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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해진' 남양유업, 무차입 기조 바뀔까 커피믹스 투자 '올인'...유보금 5000억에서 1000억대로

정준화 기자공개 2012-06-12 14:59:33

이 기사는 2012년 06월 12일 14: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린고비 경영'으로 유명한 남양유업이 최근 달라졌다. 2010년말 새롭게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한 이후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뒀던 돈보따리를 과감히 풀고 있다. 유제품 일변도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영업이익률이 높은 커피믹스 사업을 추가함으로써 성장성을 높이기 위한 변신이다.

다만 11년째 무차입 경영을 유지하며 넉넉하게 채워둔 곳간은 대규모 투자로 인해 빠른 속도로 새고 있다. 이 추세로 가면 무차입 경영 기조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남양유업은 내년 10월까지 1800억 원을 들여 전남 나주시에 커피믹스 전용 공장을 짓겠다고 11일 밝혔다. 2만6400㎡ 규모의 이 공장은 연간 7200톤의 커피믹스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이는 커피믹스 50억 개를 만들 수 있는 양으로 국내 커피믹스 점유율 50%를 예상해 설계했다.

이번 공장 투자는 2010년 말 남양유업이 '프렌치카페 카페믹스'를 내놓으며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한 이후 사업 강화를 위해 결정된 것이다. 남양유업은 커피믹스 시장 진출 1년 반만에 시장점유율 20% 가량을 차지하며 커피믹스 시장 '절대강자'인 동서식품을 바짝 긴장케 만들고 있다.

남양유업은 이번 공장 설립에 사용할 1800억 원을 외부 차입없이 내부유보금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남양유업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454억 원이다. 여기에 당장 현금화가 가능한 사모펀드에 투자한 자금(1910억 원)을 합하면 내부유보금은 약 3400억 원 가량으로 계산된다.

남양유업의 내부유보금은 몇 년 전만 해도 5000억 원에 달했지만 커피믹스 시장에 뛰어든 이후 투자비와 마케팅비 등으로 1000억 원 이상을 소진하면서 3000억 원대 후반까지 줄었다. 여기에 커피공장 신설과 마케팅 등에 추가 투자가 마무리되면 내부유보금은 1000억 원대 초중반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의 신사업 투자가 지금과 같은 추세로 계속 이어진다면 십수년간 이어온 무차입경영 전략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특히 남양유업은 현재 전체 매출의 20% 수준인 커피믹스 사업을 50% 수준까지 끌어올리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 공격적인 투자는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이 유제품과 관련해 한우물만 파오면서 벌어들인 현금을 투자하기 보다는 내부에 유보해 왔다"며 "최근 커피믹스 사업에 올인하면서 그동안 쌓아온 현금을 한꺼번에 푸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남양유업의 과감한 투자는 커피믹스 사업에 대한 강한 자신감과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커피믹스 사업의 성공 여부에 따라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할 수 있어 무차입 경영을 고수해온 재무전략에 변화가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일단 계획한 투자는 알려진 전남 나주 공장 정도며 추가적인 투자를 위한 차입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커피믹스 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발생하면 재투자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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