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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주의 역설…투자가 기업가치 떨어트린다? 상환권이 부채로 계상되는 탓…업계 대책 마련에 부심

이상균 기자공개 2011-12-23 11:16:09

이 기사는 2011년 12월 23일 11: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들이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되면서 딜레마에 빠졌다. 투자를 할수록 피투자기업의 부채가 늘어나 기업가치(valuation)가 떨어지는 기현상 탓이다. IFRS가 상환전환우선주를 부채로 계상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업계는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책당국에 IFRS 적용 유예를 요청하고 있지만 응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

◇상환전환우선주, 피투자기업 모럴해저드 막아

벤처캐피탈의 투자 유형 중 상환전환우선주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올해 3분기까지 벤처캐피탈이 집행한 투자금액중 상환전환우선주 형태의 비중은 35.7%를 기록했다. 그 뒤를 보통주 28.8%, 프로젝트 15.9%, 전환사채(CB) 10.4%, 신주인수권부사채(BW) 6.2% 등이 잇고 있다. LB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벤처캐피탈에게 상환전환우선주가 인기를 끈 것은 5년전부터"라며 "상환전환우선주는 벤처캐피탈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가장 보편화된 투자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상환전환우선주가 이처럼 벤처캐피탈에게 인기를 끄는 것은 피투자기업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탈의 주요 투자금 회수(엑시트) 방안은 피투자기업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이뤄진다. 벤처캐피탈의 투자금을 발판삼아 생산시설 증대 혹은 인력 영입, 마케팅 강화 등으로 실적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문제는 실적 증대로 IPO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피투자기업이 이를 차일피일 미루는 경우에 발생한다. 최대주주가 사실상 벤처캐피탈에게 엑시트를 해줄 의사가 없음을 드러낸 셈이다. 상환전환우선주는 이런 경우에 필요하다. IPO를 통한 엑시트 창구가 막힌 상황에서 상환 청구를 통해 엑시트를 하는 것이다. IPO만큼의 수익률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투자원금에 일정 이자를 붙여 회사채 수준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물론 상법에 따르면 피투자기업의 이익잉여금이 발생해야만 상환청구가 가능해진다. 또한 상환전환우선주 투자 계약을 체결할 때 "피투자기업 뿐만 아니라 피투자기업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에게도 상환청구가 가능토록 한다"는 조항을 넣는 게 일반적이다.

◇"새로운 금융상품 개발이 절실"..상환권 뺀 전환우선주 대안 될까?

아이러니한 것은 IFRS가 도입될 경우 상환권으로 인해 상환전환우선주가 부채로 계상된다는 점이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전환사채(CB)와 마찬가지로 상환권 역시 언젠가는 회사가 갚아야 할 회사채 성격이 짙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되면 벤처캐피탈이 상환전환우선주 형태로 투자를 할수록 피투자기업의 부채가 늘어나게 된다. 부채 증가로 부채비율이 높아지면 회사의 재무안정성이 떨어진다. 부채상환 능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추가 투자를 꺼릴 수가 있다.

대안으로 상환전환우선주를 아예 보통주로 전환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기업의 최대주주는 IPO 1년 전부터 지분율이 변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있다. 벤처캐피탈이 상환전환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경우 최대주주의 지분율도 변한다. 늦어도 IPO 1년 전에는 상환전환우선주를 모두 보통주로 전환해야 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피투자기업의 IPO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닥 상장예비심사 통과율은 77.6%에 그쳤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20개를 빼면 통과율은 71.6%로 줄어든다. IPO를 염두에 두고 보통주 전환권을 행사하면 상환권은 자연히 소멸된다. 이 상황에서 IPO마저 실패할 경우 주식시장에서 보통주를 매각하는 것이 원천봉쇄된다. 일정기간 엑시트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마땅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이 IFRS를 적용하지 않아 롤모델로 삼을만한 사례가 없다는 점도 고민이다. KB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상환전환우선주에서 상환권을 뺀 전환우선주를 발행하는 것도 검토할만하다"며 "IFRS 적용 시기가 다가올수록 새로운 금융상품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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