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한국형헤지펀드, '헤지펀드'가 아니다

김경은 기자공개 2012-07-19 16:50:24

이 기사는 2012년 07월 19일 16: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속담이 있다. 돌다리가 깨질때까지 두들기면? 건너가보지도 못하게 된다. 금융당국의 품에서 탄생해 이미 태생적 한계를 갖고 출발한 한국형 헤지펀드가 그렇다. 한국형 헤지펀드 탄생 비화를 들어보면 금융당국의 과잉보호가 우려스럽다. 스스로 자립하지 못하는 아이가 될까 위태롭다.

지난 18일 금융위는 브레인투자자문에 헤지펀드 운용 예비인가를 의결했다. 브레인투자자문과 동시에 인가 신청을 접수한 대우증권, 대신증권, 밀레니엄파트너스는 빠졌다. 이들은 헤지펀드만 전문적으로 운용한다는 점에서 '진짜' 헤지펀드에 보다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이 이번 예비인가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 금융당국은 "신규 법인을 세우는 일인만큼 검토해야할 사안이 많다"는 논리를 폈다. 자본금, 인력, 운용 경력 등 설립 요건만으로 이미 나가 떨어진 플레이어가 수두룩한데 또 뭘 더 보겠다는 것인지, 이미 준비를 마쳐놓고 금융당국의 인가만 기다리는 이들은 속이 탄다.

촘촘한 그물망을 통과한 한국형헤지펀드에는 '사람'이 빠져있다.

한국형헤지펀드의 최근 수익률은 이보다 더 나쁠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의 가도를 달리고 있는 상태다. 모든 상품이 롱숏 전략 일색인데, 지금 시장은 롱숏이 잘 안 먹혀드는 시장 이라는게 매니저들의 항변이다. 하지만 다른 전략을 구사하는 도전 정신도 찾기 어렵다.

성과에 비례하는 보수는 사람을 독하게 달려들게 만드는 유인책으로 가장 실용적이다. 보상이 가장 즉각적이고, 막대하기까지한 곳이 헤지펀드다. 헤지펀드는 금융권에서 수십년 경력을 쌓은 금융맨들의 최종 회귀지가 되고있는 PEF(Private Equity Fund)보다 보수 주기가 빠르다.

이 대목에서 금융시장에서 30여년 잔뼈가 굵은 한 운용사 대표의 경험을 옮겨본다. 외국계 증권사 리서치 헤드로 있던 시절의 이야기다. "새벽에도 전화오는 곳은 헤지펀드 매니저 뿐이었다. 뮤추얼 펀드 매니저들은 나인 투 식스(9시부터 6시까지 일하기)다."

헤지펀드의 성과가 특별한 것도 결국 사람의 힘이라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자산 시장이 주는 투자 기회는 공공재다. 누가 얼마나 먹느냐는 누가 얼마나 노력하는가에 비례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형 헤지펀드의 매니저는 월급쟁이 뮤추얼펀드 매니저와 다를바 없다. 대부분 운용사가 매니저 성과보수 지급을 시스템화하지 않고 있다. 운용사에 소속된 다른 매니저와 역차별 문제를 고려하면 큰 차이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격요건을 따지기보다 하고 싶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게 본래의 '헤지펀드'다. 창의적 금융이 한국 시장에서 어려운 이유, 한국형헤지펀드가 잘 대변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김경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