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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프라 하이브리드債, 회계상 자본 분류 될까 상환의무 존재 여부·만기연장 가능성이 주요 변수

임정수 기자공개 2012-09-07 16:17:23

이 기사는 2012년 09월 07일 16: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반기업 신종자본증권(이하 하이브리드채)이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려면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할까. 하이브리드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기업과 금융업계의 눈이 두산인프라코어를 주목하고 있다.

올해 상법이 개정되면서 금융회사가 아닌 일반 기업도 하이브리드채권 발행이 가능해졌지만, 상당 수 기업들이 회계상 자본분류에 대한 확신이 없어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 두산인프라코어 하이브리드채가 자본으로 분류될 경우 다른 기업들의 모델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CJ제일제당이 사모로 하이브리드채권을 지난 4월 발행한 사례가 있지만, 국내 본사가 아닌 인도네시아법인을 통해 아리랑본드 형태로 발행된 특수한 경우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 하이브리드채권 발행을 추진 또는 검토한 기업으로는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팬오션 롯데건설 등. 두산인프라코어 외에 이들 기업 역시 하이브리드채를 발행하려는 이유는 무보증 회사채와 달리 자본으로 분류돼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거나, 제3자 유상증자와 달리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에 은행들이 발행하는 하이브리드채권의 조건은 일반 기업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특히 바젤3에서 요구하는 것처럼 보통주 다음으로 후순위성이 확실해야 하고, 만기가 없거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하이브리드채의 기본 속성에 충실해야 한다. 최근 은행들의 후순위채 또는 하이브리드채권 발행이 자취를 감춘 것도 이 같은 조건을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두산인프라코어 하이브리드채는 지금까지 알려진 조건만으로 볼 때, 그 실질이 자본성이 제로(0)에 가까운 차입금으로 인정되고 있다. 결국 금융감독원과 회계기준원, 회계법인 등 유관 기관들의 해석에 따라 결과가 갈리겠지만 이들이 금융회사처럼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면 회계상으로는 자본으로 분류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관측이다. 회계상으로는 자본, 실질로는 부채(차입금)이 되는 셈으로 거래 상대방인 기업과 투자자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다. 기업은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어 좋고, 투자자는 회사채처럼 꼬박꼬박 이자를 받으면서도 일정한 기간이 경과한 후 원금 상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감독당국 등, 은행보다 관대한 잣대 적용 가능성…자본성 없어도 회계상으로는 자본 분류될 수도

두산인프라코어는 현재 5억 달러 규모의 외화표시 하이브리드채 발행을 추진 중이다. 보다 구체적인 다른 조건이 있을 수 있지만 알려진 대강의 구조로는 △후순위가 아닌 선순위채와 동순위 특약이 있고 △풋옵션이 있으나 상환 의무가 두산인프라코어가 아닌 특수목적회사(SPC)에 있으며 △발행 후 5년간 산업은행 등이 신용공여를 제공하고 △5년이 지난 시점에 두산인프라코어에 콜옵션이 부여돼 있으며 △콜옵션이 행사되지 않을 경우 400bp 가량의 금리 상향(Step-up) 약정이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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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프라코어가 은행이라면 이 채권은 발행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후순위성이 있어야 한다는 하이브리드채의 전제에 어긋날 뿐 아니라 콜옵션과 함께 높은 스텝업 조항이 존재해 사실상 콜옵션이 부여된 시점에서 상환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또 투자자에게 제공한 풋옵션이 두산인프라코어가 아닌 SPC에 행사된다고 해도, 만약 SPC가 연결회계 대상이라면 자본으로 분류될 수 없다.

이 같은 이유로 신용평가사 등 금융시장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의 하이브리드채를 자본성이 없는 5년 만기의 보증채권이라고 보고 있다. 5년 후 콜옵션은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깝다고 해석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금융감독원 등은 일반기업 하이브리드채의 회계상 분류에 대해 은행보다는 덜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설사 자본성이 부족하다고 해도 회계상으로는 자본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두산인프라코어와 주관사들이 하이브리드채 발행일정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도 감독당국 등의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으로 짐작되고 있다.

금융시장의 한 관계자는 "빠르면 9월말 늦어도 10월 중에는 하이브리드채 발행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로 발행되지만 S&P나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을 받을 계획이 없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두산인프라코어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금융당국과 회계법인이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하도록 용인하느냐 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 콜옵션 행사, 강제인가 권리인가…30년 만기, 연장 가능한가

금융감독원은 상환순위(선순위·후순위)만으로 자본 분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고 실제 계약 조건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환순위는 기업이 파산했을 경우 변제 순위를 따지는 것인데 회계기준은 계속기업(going concern)을 전제로 하는 회계원칙이라는 점에서 서로 다르다는 견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의 경우 '하이브리드채권은 후순위여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어 규정(룰: rule)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일반기업은 룰이 정해져 있지 않아, 계약의 실제 내용을 통해 회계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에서 발행된 하이브리드채는 대부분 후순위 지위에 있다"면서도 "해외 발행 사례를 포함해 여러 요인을 폭넓게 검토하겠지만, 하이브리드채권의 계약 조건이 건 별로 모두 다르기 때문에 해외 사례도 절대적인 기준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회계기준원 관계자도 "두산인프라코어의 하이브리드채권이 선순위라면 선순위 조건과 연결된 계약 내용의 실질이 회계적인 판단의 잣대가 될 것"이라며 "선순위냐 후순위냐가 회계적으로 부채냐 자본이냐를 판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반 기업에게 좀 더 관대한 기준이 적용된다면, 하이브리드채의 회계상 자본 분류 여부는 '계약조건'으로 5년 후 콜옵션 행사가 강제사항인지, 만기(30년)를 연장할 권리가 '어느 정도' 인정되는지, 풋옵션 의무자인 SPC가 연결회계 대상인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SPC가 연결대상이라면 자본으로 분류될 여지가 거의 없다. 회계기준원 관계자는 "계약 조건 상 상환의무를 부담하는 주체에 따라 자본 분류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실질적인 상환의무가 없다면 자본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투자자 풋옵션의 상환 의무를 가진 SPC가 연결 대상에 포함된다면 은행의 신용공여가 있더라도 부채성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알지 못해,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콜옵션 행사를 '사실상의' 강제로 보느냐, 발행자의 권리로 보느냐 여부와 30년 후 만기연장이 가능한지가 핵심 이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신종자본증권이 자본으로 보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면서도 "IFRS에서는 특정 시점에 상환의무가 있으면 부채, 없으면 자본이라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상환의무를 중심으로 자본 인정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가 하이브리드채 만기가 돌아오는 30년 후에 만기를 연장할 수 있어, 영구채권의 자격을 갖고 있다"면서 "만기 연장이 가능하면 무보증사채와 동순위 채권이라 하더라도 후순위성을 보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 후순위채 발행은 조건은 상당히 까다롭지만, 일반 기업에 은행과 같은 조건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 당국은 하이브리드채를 자본으로 분류할 경우 투자자가 회사의 건전성 개선으로 무조건적으로 해석하지 않도록 여러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채성이 높은 하이브리드채를 자본으로 분류하게 된다면 회사 건전성에 대한 투자자의 오판이 없도록 주석 공시를 통해 관련 내용을 상세하게 공시하도록 하는 등의 별도 장치를 둘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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