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펀드, 국민연금보다 수익률 좋은 이유는? 벤처투자에 대한 전문성과 사후관리 시스템 영향 커
권일운 기자공개 2013-01-10 14:20:19
이 기사는 2013년 01월 10일 14: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모태펀드 자조합들이 2012년 머니투데이 더벨 리그테이블 청산조합 수익률 상위권에 대거 포진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와 파트너스벤처캐피탈의 청산조합 수익률이 특히 돋보였다. 이들 운용사는 성과보수 지급 기준(통상 IRR 8%)를 훨씬 뛰어넘는 성과를 기록했다.이와는 대조적으로 국민연금이 출자한 펀드들의 수익률은 간신히 플러스(+)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국민연금은 정책적 목적을 고려하기보다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대체투자를 집행한다는 통념과는 다소 동떨어진 결과다.
모태펀드와 국민연금 자펀드의 수익률에 이같은 격차가 벌어진 배경을 똑 부러지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운용사의 실력도 가장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펀드 결성 시기(빈티지)와 규모, 투자심사·사후관리 시스템 등 수익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는 여러가지다.
◇ 국민연금 -모태펀드 수익률...모태펀드가 '압도'
머니투데이 더벨이 2012년에 청산한 벤처조합을 주요 유한책임투자자(앵커 LP) 별로 분석한 결과 모태펀드 자조합들의 수익률이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4년부터 출자사업을 시작한 모태펀드의 자조합은 2011년부터 속속 만기가 도래, 청산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모태펀드 운용사 가운데 스틱인베스트먼트와 파트너스벤처캐피탈의 성적표가 가장 좋았다. 2004년에 결성한 스틱일자리창출펀드와 2005년에 결성한 스틱세컨더리펀드(모태펀드05-08)는 각각 30.2%와 26%라는 IRR을 기록했다. 파트너스3호벤처투자조합과 파트너스2호투자조합은 각각 20%와 13%의 IRR로 청산됐다.
모태펀드의 전신인 다산벤처펀드(DVF)의 실적도 준수했다. HB인베스트먼트가 2005년에 결성한 튜브-다산벤처펀드(DVF-7)투자조합은 12.01%(IRR)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성과보수 지급 기준을 상회할뿐 아니라 국민연금수시출자를 제안할 수 있을 정도의 수익률이다. 플래티넘기술투자의 플래티넘-다산벤처펀드(DVF-9)도 IRR 5.1%를 기록했다.
2005년에 조성된 동양인베스트먼트와 KB인베스트먼트의 국민연금 자펀드 2개도 청산을 완료했다. 동양인베스트먼트와 KB인베스트먼트는 국민연금이라는 초대형 LP의 출자 덕분에 2005년 무렵에 결성한 벤처조합으로는 상당한 규모인 400억 원과 250억 원 짜리 조합을 결성했다.
동양인베스트먼트의 국민연금05-3동양벤처조합은 총수익률(ROI) 5.5%를 기록했다. 약정액이 400억 원에 달해 20억 원 이상을 벌어들인 셈이다. 하지만 운용기간이 7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IRR은 1.1%에 그쳤다. KB인베스트먼트의 국민연금05-6KB벤처조합은 4.19%의 ROI를 기록했다. IRR은 제로(0)에 수렴하는 0.13%다.
벤처캐피탈에게 가장 문턱이 높다고 소문난 LP는 국민연금이다. 일부 정책자금은 수익률이 저조하더라도 출자 목적에 부합하는 투자를 집행했다고 판단될 경우 일종의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오직 '수익률'을 운용사 선정의 잣대로 삼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벤처캐피탈 관리담당 임원은 "국민연금의 '간택'을 받기가 워낙 어려운데다 손실을 냈다가는 다시 출자를 받기 어렵다는 점에서 국민연금 벤처조합 운용사로 선정되는 것은 영광이자 엄청난 부담"이라며 "많은 벤처캐피탈들이 국민연금 출자금이 포함된 펀드에 가장 우선순위를 둘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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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운용사들이 갖은 공을 들이고 있는 현실과는 대조적으로 국민연금 펀드의 수익률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덜 깐깐하다는 평가를 받는 모태펀드의 수익률이 국민연금을 상회했다.
일각에서는 2004년과 2005년 빈티지의 조합은 전반적으로 실적이 좋지 않고 국민연금 출자조합 역시 이같은 경향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스틱인베스트먼트와 HB인베스트먼트, IMM인베스트먼트가 2004~2005년에 결성한 펀드의 청산수익률이 IRR 10%를 상회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부족하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관계자는 "특정 시점에 조성한 펀드의 실적이 유독 좋거나 나쁜 사례가 많다"고 인정하면서도 "출자자의 성격이나 투자 전략이 비슷한 펀드의 경우 빈티지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지만 출자자의 성격이나 규모가 다른 펀드를 빈티지만 놓고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LP별로 수익률에 차이가 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차라리 해당 출자 기관이 사후관리 시스템을 얼마나 잘 구축해 놓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벤처투자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갖고 있는지와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에 따라 실적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벤처조합 출자가 '전공'인 한국벤처투자는 투자관리본부가 자조합 관리를 전담하고 있다. 투자관리본부의 전문인력만 10명이 넘는다. 국민연금은 대체투자실에서 벤처펀드 출자를 담당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전체 운용자산에서 벤처투자가 차지하는 부분은 극히 일부다.
2010년까지 벤처캐피탈 심사역으로 근무한 관계자는 "2005년은 국민연금이 막 대체투자에 눈을 뜨기 시작하던 시기라 제대로 된 운용사 선정과 사후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며 "국민연금이 벤처캐피탈에게 우선손실충당을 비롯한 원금보장 옵션이나 수익률 보장 옵션을 제시하기 시작한 것은 2009년 무렵"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펀드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도 수익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건당 투자 규모가 클 수밖에 없어 한 건의 투자만 실패하더라도 전체 펀드의 수익률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설명이다. 대형 펀드는 비교적 안정 단계에 접어든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수십~수백 배의 '대박'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400억 원 짜리 펀드는 통상 건당 30억~50억 원 규모의 투자를 하는데 여러 건의 '대박'으로 한 건의 투자 실패를 상쇄시키기 어렵다"며 "소형 펀드는 1건의 '대박'이 여러 건의 실패를 상쇄시켜 높은 수익률을 내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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