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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시장은 부대끼며 큰다

윤영환 크레딧애널리스트공개 2012-11-01 13:53:15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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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12년 11월 01일 13: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장은 위기를 넘어가며 한 뼘씩 성장한다. 위기를 통해 배우기도 하고, 모르는 사이에 커진 것을 비로소 발견하기도 한다. 그런데 성장은 반드시 새로운 과제를 낳는다. 그것까지 넘어서야 진짜로 크는 것이다.

◇ 달라진 부도 이후 풍경

웅진홀딩스와 LIG건설 부도 이후의 진행상황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대개 부도 직후에는 여론이 끓어 오르면서 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이를 방관하는 제도 및 금융구조의 모순, 투자자 보호의 강화 필요성 등이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하지만 그런 관심은 이내 시들해지고, 막상 부도 이후의 논의는 법원과 기업과 은행이 독점하는 가운데, 회사채 투자자들은 무력하게 좌절을 감수해야 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그럴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하나 둘 새로운 사실이 튀어 나오면서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이 날로 확대되었다. 급기야 당국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고, 그룹 최고경영자가 투자자에게 공개 사과하면서 피해 최소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장면을 보면서 깊은 숨을 몰아 쉬었다. 부도채권의 회수율이 높아지겠다는 생각도 잠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 회사채시장에 정통한 미디어의 등장

정치판의 경제민주화 논란이 영향을 미쳤나? 글쎄다. 아니면, 회사채발행절차 정상화의 결과인가? 아직 도입단계(2012.2월 기업실사 의무화, 4월 수요예측 의무화)에 불과한 제도개선을 이렇게 큰 변화와 연결 짓는 것은 비약이다.

기업이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자금조달과 기업공시가 중단되면서 정보공급도 사실상 끊어진다. 언론도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추고 나면 새로운 대중적 관심사로 이슈를 옮겨간다. 이렇게 정보의 물꼬가 잠기면 시장의 관심과 분노도 냉각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 일반 언론과는 코드가 다른 IB 전문매체들이 등장한 것이다. 이들은 떠나지 않았다. 상당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회생절차의 막전막후와 각종 이해당사자의 움직임에 대한 보도와 분석 기사를 경쟁적으로 실시간 쏟아냈다.

새로운 뉴스가 공급되면서 시장의 관심과 분노는 계속 눈금을 높여갔다. 전문가의 분석은 즉각적인 검증을 거쳐 시장의 여론이 되었고, 투자자는 소외된 국외자에서 적극적 참여자로 조직되었다. 이렇게 뜨거워진 여론은 회생절차를 주도하는 법원과 담보채권자에게도 원군이자 압력이 되었다. 그리고 기업회생절차의 틀이 달라졌다.

◇ 증권IB의 시련과 기회

냉가슴을 앓던 증권사에게 언론의 활약은 뜻밖의 원군이었지만, 그렇다고 드러내놓고 반길 수도 없는 상황이다. 우리 IB의 현실이 그만큼 묘하기 때문이다.

투자실패와 관련하여 우리나라는 IB에게 비교적 관대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홍역을 치르는데 무슨 소리냐 싶겠지만, 미국 월드컴(WorldCom)의 사례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2002년 월드컴 도산 이후 회사채(2000~2001년, 169억불 발행) 투자자들의 고소로 인수기관들은 약 60억불의 합의금을 배상했다. 쟁점은 기업실사(Due diligence)의 적정성이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일반투자자에 대한 불완전판매 이슈로 몇 건의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월드컴 사례는 이와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배상의 규모도 엄청났지만, 이슈도 불완전판매가 아니라 기업실사의 적정성이었고, 그리고 소송 당사자도 일반투자자가 아니라 기관투자가였다.

이제 막 기업실사가 의무화된 우리나라의 IB들에게는 무서운 이야기다. 기업실사 시행 전후의 차이는 크다. 인수기관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만큼 책임추궁의 강도도 달라진다. 더욱이 전문 언론의 활약으로 시장의 정보비대칭이 완화되면 투자자의 눈높이와 목소리는 치솟기 마련이다. 그 칼 끝이 어디로 향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시장이 까다로워지면서 IB도 변한다. 위기와 기회가 함께 온다. 리스크 확대에 대응하여 시스템이 고도화되고, 그만큼 서비스가 강화되지만 수수료도 높아진다. 시장의 과점화와 양극화가 함께 진행된다. 일부는 대형화의 길을 가겠지만, 다수는 전문화를 통한 니치마켓에서의 성공을 꿈꿀 것이다. 어느 쪽이던 전문성을 한층 높여야 한다. 고객관리와 상품개발, 그리고 리서치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언론 관계의 키워드도 홍보에서 전문성으로 변한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변화는 시작되었다. 가야 할 길이 아니라 이미 가고 있는 길이다.

"살아남는 것은 강한 종도 아니고 똑똑한 종도 아니고 변화에 적응하는 종이다." - 찰스 다윈 -


윤영환 신한금융투자 크레디트애널리스트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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