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2년 04월 10일 11시3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2008년 공인재무분석가(CFA) 자격증 소지자를 2015년까지 150명으로 늘리라고 지시했다. 단순 예대업무나 중개업무가 아니라, 자산관리로 승부해야 한다는 선견지명이었다.2008년 30명(은행 9명)에 불과하던 하나금융그룹의 CFA 자격증 소지자는 2012년 3월 말 현재 42명(은행 28명)으로 늘어났다.
2010년 취임한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은 작년 초 캠퍼스 점포인 '락스타존(樂star Zone)'을 개설했다. 20대 잠재고객을 유치해 신성장동력을 발굴한다는 어 회장의 아이디어였다.
2011년 1월 락스타 숙명눈꽃존을 시작으로 국민은행은 현재 모두 41개의 락스타존을 운영하고 있다.
어 회장은 취임 당시 국민은행을 '비만증을 앓는 환자'로 표현하고, 희망퇴직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도 실시했다. 기업고객 확보를 위해 어 회장이 직접 지방 공단을 돌며 마케팅도 벌였다.
CFA 자격증 확대와 20대 고객 확보라는 목표는 사소한 차이일 수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김 전 회장과 어 회장의 경영 철학의 차이로 읽힌다. 김 전 회장은 고객보다는 사원(행원)의 경쟁력 향상을 우선하고, 어 회장은 신규 고객 창출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의 2011년 당기순이익은 2조 원으로 전년 대비 20배 이상 급증했다. 어 회장이 중시하는 영업이익경비율(CIR)도 2010년 말 57.2%에서 2011년 말 45.4%로 개선됐다. 하나은행의 2011년 당기순이익은 1조 원 대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손익계산서 이면의 수치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국민은행의 2011년 연체율(0.87%)은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다. 일반 제조업체의 매출액이라고 할 수 있는 영업수익은 정체 상태다.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있는데, 성장이 멈춘 것이다. 락스타존은 작년 상반기 이후 추가 개설 점포가 없다.
어 회장이 중시하는 기업고객 확충 전략에서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신한은행에 2년째 밀렸다.
시장에서의 평가도 다르지 않다. KB금융지주 주가와 시가총액은 2011년 하반기 이후 신한금융지주에 완전히 역전당했다. 올해 들어서는 하나금융지주에도 밀렸다.
직원들의 평가도 부정적이다. 국민은행 직원을 대상으로 '어윤대 회장이 경영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설문조사 결과,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어 회장은 이 같은 평가에 대해 "나는 사과나무를 심었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단기 성과만으로 자신을 평가하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과나무에서 꽃이 피려면, 거름을 주고 정성껏 가꿔야 한다. 직원과 고객(시장)이 외면하는 사과나무에선 꽃이 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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