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흐름 마이너스 행진…건설 지원 빠듯 매출채권 늘고, 선수금 줄고... 운전자본 부담 '재무융통성 저하'
길진홍 기자공개 2012-11-20 15:38:12
이 기사는 2012년 11월 20일 15: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중공업이 현금흐름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증가의 영향으로 운전자본 부담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매출액 증대에도 불구 선수금 유입이 줄면서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흐름 마이너스 폭이 커졌다.두산중공업은 특히 올해 해외 발전플랜트 수주가 큰 폭으로 줄면서 선수금 유입이 끊기다 시피 했다. 공사대금 장기 미회수에 따른 매출채권 진부화도 부담이다. 임시 방편으로 매입채무를 늘리고, 미수금 회수 노력을 펼치고 있으나 현금흐름 악화를 막기에는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두산중공업의 재무융통성 저하는 자회사인 두산건설에도 적잖은 부담을 주고 있다. 모회사의 현금흐름 악화는 당분간 계열사 지원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두산건설 신용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최근 두산건설 주가 약세는 이 같은 시장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발전플랜트 호조로 매출액 증대…수익성 개선
두산중공업은 외형상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발전부문 매출액 증대에 힘입어 순이익도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9월 말 누적 매출액(K-IFRS 개별기준)은 5조5318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3.94% 늘었다. 순이익은 2180억 원으로 무려 83.92% 증가했다. 매출액의 증가와 더불어 매출원가도 85% 아래를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판매비와 관리비 부담이 완화돼 영업수익성이 개선됐다. 영업이익률은 작년 말 5.92%에 달했으나 9월 말 현재 7.24%로 증가했다.
연결기준 매출액은 6조7247억 원으로 전년대비 17.8% 증가했다. 사업부문 별로는 주력부문인 발전사업 매출액이 5조5230억 원으로 전년대비 38.27% 상승했다. 발전부문에서만 무려 4535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수처리사업 매출액도 6313억 원으로 전년대비 20.46%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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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채권 눈덩이…운전자본 적체
두산중공업은 그러나 실적 호조에도 불구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13조 원이 넘는 수주실적을 거둔 지난 2010년 현금흐름이 1조원을 넘어섰으나 이듬해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올해 들어서도 현금흐름 유출이 지속됐다. 1분기와 3분기 현금흐름이 각각 마이너스 3894억, 마이너스 2662억 원을 기록했다. 9월 말 현재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6564억 원에 달한다. 유무형자산 취득과 판매 등의 투자활동을 통해서도 2832억 원이 빠져나갔다.
현금유출은 외부차입의 증가를 불러왔다. 내부 재원이 한정된 상태에서 부족한 현금흐름을 메우려다 보니 외부차입 늘릴 수밖에 없었다. 작년 말 2조8783억 원에 달하던 총차입금은 9월 말 현재 3조8194억 원으로 불어났다. 영업활동현금흐름 계정에 잡힌 차입금 증가액이 무려 9398억 원에 달한다.
이는 영업활동으로 매 분기마다 순이익을 냈으나 실제로 유입된 돈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히려 현금흐름 유출을 막기 위해 내부 재원을 소진, 현금성 자산의 규모가 3363억 원에서 2959억 원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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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흐름이 악화된 이유는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의 증가로 운전자본 부담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특히 매출채권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두산중공업의 매출채권(초과청구공사 반영) 잔액은 9월 말 현재 1조6002억 원이다. 작년 말 매출채권은 6279억 원에 그쳤다. 올해 들어서만 늘어난 매출채권이 무려 9919억 원에 달한다.
공사대금 회수 지연으로 악성 매출채권도 늘고 있다. 매출채권 잔액 중 연령이 1년을 초과하는 매출채권은 5843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53% 증가했다.
반면 수주감소로 선수금이 줄면서 자금운용의 미스 매칭이 심화됐다. 9월 말 현재 신규수주액은 3조2390억 원으로 전년대비 50% 급감했다. 유럽발 글로벌 경기 불안으로 발주물량 급감과 과당경쟁 등의 영향으로 4조원 가량의 수주 차질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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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추세라면 연간 수주액이 목표치인 10조8000억 원을 하회할 가능성이 크다. 수주 부진으로 인한 선수금 감소 부담을 덜기 위해 매입채무를 일부 늘렸으나 현금흐름 유출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두산중공업은 올 연말 미청구공사를 포함한 매출채권이 대거 회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왕성한 수금활동으로 4분기에만 3000억 원 이상의 공사대금이 유입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결제조건이 악화되면서 단기간 내 불어난 매출채권을 일시에 회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매출채권 증가는 연말 결제가 몰리는 건설업 특성에 기인한 것"이라며 "운전자본 부담을 덜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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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건설 '홀로서기' 모드…일산 제니스 입주 분수령
두산중공업의 현금흐름 악화는 자회사인 두산건설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모회사의 재무융통성 저하는 더이상 계열사를 돌볼 여유가 없다는 얘기가 된다. 글로벌금융 위기 파고를 막아준 든든한 울타리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당분간 두산건설이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산건설은 실제로 전방위 현금조달에 나서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연말, 연초 자금소요에 대비해 유동성을 비축해두라는 주문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두산건설은 회사채 등 차입금 만기에 대비해 4000억 원 가량의 현금을 축적해 두고 있다. 관건은 내년 1분기이다. 2013년 초 입주 예정인 일산 탄현 ‘두산위브더제니스' 준공에 4000억 가량의 공사비가 들어갈 예정이다. 투입자금은 준공 후 담보 전환이 가능한 물건을 획득해 회수가 가능하다. 다만 입주율 저하로 잔금 유입에 차질을 빚을 경우 자금운용에 미스매칭이 발생할 수 있다.
두산건설은 이를 대비해 자산매각 및 유동화,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 등의 다양한 방안을 강구중이다. 시장에서는 그러나 좀 더 현실적인 유동성 확보 계획을 요구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두산건설이 모기업의 지원 없이 자력으로 비축할 수 있는 유동성 규모에는 한계가 있다"며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미분양아파트 할인매각 손실을 감당할 재무여력이 되는지, 또 이를 통해 얼마나 많은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내년 1분기 자금운용의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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