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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 확대는 언제 어디서나 옳다

임형섭 한국기업평가 평가기획실장공개 2013-03-19 11:28:46

[편집자주]

신용평가는 자본시장의 중요한 인프라입니다. 단지 신용투자의 잣대에 그치지 않고, 산업/기업의 펀더멘털 뿐 아니라 금융시장의 중요한 변곡점에서 늘 '광산 속 카나리아' 같은 존재입니다. 더벨을 통해 마치 지각 아래 거대한 멘틀 움직임을 꿰뚫어 보는 다양한 크레딧 전문가의 뛰어난 직관을 감상해 보십시요.

이 기사는 2013년 03월 19일 11: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똑같은 신용등급인데 스프레드가 왜 이렇게 차이가 나지? 최근 지방개발공사의 회사채 스프레드를 두고 하는 이야기이다. 일정 시점에 따라 차이는 다소 있을 수 있으나 지방개발공사의 스프레드는 동일한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20~40bp 정도 차이 나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 말들이 많은 지방개발공사의 경우에는 50bp이상 차이가 나는 현상이 일상화되어 버렸다.

2010년 상반기까지 스프레드차이가 10~20bp 수준에 불과하던 것이 2011년 지방공기업의 채권이 특수채에서 회사채로 분류가 변경된 이후 그 차이가 확대되었고, 개별 공사간 차별화 양상도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민간기업에 있어서도 동일 신용등급에서 스프레드 차이는 있을 수 있다(아니 항상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는다. 정보의 소통으로 스프레드가 정상화되든지 아니면 신용등급이 조정되는 등 자연스러운 힐링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이것이 시장의 정보비대칭 해소이다.

따라서 지방개발공사의 스프레드 차이가 장기간 지속된다는 현상은 문제가 있다. 신용등급에 문제가 있든지 아니면 신용도에 대한 과도한 시장에서의 반응 때문인지, 또는 신용등급과는 따로 노는 영역으로 자리매김하여야 하는지 그 원인은 명확하지 않으나 화두를 던질 수 있는 대목이라는 것이다.

1988년 대구도시공사의 설립 이후 2012년 설립된 구리도시공사까지 현재 지방개발공사는 광역자치단체 산하 16개사, 기초자치단체(시군구) 산하 16개사 등 총 32개가 있다. 최근 들어 기초자치단체 산하 지방개발공사가 급증하였다. 이 같은 급증세는 설립 목적인 지자체의 정책 추진 및 수행의 용이성 제고 이외에도 지자체보다는 다소 중앙정부의 통제수준이 다소 낮아 자유도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지방개발공사의 신용등급은 자체상환능력보다 보유 부채에 대한 지자체의 재무적 지원 가능성과 해당지역 내 우선적인 사업지위 등에 근거하여 AAA~AA의 최상위 등급이 부여되고 있다. 이는 공기업의 채무가 적기에 상환되지 않은 사례가 없는 가운데 법률, 제도적 근거에 따른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가능성이 지방개발공사 채무의 적기상환을 보증할 수 있는 수준임을 암묵적으로 감안하였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의 지원가능성이 낮고 재정적으로 독립적인 유럽과 미국과는 달리 단일국가라는 한국의 지방자치제도 특성상 중앙정부의 지자체 지원가능성은 매우 높다. 지방공기업법에서는 '지자체가 공기업이 발행한 사채의 상환을 보증할 수 있고 사업운영을 위해 필요한 경우 보조금을 교부하거나 자금을 장기 대여할 수 있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모두 AAA가 아닌 것은 왜일까? 이는 지방개발공사가 채무불이행 상태에 직면하여 지자체의 지원여력이 여의치 않은 경우 중앙정부의 지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정책적, 경제적 차원에서의 지원 우선순위 및 지자체 및 중앙정부의 의사결정 단계의 시차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프레드 차이는 어디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까? 일단 ①전반적인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른 산업적인 측면 ②지방재정건전성 이슈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개발사업을 주 사업으로 영위하는 특성상 지방개발공사의 매출 및 차입규모는 개발사업에 연동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용지보상 등 선투자부담이 높은 대규모 개발사업을 외부 차입을 통하여 진행하는 만큼 지방개발공사의 차입금은 대부분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른 주요 개발사업의 성과 부진, 사업추진 지연 등으로 인해 지방개발공사의 재무건전성이 날로 저하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음료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를 제외하고 현재 신용평가등급을 받고 있는 15개 광역자치단체 지방개발공사의 차입금은 2005년 4.9조 원에서 2011년에는 28.9조 원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방개발공사의 성격이 건설사라는 점을 착안하여 다소 무리는 있지만 건설업평가방법론을 적용하여 계량지표만을 적용한 지표별 신용등급을 공표한 적이 있다(2010.08). 적용 결과 일부 지방개발공사의 지표가 예상했던 수준보다 낮게 도출되어 리포트 공시후 발행자로부터 상당히 곤혹스러웠다는 후일담이 있기도 했었다.

