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투자기업 평가기준, 공정가로 변경…평가손실 불가피 2013년부터 정금공·국민연금·모태펀드 출자 조합으로 범위 확대
이상균 기자공개 2011-12-26 16:18:59
이 기사는 2011년 12월 26일 16: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에 따른 벤처캐피탈의 고민은 상환전환우선주에만 그치지 않는다. 피투자기업의 평가기준이 취득가가 아닌 공정가로 바뀌면서 대규모 평가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일정기간 연구개발(R&D)에 매달리는 벤처기업은 수익창출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적자는 연결재무제표를 통해 벤처캐피탈의 재무상태에 반영된다. LP 입장에서는 출자를 망설이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벤처캐피탈 업계에서 IFRS가 득보다 실이 많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피투자기업 실적 악화, 벤처캐피탈 연결재무제표로 '전이'
A라는 회사가 자본총계 20억원, 부채총계 20억원 등 총 40억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B라는 벤처캐피탈은 A에 2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는 상환전환우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상환권으로 인해 투자금 20억원은 고스란히 부채로 잡힌다. 부채비율이 100%에서 200%로 급등하는 셈이다.
A는 투자받은 20억원 중 10억원을 생산라인 증설에, 나머지 10억원은 연구개발(R&D)과 마케팅 및 인력채용에 각각 5억원씩 나눠 집행했다. 투자가 순조롭게 진행됐다. 생산라인과 인력채용은 그대로 유형자산으로 R&D와 마케팅은 무형자산의 증가로 이어졌다. 표면상 A는 자산이 20억원 증가한 효과를 그대로 누리는 셈이다. 물론 유형자산과 무형자산은 감가상각을 통해 매년 일정액을 감해야 한다. 반대로 이 기간 A는 투자액을 신속하게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벤처캐피탈이 우려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독특한 아이디어와 아이템을 가지고 창업하는 벤처기업은 투자가 실적으로 이어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창업 이후 최소 5년 이상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의 지적이다. 이 기간 동안 벤처기업은 영업적자를 면치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가 평가가 이뤄질 경우 피투자기업의 손실이 벤처조합을 거쳐 벤처캐피탈로 전이된다. 연결재무제표를 의무화시킨 IFRS 탓이다.
◇상장사·대기업 집단 소속 벤처캐피탈, IFRS '첫 타깃'
이처럼 IFRS로 거액의 손실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은 곳은 8개 상장 벤처캐피탈이다. 엠벤처투자,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SBI인베스트먼트, 큐캐피탈파트너스, 한림창업투자, 무한창업투자, 제미니창업투자 등이 주인공이다. 상장사가 최대주주인 스틱인베스트먼트도 연결재무재표를 통해 IFRS 적용을 받는다.
여기에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벤처캐피탈들도 IFRS를 적용받고 있다. 올해부터 자산 2조원 이상의 기업과 금융기관은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한다. 두산그룹의 네오플럭스, 동양그룹의 동양인베스트먼트, 한화그룹의 한화기술금융(신기술금융사), KB금융그룹의 KB인베스트먼트, 한국금융그룹의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이다.
문제는 IFRS 적용범위가 대폭 확대된다는 점이다. 2013년부터 정책금융공사(이하 정금공)와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 국민연금 등 정부기관과 연기금도 IFRS를 적용받게 된다. 업계에서는 전체 조합 중 이들 3개 유한책임투자자(LP)가 출자한 조합의 비중이 80%에 육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9월까지 결성된 24개 조합 중 모태펀드 출자조합은 16개다. 모태펀드가 문을 연 2004년 이후 매년 결성 조합의 20~70%에 출자를 해왔다. 총 출자금액만 1조3009억원에 달한다. 평균적으로 결성조합 금액의 26.7%를 담당했다. 전체 벤처조합 중 모태펀드를 포함한 정부의 출자액도 30.2%로 가장 많다. 국민연금 등 연금·공제회의 비중도 21.2%를 차지한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모태펀드와 정금공, 국민연금 등은 LP 중에서도 가장 영향력이 큰 곳"이라며 "이들 3곳에서 출자를 받지 않는 조합을 찾아보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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