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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의 2012년, 벤처조합 7개 깨졌다 LP, 경제위기로 지갑 닫아…최대주주 리스크도 주요인

이상균 기자공개 2013-01-10 11:32:59

이 기사는 2013년 01월 10일 11: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2년 한해는 벤처캐피탈에게 그다지 좋지 못한 기억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2011년 2조원이 넘는 금액이 출자된 반면, 2012년에는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여기에 기존에 결성된 조합마저 갖가지 사정이 겹치면서 7개나 반납이 됐다. 적지 않은 숫자다. 벤처캐피탈협회 관계자는 "협회에서는 반납 조합을 해산 조합과 똑같은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정확한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다"며 "하지만 반납 조합 7개가 평소보다 많은 수준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SL·소빅, 최대주주 변경으로 핵심인력 이탈

벤처캐피탈 입장에서 조합 반납은 사실상 최악의 시나리오다. 조합 반납은 크게 자진 반납과 무한책임투자자(GP) 자격을 박탈당하는 것으로 나눠진다. 자의냐 아니면 타의냐의 차이다. 후자인 GP 자격 박탈은 조합 운영 기간 동안 약관을 위반하는 등 결정적인 실책이 이뤄졌을 경우에 이뤄진다. 업계에서도 흔치 않은 사례다. 이런 경우 1년 이상의 기간 동안 출자 신청 자체가 금지되는 패널티가 부과된다. 타격이 크다.

반면 자진반납은 패널티가 나오지 않는다. 평판 하락을 피할 수는 없지만 GP 자격 박탈에 비하면 견딜만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LP들도 웬만해서는 GP 자격 박탈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지는 않는다. 자격 박탈 이전에 GP가 알아서 자진 반납을 하는 모양새를 만들곤 한다.

2012년이 가장 뼈아프게 느껴지는 곳은 SL인베스트먼트다. 지난해 3월 ‘2011 KIF-SLi IT전문투자조합'과 ‘KoFC-SLi Pioneer Champ 2011-2호 투자조합'의 GP 자격을 상실했다. 그동안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IT제조업 분야에서 꾸준한 트랙레코드를 보여준 회사인 만큼 타격이 더욱 컸다.

GP 자격 박탈의 이유는 대표펀드매니저 등 핵심운용 인력의 공백을 메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영수 전 대표와 남기승 전 전무의 이직 탓이다.

소빅창업투자 역시 SL인베스트먼트와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8월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의 문화계정 제작초기부문 운용사로 선정됐지만 이를 자진 반납했다. 당시 모태펀드에서 140억 원을 출자 받아 215억 원 규모로 소빅콘텐츠초기개발투자조합 결성을 추진 중이었다. 조합 반납의 직접적인 원인은 최대주주 변경과 이에 따른 핵심인력의 이탈 탓이다.

소빅창투는 지난해 초 유니온테크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로 지분 구조에 변화가 발생했다. 유니온테크와 유니온테크를 지배하는 특수목적법인(SPC) 워렌인베스트 등이 지분 공개 매수에 나서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이 과정에서 소빅창투를 경영하던 박현태 대표와 이병우 전무 등이 회사를 떠났다. 핵심인력의 이탈로 공백이 생긴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소빅창투가 자진해서 GP 자격을 반납하면서 일정기간 출자 신청을 금지 당하는 등의 패널티는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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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인베스트, 향후 펀드레이징도 쉽지 않아

UTC인베스트먼트는 투자소진율 부진으로 GP 자격을 반납한 사례다. 지난해 8월 보유 중인 ‘KoFC-UTC Pioneer Champ 2010-19호'를 자진 청산하고 정책금융공사에 GP 자격을 반납했다. 이 조합은 UTC인베스트먼트가 지난 2010년 정책금융공사의 1차 정기출자 운용사로 선정돼 결성했다. 세컨더리펀드라는 특성 때문에 존속기간은 5년, 투자기간은 2년6개월로 짧은 편에 속한다. 여기에 UTC인베스트먼트의 심사인력이 이탈하면서 투자소진율이 너무 떨어졌다. 2년간 1개 기업에 25억 원을 투자한 것이 전부였다. 약정액 200억 원 중 12.5%를 소진하는 데 그친 셈이다.

