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박찬구 경영권' 안심 못하는 이유 채권단 MOU에 따라 상황논리 바뀌면 언제든 경영진 교체 가능
문병선 기자공개 2011-12-05 10:56:31
이 기사는 2011년 12월 05일 10: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찬구 회장(6.47%)과 박 회장의 아들 박준경 상무(7.17%)의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모두 더하면 13.64%(산은 CB 보통주 전환 이후) 가량이다. 여기에 자사주(18.36%)까지 더하면 모두 32% 정도가 박찬구 회장 우호지분으로 분류된다. 잠재적 경영권 위협 요인으로 파악되던 형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최근 블록딜로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박찬구 회장의 구속 등 신변에 이상이 생기더라도 박 부자의 경영권에는 큰 위협이 없어 보이는 지분율이다. 그런데 왜 금호석유화학 각 부서는 박 회장의 사전구속영장 청구 이후 초긴장 상태에 들어가고 경영권 유지 대비태세에 들어간 것일까.
첫번째 이유는 금호석유화학과 채권단간 맺은 경영정상화약정(MOU)상 채권단의 경영권 간섭 조항이 박 회장 부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5월 채권단, 한국산업은행, 금호석유화학, 3인대주주(박찬구, 박준경, 박철완) 등 4자간 맺은 MOU는 "채권단 또는 산업은행은 경영진추천위원회 또는 산업은행을 통해 새로운 경영진을 선임하기 위한 이사회 개최 또는 주주총회 소집을 요청할 수 있다"라는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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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만일 "3인 대주주 중 한명이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행위를 한다고 판단되면 산업은행은 그 시정을 요구할 수 있고, 수용되지 않으면 채권단은 경영권에 협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도 들어 있다.
보통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는 '이사회'다. 또 주주들은 이사회 및 주주총회 소집을 요청할 수 있는 고유의 권한을 갖는다. 하지만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은행권 공동관리' 체제라는 불가피한 사유로 채권단에게 이런 '주주'로서의 권한을 줬다. 박 회장의 신변에 이상이 생길 경우 새로운 경영진이 채권단에 의해서 추천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어 불안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두번째 이유는 이사회를 장악하지 못하고 있고, 채권단이나 기존 이사회 멤버가 새로운 경영진을 선임한다고 나서면 이를 막을 방도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금호석유화학의 이사회는 모두 8인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이중 박찬구 회장의 우호 세력은 본인 포함 3~4인에 불과하다는 게 회사 안팎의 시각이다. 나머지 이사회 멤버는 조카인 박철완 금호석화 팀장의 추천 및 채권단의 추천 등으로 선임됐다.
이사회 장악 여부는 '자사주(18.36%)'의 표결 방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세번째 이유는 이런 불안함이 깔려 있는 가운데 산업은행이 전환사채(CB)를 보통주로 바꿔 주요 대주주(14.05%)로 부상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산은 관계자들은 금호석화에 자금지원을 하기 위해 CB를 보유했고 지금은 주가가 오르다보니 투자 차원에서 보통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밝힌다. 하지만 산은의 CB 전환 이후 금호석유화학의 지분율 구도로만 보면 박찬구 회장이 더더욱 박철완 팀장(9.98%) 및 산은의 협조없이는 '대표이사 회장'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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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유화학의 경영권 불안은 '기우'일 수는 있으나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다. 박찬구 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이런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다. 형 박삼구 회장이 관련 지분을 모두 처분해 잠재적 위협 요인이 사라졌다고 안도하는 순간, 또 다른 위협 요인이 재등장해 금호석유화학을 옥죄고 있는 꼴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측이나 채권단측은 이런 시나리오에 대해 강하게 부인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이 이미 금호석화 지분을 팔고 나갔는데 경영권 위협 운운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석화 경영권에 어떤 위협도, 아무 관심도 없다"고 잘라 말한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미 경영권 보장은 약속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호석유화학측 생각은 다르다. 상황논리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애당초 박삼구 회장은 금호타이어를, 채권단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을, 박찬구 회장은 금호석유화학을 경영키로 했으나 지난해초 어느 순간 이 구도는 바뀌었다. 채권단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박삼구 회장에게 위임한 것이다. 금호석화측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박찬구 회장이나 금호석화측에 어떤 언질도 없었다"고 말했다.
박찬구 회장이 구속이라도 된다면 추후 금호석유화학을 둘러싼 지분 및 경영 구도에 어떤 상황변화가 생길 지 모른다는게 금호석화측의 우려섞인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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