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건설 묘수풀이…오너일가 사재출연할까 한일시멘트-채권단 평행선...허정섭-허동섭 회장 경영권 지분거래 '열쇠'
길진홍 기자공개 2013-01-24 10:04:49
이 기사는 2013년 01월 24일 10시0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워크아웃 절차를 밟고 있는 한일건설이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고 있다. 대주주인 한일시멘트가 채권단의 자금 지원 요청을 거절한 데 이어 은행들마저 출자전환 불참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한일건설은 목이 마른다. 유동성 고갈로 감자와 자본확충 등의 대수술이 필요하지만 워크아웃을 주도해 온 두 주체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앞날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대로 가면 자본잠식으로 인한 상장폐지를 피할 길이 없다.
한일건설 자본확충이 이처럼 미궁에 빠지면서 오너일가의 사재출연 여부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룹 오너인 허정섭 명예회장과 건설을 맡고 있는 허동섭 회장이 사재출연으로 부족자금을 메울 경우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허 회장 일가의 사재출연은 한일시멘트가 대외 신인도에 미치는 악영향 등을 우려해 섣불리 계열사 지원에 나설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한일시멘트의 경우 전방산업인 건설업 침체와 시설투자부담 등으로 최근 수년간 차입금 의존도가 높아지는 등 펀더멘털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계열 건설사 지원에 나섰다가 자칫 시장에 신용위험을 확대시키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채권단 출자전환을 이끌어내기 위해 그룹의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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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과 허동섭 한일건설 회장은 형제지간으로 창업주인 허채경 회장으로부터 회사를 각각 물려받았다. 이후 둘은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사세를 확장했다. 한쪽은 건설 원자재인 시멘트를 대고, 한쪽은 모회사 재무적 지원으로 일감을 따내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었다.
두 회사 간 유기적인 관계는 지분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2012년 9월 말 현재 허정섭 회장의 한일시멘트 지분은 7.9%이다. 한일건설 지분 4.4%를 보유한 허동섭 회장도 한일시멘트 지분 5.9%를 갖고 있다. 단일주주로는 허정섭 회장 다음으로 많은 지분이다.
이런 이유로 허동섭 회장은 한일건설과 한일시멘트 대표이사를 겸직하기도 했다. 맏형인 허정섭 회장의 지휘 아래 동생이 건설과 시멘트를 오가며 경영을 직접 챙긴 것이다. 외부에 비쳐진 것과 달리 형제 간의 우애도 상당히 두텁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따라서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형제 간 의기투합만 한다면 수렁에 빠진 한일건설을 건질 수 있다. 특히 허동섭 회장이 보유한 한일시멘트 지분은 사재출연 합의를 이뤄내는 데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 안팎에서는 그동안 창업주 직계 가족들이 한일시멘트 지분을 고루 나눠 갖고 있어 경영권 분쟁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허정섭 명예회장으로 다음으로 지분이 많은 허동섭 회장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허동섭 회장이 한일시멘트 지분을 허정섭 명예회장에 맡기거나 넘긴다면 사재출연 합의 가능성이 커진다. 한쪽은 상장폐지 위기에 직면한 회사를 살릴 수 있고, 한쪽은 경영권 우호지분을 확보할 수 있으니 서로 남는 거래다.
걸림돌은 한일건설 지분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는 점이다. 워크아웃 개시 후 대주주 유상증자와 출자전환 등으로 허동섭 회장의 보유 지분이 대폭 줄어든 데다 10대1 무상감자를 앞두고 있다. 허동섭 회장이 굳이 한일건설 지분가치 희석을 앞두고 알짜회사인 한일시멘트 지분을 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그룹 성장의 주역인 한일건설 몰락을 무작정 지켜볼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두 형제의 선택에 한일건설 임직원들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거래를 터 온 다수의 하청업체도 생각해야 한다.
그룹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직까지 허 회장 일가에 이런 얘기가 오고 가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한일건설 무상감자 승인을 위한 채권금융기관 운영위원회 개최가 임박한 상황이어서 사전에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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