UTC인베스트먼트는 겉으로는 자진 반납의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 GP 자격을 박탈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책금융공사는 향후 1년 동안 UTC인베스트먼트의 벤처부문 출자 신청을 제한했고 관리보수(약정액 200억 원 이하는 2.5%)도 일부 회수했다. KoFC-UTC Pioneer Champ 2010-19호에서 투자한 기업의 주식도 UTC인베스트먼트가 고유계정을 통해 인수했다. 투자 당시보다 2배 이상 높은 기업가치로 떠앉았다. 강도 높은 패널티를 부과한 것이다.

리딩인베스트먼트도 지난해 11월 '리딩 NEW-GEN 글로벌 콘텐츠 투자조합'의 GP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 펀드는 국내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400억 원을 출자해 최종적으로는 1350억 원 규모로 조성하려 했다. 지난해 4월 GP로 선정된 리딩인베스트먼트는 1차 마감시한을 3개월이나 연장했지만 결국 LP 모집에 실패했다.

펀드 결성 실패의 가장 큰 요인은 리딩인베스트먼트의 ‘대주주 리스크'였다. 최대주주인 리딩투자증권과 계열사 W저축은행이 각종 구설에 휘말리면서 참여 의사를 타진했던 LP들 가운데 상당수가 출자에 난색을 드러냈다. 평판을 중요시하는 LP들이 ‘리딩' 브랜드에 불신을 갖게 된 것이다. 후폭풍은 컸다. 문화부를 대신해 GP 선정을 담당한 모태펀드는 리딩인베스트먼트의 GP 자격을 박탈한데 그치지 않고 1년간 출자 자격을 제한했다. 벤처캐피탈 업계에서는 리딩인베스트먼트의 향후 펀드레이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트랙레코드 좋다면 타격은 적어

조합을 반납하기는 했지만 타격이 미미한 경우도 있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지난해 9월 문화콘텐츠강소기업펀드 운용사로 선정됐다. 문화부에서 108억 원, 기업은행에서 50억 원 등을 출자 받아 최소 200억 원 규모로 '한국투자 문화콘텐츠강소기업펀드 제21호'를 결성할 방침이었다. YG엔터테인먼트 투자로 대박을 터트린 한국투자파트너스의 트랙레코드가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조합도 결성하기 이전에 한국투자파트너스와 LP간에 마찰이 발생했다. LP들은 일정 비율 이상의 프로젝트투자를 요구했지만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자신들이 강점을 가진 지분투자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양측의 입장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지난해 11월 GP 자격을 자진 반납했다. GP 자격 반납의 이유가 LP 모집 실패, 투자소진율 부진, 핵심 운용인력의 이탈 등이 아니기 때문에 패널티는 주어지지 않았다. 최근 3년간 연이어 대박을 기록한 한국투자파트너스의 트랙레코드를 감안하면 이번 GP 자격 반납이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DSC인베스트먼트도 비슷한 사례다. 이 회사는 지난해 4월 농식품조합 농림축산업 부문의 GP로 선정됐다. 농업정책자금관리단에서 80억 원, 자사가 16억 원, 교촌치킨에서 64억 원을 출자받기로 했다. 문제는 LOC(투자 확약서)를 발급한 교촌치킨이 발을 빼면서 발생했다. DSC인베스트먼트는 추가 LP 모집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결국 지난해 8월 GP 자격을 반납했다. 메인 LP인 농자단은 향후 1년간 DSC인베스트먼트의 출자 사업을 제한하는 패널티를 부과했다.

하지만 DSC인베스트먼트의 타격은 크지 않다. 이 회사는 주축인 윤건수 대표와 하태훈 상무가 우수한 트랙레코드를 보유하고 있어 펀드레이징에도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회사 설립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운용자산이 300억 원대를 돌파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군인공제회가 200억 원을 출자해주기도 했다. 신생 벤처캐피탈의 한계를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조합 반납의 이유는 다양하지만 공통적인 부분은 있다. 경제위기 탓에 LP들이 출자를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리스크가 높은 벤처조합은 선호도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더욱이 투자 대상이 정해지지 않은 블라인드펀드도 LP들의 결정을 망설이는 주요인으로 작용한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최근 LP들은 벤처조합보다는 PEF, 수시출자 보다는 정기출자, 블라인드펀드보다는 프로젝트펀드 출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경제위기가 닥치면 기업가치가 낮아져 투자기회가 늘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LP들의 지갑을 열기는 더욱 어려워진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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