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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헤지펀드, 출범 1개월 '좌충우돌' 국내 PBS "콜 운용, 해외 주식 대차거래 처음"

김경은 기자공개 2012-01-18 14:39:05

이 기사는 2012년 01월 18일 14: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화를 돌려보니 아직 퇴근을 못한 곳들이 많더군요. 10분이면 이뤄지던 계좌 개설이 헤지펀드의 경우 하루가 꼬박 걸렸습니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데요." 2011년 12월 16일, 한국형 헤지펀드가 처음 시장에 선보인 날. 이날 A 증권사 프라임 브로커리지 부장은 늦은 시간까지 퇴근을 하지 못했다. 다른 증권사들 사정도 별반 다르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야심차게 준비한 한국형 헤지펀드가 닻을 올린지 한달이 지났다. 아직까지 한국형 헤지펀드 1호는 별다른 잡음없이 순항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한국형 헤지펀드가 뚫고 지나온 뒷 이야기들은 한 편의 '좌충우돌' 시트콤을 보는 듯하다. 결제, 회계 보고서 작성, 계좌 개설, 매매, 해외 주식 중개ㆍ스왑 등 어느 하나 순조롭게 진행되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국내는 헤지펀드 생태계가 채 조성되지 못한 환경이었음에도 당국의 헤지펀드에 대한 강한 열망으로 닻이 올랐다. 제도권에서 탄생한 한국형 헤지펀드는 인위적으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닥치면 하게 돼 있다'는 한국식 업무 처리 방식이 유일한 자신감이었다. 여기에 '처음 해보는 일이라 삐걱댈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무언의 동의도 삐거덕 거리는 한국형 헤지펀드를 그럭저럭 이끌어오게 만든 추진력이었다.

2011년형 한국형 헤지펀드 1호는 사실 2012년형이라해야 옳다. 원래 사모펀드는 설정과 동시에 운용을 시작하고 금융당국에 사후 보고토록 돼있지만, 운용 경험이 없어 예외적으로 사전 심사를 거쳤다. 이 과정이 1주일 걸렸다. 2011년이 고작 한 주 남은 시점. 이 상황에서 본격 운용은 다음해로 미뤄졌다. 배당 효과 등으로 주가 하락이 우려된다는 이유와 운용 보고서 작성이 번거롭다는 이유가 보태졌다.

설정과 운용이 보름가량 벌어지면서 단기자금을 운용해야하는 필요가 생겼다. 하지만 대차거래만 해본 국내 프라임 브로커들은 콜(call) 운용이 생소했다. 증권사가 단기자금을 운용하는 가장 쉬운 수단인 콜 운용이 어렵다는 것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지만 앞에 이야기한 인위적 생태계 조성을 떠올리면 납득이 간다.

한국형 헤지펀드 출범 이전, 소위 '유배' 부서로 불리던 프라임 브로커리지부는 최근 인력이 두 배로 늘었다. 우리투자증권이 7명에서 13명으로, 대우증권이 9명에서 17명으로 기존 인력에서 추가 충원됐다. 차이니즈월을 쳐야하기 때문에 증권사안에 증권사를 하나 더 차린 결과다.

대차, 스왑, 주문, 결제 등 프론트/미들/백 오피스가 프라임 브로커리지 부서내에서 모두 가능한 시스템 이어야야한다. 흩어진 각 부서의 인력들을 끌어모았다. 예상치 못한 '구멍'은 나오게 마련이고 콜 운용이 그런 일 가운데 하나였다.

그나마 콜 운용처럼 국내 증권사가 해온 업무는 사정이 낫다. 해외 주식 숏(Short) 거래로 들어가면 신항로 개척과 맞먹는 과업(?)이 닥친다. 해외 주식 대차거래나 스왑은 국내사들이 한번도 해보지 못한 업무다.

한국형 헤지펀드 1호 12개 가운데 6개 펀드가 아시아 주식 롱숏 전략을 구사한다. 현재까지 대부분 헤지펀드는 국내 주식만 담고 있다. 단 한 곳이 아시아 주식 대차거래를 시도했다. 현재 해외 주식에 대한 매도 포지션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은 해외 프라임 브로커와 백투백(back to back) 방법 뿐이다. 국내사들은 아직 해외 주식을 대차해 줄 수 있는 물량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맡은 B 증권사 프라임 브로커리지부서장은 "자펀드나 모펀드의 복잡한 구조가 있다는 걸 모른 상태였고, 지난 한달간 경험한 해외 주식 중개, 스왑, 대차는 국내 증권사 가운데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 C사 부서장은 해외 프라임 브로커와 업무 협약을 위해 홍콩 출장길에 올랐다. 이제 C사도 아시아 주식에 대한 대차거래와 스왑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그럼 이제 한국형 헤지펀드의 남은 과제는 없는걸까. 아직 중요한 헤지전략 수단인 레버리지를 일으킨 헤지펀드가 없다. 국내 증권사들 가운데서도 신용공여 시스템이 정비된 곳은 없다. 지금부터 얼마간 좌충우돌 헤지펀드 스토리는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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