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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회장 움직인다..금호그룹에 무슨일이? 지배구도 정리 예상보다 빨리 진행..자금 필요한 계열사에 유동성 제공

문병선 기자공개 2011-10-27 13:49:45

이 기사는 2011년 10월 27일 13: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다소 의외다.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은 1년반이 넘도록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팔지 않고 버텼다. "팔아야 한다"는 의무는 2010년 금호그룹 구조조정이 시작될 때 맺은 채권단과의 합의 사항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회장이 최근 5000억원에 육박하는 지분을 전량 팔기로 결정했다. 금호그룹에는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금호그룹 상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금호그룹 각 계열사와 연관된 경영권 문제가 정리되기 시작한 것"이라며 "움직이지 않던 박삼구 회장이 무언가 확신을 갖고 결단을 내렸다"고 했다.

채권단과 금호아시아나그룹 안팎의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약 2~3년 후 결정될 것으로 보였던 지배구도 문제가 최근 빠르게 정리돼 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금까지는 박삼구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채권단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을,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을 경영하는 구도였다. 금호그룹이 대형 M&A(대우건설 및 대한통운) 후유증으로 구조조정에 돌입하면서 맺은 3자간 약속이다. 그 이행 조건으로 박삼구 회장은 이미 금호타이어 지분과 금호산업 지분 거의 전량을 감자당했다.

다만 오너십의 필요성과 항공사 경영에 대한 노하우가 인정돼 채권단은 박삼구 회장에게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을 맡기고 경영실적에 따라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선에서 그림을 정리했다.

이 때문에 박삼구 회장은 상법상 권리를 주장할 지분이 거의 없지만 사실상의 '오너'로 그룹을 경영하는 매우 이례적인 지배구도 아래 금호그룹을 이끌어 왔다.

이런 애매한 지배구조 문제가 정리되려면 2~3년은 걸린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인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을 졸업하거나 그에 합당하는 턴어라운드를 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박삼구 회장 자신도 미래 어느시점엔가 있을지 모를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자금을 마련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 채권단과 박삼구 회장측 사이에서 그 시기를 앞당기고 박 회장에게 미리 실질적인 지분을 주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면서 상황이 바뀌게 됐다. 박 회장이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매각해 그 자금으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지분을 인수케하자는 아이디어다.

여기에는 금호그룹 핵심 계열사들의 자금난이 동시에 작용한다. 금호산업의 경우 12월 1일자로 금호고속과 물적분할을 하고 나면 자본잠식 문제가 부상하게 된다. 자본잠식 상태가 1년 가량 이어질 경우 상장 유지 문제 등 기타 여러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그동안 여러 자산 매각을 추진했으나 답보상태였다. 자본확충을 하자니 지금의 주주들은 새로운 자금을 투입하는데 난색을 보인다.

외부자금 수혈이 필요하고 여기에 박삼구 회장이 긴급 소방수로 나서면 어렵지 않게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 게 채권단의 묘안이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금호석화 지분을 팔아 자금을 금호산업에 투입(유증 참여)하는 방식으로 유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의 경우 영업실적은 대체로 양호하지만 노후장비 교체 및 신규 투자 등을 위한 자금 수요가 크다. 최종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금호타이어 역시 유증에 나서고 박삼구 회장의 투자를 받으면 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박삼구 회장 입장에서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살리면서 동시에 계열사에 대한 지분 구도를 확실히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애착이 강한 아시아나항공도 금호산업을 인수함으로써 덤으로 따라온다.

물론 지금도 실질 경영을 하고 있지만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지고는 언제 어떻게 안정적 경영지분을 확보할 지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그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윈-윈(Win-Win) 게임'이다.

아울러 그의 측근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점도 부담이 됐다는 분석이다. 금호 각 계열사를 살리는 자금을 '사재출연' 형식으로 내놓아 분위기를 바꾸고, 동생인 박찬구 회장과는 '계열분리' 등으로 화해한다면 검찰 수사 건 등에 대해서는 통큰 화합이 이뤄질 수 있다.

어차피 동생 몫으로 정리된 금호석화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대신 금호아시아나그룹 다른 계열사를 정상화시키는 동시에 이참에 지배구도까지 미리 공고히 해놓자는 게 그의 포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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