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정준양 회장 연임의 핵심 승부수 국내 문어발 확장 접고 철강본업 강화 "박태준 창업자 제철보국 유지계승"
박준식 기자공개 2011-12-22 15:00:20
이 기사는 2011년 12월 22일 15: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지난 16일 이사회에서 연임의사를 밝혔다. 내년 2월 말까지 3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한 차례 더 회장을 맡아 포스코의 미래를 설계하겠다는 게 정 회장의 목표다. 정 회장은 자신의 차기 임기동안 포스코의 세계진출을 이루려는 구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포스코는 정준양 회장의 후임 인선을 위한 ‘CEO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CEO추천위원회는 정관에 따라 이사회 의장인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를 중심으로 한준호 전 한전 사장과 이영선 한림대 총장, 이창희 서울대 교수, 남용 전 LG전자 부회장, 박상길 변호사,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대표 등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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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양 회장은 연임 후 중도 퇴진한 이구택 전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큰 무리 없이 포스코를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스코 안팎에서는 정 회장이 이미 연임에 필요한 절차와 요건의 7부 능선을 넘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 회장은 임기동안 △인도네시아 일관제철소 건설과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태국 타이녹스(Thainox) 인수 등을 성공시켰다.
현 상황에서는 정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지만 변수가 없지는 않다. 포스코가 지난 3년간 국내 M&A에만 집중하면서 해외 진출에 소홀하지 않았느냐는 지적 때문이다. 실제 포스코는 국내 현대제철의 출범과 중국 철강사들의 덤핑공세 등에 밀려 지난 30여 년간 지켜왔던 산업적 지배력을 위협받고 있다. 이 기간 중 포스코는 철강 본업의 경쟁력 강화보다는 대우조선해양과 대우인터내셔널, 대한통운 인수 등을 추진하며 사업 다각화에 매달려왔다.
정 회장의 연임에 있어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이 대항마로 부각되는 변수도 있다. 이동희 부회장은 포스코 재무총괄책임자(CFO, 부사장)로 일하다 2010년 그룹 고문으로 위촉됐고, 이후 포스코가 대우인터를 인수하자 부회장으로 임명돼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년간 대우인터를 이끌면서 △미얀마 가스 생산과 △한국델파이 인수 △대우시멘트 산둥유한공사 처분 △대우로지스틱스 인수 △교보생명 지분 24% 처리 등 만만치 않은 과제를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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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의 포스코는 해외 사업 확장 성적에 있어 전약후강(前弱後强)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임기 초반 이구택 전 회장에 이어 추진됐던 인도 제철소 사업은 지지부진함을 극복하지 못했고 베트남 제철소 사업에서도 사실상 실패했다. 말레이시아 MEGS와 베트남 ASC를 인수했지만 규모가 수백억 원대인 미드캡에 불과해 정 회장의 치적으로 내세우기는 아쉬운 측면이 있었다.
정준양 회장은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이후 "특별한 시너지가 없다"는 해외 투자가들의 지적을 받았다. 이후 대한통운 인수에 나섰다 실패하면서 국제신용평가사인 S&P로부터 지난 10월 신용등급이 강등(A→A-)되는 수모도 겪었다. 결국 정 회장은 "당분간 국내 M&A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 회장의 임기 말 들어 포스코는 해외사업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올해부터 인도네시아 제철소 건설이 본격화되고 있고, 3년간 줄다리기 협상을 벌였던 타이녹스 인수도 지난 7월에 마무리됐다. 지난해 인수한 대우인터를 통해 제철사업에 도움이 되는 해외 자원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정준양 회장은 전략사업실을 통해 해외 철강기업 M&A를 통한 사업 확장을 차기 임기에 염두에 두고 있다. 최소 2~4조원이 소요될 원스틸(Onesteel) 인수에 나선 것도 이런 맥락이다. 원스틸은 호주의 2대 철강사로 생산규모는 250만 톤(연간)으로 포스코(3000만 톤)에 비해 그리 크지 않지만 철광석 광산과 세계적인 네트워크, 자원개발 노하우 등을 갖고 있다. 포스코가 그리는 아시아 철강생산 벨트 라인을 동남아에 이어 호주와 뉴질랜드까지 확장하는 의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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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틸 인수 계획은 포스코가 추진하는 최초의 메가 M&A 프로젝트다. 일각에서는 규모가 수 조원 단위라 해외 주주들의 불만이 나올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철강 본업의 해외 확장이라는 명분이 있는 계획이라 반대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대세다. 포스코는 그동안 해외 제철소 사업에 있어 시간적, 정치 규제적 변수가 많은 그린필드(Greenfield) 방식을 고집해 왔다. 그런 포스코가 철강 본업을 M&A로 확대하려는 계획을 실행하는 것은 정 회장의 주도 아래 내부에서 상당히 전향적인 전략 변화가 이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준양 회장은 최근 유명을 달리한 고(故) 박태준 포스코 창업자의 유지를 받들어 제철보국(製鐵報國) 정신을 해외로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연임을 통해 지배구조를 안정화하고 원스틸 케이스와 같은 공격적인 해외 철강사 M&A를 시도하겠다는 게 정 회장이 구상하는 구체적인 사업 확대 계획으로 파악된다. 그의 비전은 내년 초 CEO추천위원회의 자격심사와 회장 추대를 통해 연임이 결정되면 본격적으로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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