제도 남겨진 과제 중 하나다.
◇그룹 유동성 확보 길 트여..완전 경영정상화까지는 여전히 험로
먼저 긍정적 측면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약 4000억원대 유동성 자금을 수혈 받을 수 있는 길이 트였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인 금호산업은 현재 자본잠식 상황이다. 외부 자금을 수혈받아 당장 자본확충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장 폐지 가능성이 있고, 상장폐지는 곧 워크아웃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호타이어 역시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흐름은 부족하지 않지만 기존 차입금의 리파이낸싱과 신규 시설 투자 자금이 필요했다.
이미 채권단과 박삼구 회장은 이번 매각 자금(약 4090억원)을 이들 계열사에 투입하는 방안에 대해 심도있게 검토했다. 금호산업 일부 재무적투자자(FI)의 반발도 있었으나 상당부분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계획대로라면 조만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유상증자가 이어지고 박삼구 회장과 박세창 금호타이어 전무가 증자에 참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룹 입장에서 보면 '낭보' 중의 '낭보'로 받아들여지지만, 이번 자금 투입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갈려 있는게 사실이다. 그룹 한 관계자는 "자본확충에다 내년초 자산매각까지 성공할 경우 금호산업으로 약 1조5000억원 가량의 자금이 유입되고 경영정상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업계 한 관계자는 "금호산업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모와 내년초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규모 등을 고려하면 충분하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삼구 회장 오너십 회복 첫단추..금호타이어 최대주주 복귀 여부는 미지수
사실 이번 금호석유화학 지분 매각의 최대 수혜자는 '박삼구' 회장이다. 비록 금호석유화학그룹이 추후 계열분리로 떨어져 나가더라도 그는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 등의 오너십을 회복할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현재 검토되는 시나리오는 금호산업이 유증을 실시하면 지분 30%를 박삼구 회장이 가져가고, 금호산업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지배하는 구조다. 현재 1%의 지분도 없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이끌고 있는 박삼구 회장 입장에서는 추후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이번에 절대 지분을 단단히 붙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의 오너십 복귀에 대해 부정적 시선도 적지 않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금호산업 지분을 (박삼구 회장이) 취득하더라도 절대 다수의 지분은 여전히 채권단에 있어 오너십 복귀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 한다"며 "오너십 복귀의 첫단추가 꿰어졌다는 것이고 이런 문제보다는 그룹 경영정상화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부실 경영의 책임자가 다시 오너십을 회복하는 문제에 대해 FI의 반발도 상당했다"고 말했다.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오너십을 어떻게 회복한다 하더라도 금호타이어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남겨져 있는 난제다. 만일 박삼구 회장이 예정대로 4000억원의 자금 중 3000억원을 금호산업에 투자하고 남은 1000억원을 금호타이어에 투입해도 금호타이어의 절대 지분을 가져갈 수는 없다.
4000억원대의 자금이 모두 계열사로 투입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세금 등을 제외하면 실제 투입 가능 재원은 3500억원대로 줄고, 이 자금으로 취득할 수 있는 금호산업 및 금호타이어의 지분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금호석유화학 그룹과 계열분리 단초..아시아나항공 지분매각 등 난제 여전
박삼구 회장과 일견 반대편에 서 있는 금호석유화학그룹 입장에서는 이번 지분매각 작업이 계열분리의 단초가 마련됐다는 의미가 있다. 금호석유화학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할 정도로 계열분리에 적극적이다. 계열분리를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박삼구 회장이 갖고 있는 금호석유화학 지분 때문이었다. 이번에 해당 지분 관계가 해소되면 계열분리의 장애물 중 하나를 넘어서는 게 된다.
그러나 박삼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모두 털어냈다고 해서 일사천리로 계열분리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금호석유화학도 아시아나항공 지분(13.67%)을 갖고 있어 이를 매각해야 한다. 금호석화는 '전략적으로' 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매각 여부는 유동적이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이 블록딜로 금호석화 지분을 매각할 때 투명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며 "우호세력에게 매각하는 등 투명성이 보이지 않는다면 금호석유화학이 보유중인 아시아나항공 지분도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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