최근 박근혜정부는 140개 국정과제중 하나로 '지방재정 확충 및 건전성 강화'를 추진한다고 발표하였다. 이와 관련 지방공기업의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하여 지방공사채발행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지방공사채 발행운영기준'을 각 지방공기업에 통보하였다(머니투데이 2.21자). 지방공기업은 2012년 7월 이전까지 500억 원 이상의 경우에 한하여 안전행정부 승인을 득하였으나 지방공기업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300억 원 이상으로 금액이 조정되었고 이번에 용역보고서의 제출 등 발행 절차의 강화와 하이브리드채권 등 발행 통제대상 확대가 이루어진 것이다. 즉 조달 사이드를 엄격화한 것이다.

지방개발공사 스프레드 확대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자체의 재정건전성 이슈가 제기될 수 있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지속적으로 약화되어 2004년 57.2%에서 2011년에는 51.9%수준으로 저하되었다. 지방교부금, 국고보조금 등을 통한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심화는 지자체 재정 구조의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지자체의 문제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1~2년 사이에 지자체 및 지방개발공사의 신용도와 연계된 ABCP가 적지 않게 발행되었다. 즉 지자체 또는 지방개발공사가 지급보증 또는 대출채권매입의무 등 실질적으로 상환해야 하는 우발채무가 증가하였다는 것이다. ABCP가 공시 의무화(신용평가등급의 공시 등 모범규준)가 시행된 올해 2월전에는 이런 유형의 ABCP는 대부분 미공시로 발행되어 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으나, 시장에서는 상당할 것으로 추측만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문제해결의 방법은 없는가? 아니다 없더라도 찾아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대외사정이 악화되면 지방개발공사 및 지자체 재정의 파탄은 불 보듯 뻔하다. 지방개발공사가 부채를 감당할 수 없다면 지자체가 이를 떠안아야 한다. 다소 비약이 심하다고 할지는 모르나 지방정부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어 중앙정부까지 파급을 미친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남유럽의 재정위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라고 남유럽 짝이 나지 말라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우선 문제해결의 방향은 쉬운 데서 답을 찾자. 투명한 정보 공개로 출발하자. 시장은 가능한 한 투명해야, 즉 알아야 해답을 찾아가는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피상적인 우려보다는 위험을 반영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민간 상장회사처럼 정보를 제공할 채널이 엄격하게 마련되어 있지 않더라도(시장에서는 이들 기업의 정보도 충분하지 않다고 한다), 충분한 정보를 시장에 제공하여야 한다. 충분한 정보라 함은 심층적인 재무정보 이외에도 지급보증 등의 우발채무, 사업성, 추진현황 등 질감이 담긴 정보를 포함한다. 어쩌면 정보의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도입된다면 이를 단기간에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2010년 8월 더벨의 Credit Forum에서 지적되었듯이 지방채에 대한 신용평가는 아직도 도입의 환경이 무르익지 않은 것 같다. 지금의 법규나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다. 중앙 정부의 지원 부분이 강조되어 차별화도 용이하지 않고 지방정부의 평가에 대한 저항도 없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시점에서 새삼 지자체 평가를 꺼내는 것은 신용평가사에게 먹거리를 준다거나 소모적으로 평가영역을 확대하자는 차원이 아니다. 지자체의 신용도로 거래되고 있는 금융상품(ABCP)이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유통이 되고 있는 금융상품에 대하여 신용도를 언제까지나 A1으로 막연하게 추측할 수 만은 없다. 그 방법이 지자체의 재무건전성평가등급(Financial Strength Rating)이 되었건 어떠한 형태이든 정보가 생산되어야 시장이 성장, 발전할 수 있다.

지난해 금융위에서 독자신용등급을 추진할 때에도 지자체 및 지방개발공사의 해외기채시의 불이익 등 여러가지 문제가 제기되어 공기업은 은행과 함께 제외되고 검토되었던 적이 있다. 지자체에 대해서는 더욱더 난관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뒷짐지고 있을 수만은 없다. 엄연히 거래되고 있는 금융상품이 있고 향후 어떤식으로 진화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자체에 대한 신용평가 도입 더 나아가 독자신용등급을 바로 도입할 수는 없더라도 시장과의 대화, 미래의 위험요인 제거를 위해서라도 지자체 및 지방개발공사는 정보를 더욱 더 많이, 자주 오픈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를 요구하는 신용평가사를 미워해서도 안될 것이다. 신용평가사는 정보비대칭을 해소하는 중요 관계자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형태가 되었건 시장에서의 리스크를 찾아내고 이를 지속적으로 시장에 전달하여야 하는 것이 신용평가사 고유의 책임이자 의무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의 스프레드 차이를 줄이려면, 아니 미래에 발생할 지 모를 시장경색 등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질서있게 제거해가려면, 지방개발공사, 지자체, 관계기관 및 신용평가사 등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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