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2년 03월 02일 10시1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요즘 빼놓지 않고 본방 사수하는 TV 프로그램이 2개 있다. 이하이의 소울을 듣기 위한 K-POP스타와 일주일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개그콘서트다. 해품달도 좋아하지만 그건 아내 몫이다.개그콘서트 중에서도 '불편한 진실'을 가장 기다린다.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개그맨 황현희는 포복절도할 웃음으로 포장한다. 그냥 웃고 즐기면 그만이지만 가끔 속으로 뜨끔할 때가 있다.
최근 삼성증권 홍콩법인의 강도높은 구조조정건도 그들 입장에선 인정하기 싫은 '불편한 진실'이 여기저기 깔려있다.
홍콩법인 확대는 2020년 '글로벌 톱 10 증권사'라는 장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삼성증권의 출발점이었다. 삼성이라는 그룹의 존재감 외에는 마땅히 기댈 언덕없이 나서는 셈이라 "불안하지만 용감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시기하면서도 삼성증권의 성공을 내심 기대했다는게 현지 관계자의 전언이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기대에 못미쳤고, 결국 실패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대대적으로 영입한 고급인력들은 빠져나갔고, 그들에게 지불한 수백억원이 넘는 막대한 돈은 허공으로 사라졌다. 도로 3년전이다. 대한민국 최고라는 자존심에는 지울수 없는 금이 갔다.
삼성증권 입장에서는 이번 구조조정이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고 스스로 위로할 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본전 생각하다가 나중에 훨씬 더 큰 손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건 어쩔수 없다. 그동안 투자한 막대한 돈이나 인력, 시간이 정말 아깝지 않은가. 그냥 이대로 국내에서 안주하면서 그럭저럭 지내는게 맞는가. 우리 역량으로는 글로벌 IB는 넘을 수 없는 벽인가.
당시 한국 자본시장의 성장을 위해 아시아 지역 IB라는 동기를 부여한 삼성증권의 전략은 근본적으로 타당했고 바람직했다. 세계 금융위기를 접하면서 95년 홍콩 진출 이후 십수년만에 국제적 확장의 기회를 잡았고, 홍콩법인 확대는 그 첫 걸음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번 구조조정은 삼성증권 수장이 바뀌자마자 이뤄졌다. 이런 류의 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누군가를 희생양 삼아 기존의 것을 모두 부정하는 것은 볼썽 사납다. 특히 홍콩법인 확대를 주도했던 핵심인력을 '매몰 비용화' 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실패를 경험한 그들이야 말로 눈에 보이지 않는 정말 중요한 자산이다. 그렇지 않다면 학습효과는 '제로'로 수렴할 것이다.
스스로 실패를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실패를 인정하고, 그것을 투명하게 드러내면 오히려 새로운 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실패는 교훈을 낳기 때문이다.
아픔을 속으로 삭이고 있을 삼성증권에게는 이 모든 것이 불편하지만 진실이다.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고 자위할게 아니라 경험한 모든 것을 유무형의 자산으로 쌓아가는 지혜를 기대한다. 글로벌 톱 증권사라는 꿈을 간직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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