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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많은 여성 I-뱅커를 기다리며

김용관 기자공개 2013-03-27 15:14:34

이 기사는 2013년 03월 27일 15: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베스트먼트뱅크(IB) 업계는 터프하기로 소문난 곳이다. 그래서 뱅커 중에는 남자가 대부분이다. 간혹 여자 뱅커가 보이긴 하지만 손에 꼽을 정도다. 외국계 IB로 대상을 넓히더라도 여성 뱅커의 수는 한정적이다. 여성 IB 임원은 눈씻고 찾아봐도 없다. 한때 JP모간 출신의 홍선주씨가 하나대투증권에서 전무로 근무했지만 지금은 IB업계를 떠났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국내 여성 뱅커로는 하진수 우리투자증권 IPO 부장, 김순주 동양증권 IPO팀장(부장), 하미영 한국투자증권 M&A팀장 등이 있다. 거칠기로 유명한 국내 IB업계의 내로라하는 여성 뱅커들이다. 김 부장과 하 부장은 기업공개(IPO)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하미영 팀장은 국내 M&A 부서장 중 유일하게 여성이다. 대부분 뱅커 이력이 10년이 넘는다. 이들의 손을 거친 빅 딜은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이들에 대한 평가도 후하다. 수년째 하진수 부장을 지켜본 문영태 우리투자증권 상무는 "쾌할한 성격은 물론이고 업무에서도 남자 뱅커보다 낫다"고 했다. 임신 중에 1조원짜리 롯데건설 IPO 주관사를 따기 위해 동분서주할 정도로, 업무가 생기면 물불 안가리고 달려든다고 했다. 하미영 팀장이나 김순주 부장 역시 직장 내에서나, 바깥에서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거친 IB업계에서 생존하기 위한 이들의 고군분투는 말이 필요없다. 지금 이 자리까지 올라오기 얼마나 힘들었을까. 여성 뱅커로서 가진 장점에도 불구하고 한계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 가운데 가장 힘든 점은 가사와 육아 그리고 일을 병행하는 것 아닐까.

다른 직종도 마찬가지겠지만 기자 사회도 여풍이 거세다. 성적순대로 뽑으면 전부 여자 기자를 뽑아야 할 정도라는 이야기까지 있다. 실제 후배 여기자들을 보면 대부분 똑똑하고 능력도 탁월하다. 취재도 잘 하고, 기사도 잘 쓴다. 인간성까지 좋다. 하지만 출산과 육아의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회사를 떠나는 후배들을 종종 봤다.

실제 육아 문제는 여성 고용률을 끌어내리는 주범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여성 고용률은 48.4%. 남성 고용률 70.8%보다 22.4%포인트나 낮다. 이유는 단순하다. 출산과 육아로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이 많아서다. 육아 휴직 등 맞벌이 부부를 위한 사회적 인식이 점차 자리를 잡고 있지만 현실적인 장벽은 여전하다.

가장 힘든 시기는 아기가 자라서 초등학교 입학할 때까지 약 5~6년의 기간. 대부분 스스로 밥먹기도 전인 20개월 전후로 어린이집에 보내게 된다. 아직 엄마 품에서 어리광 피우며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할 시기.

아침부터 엄마 아빠와 떨어지는게 싫어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는 자식을 보면 아무리 강한 아버지라도 마음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엄마들은 고민한다. "내가 나쁜 엄마인가, 회사를 그만둬야 하나?" 하지만 직장생활을 그만두기에는 그간 쌓아온 노력과 경험이 아깝기만 하다.

"선배, 결혼하고 애기 낳으면 왜 대부분 회사를 그만두죠? 우리 회사에도 여성 대기자나 관리자가 나와야 되는거 아니에요." 얼마전 조심스럽게 물어보던 후배의 말도 이런 상황에 대한 반감을 깔고 있었다. "육아 문제 등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 같은데"라는 어설픈 대답을 내놓자 "격려는 못해줄 망정 안된다는 말만 하는게 이해가 안된다"고 실망스러워했다.

경상도 촌놈이라 어릴 때부터 남성 중심의 삶을 보고 자라 왔지만 아빠가 되고 나니 육아 문제 만큼은 여성들이 말하는게 옳다고 본다. 개인적인 소원인데 (다른건 다 제쳐두고서라도) 직장맘들이 수시로 자식들을 살펴볼 수 있도록 여의도나 광화문, 강남 등 회사 밀집 지역에 다수의 보육시설을 만들었으면 한다. 국가가 나서든, 기업이 나서든 누군가는 해야될 일이다.

우리 인구의 절반인 여성들이 자식 걱정없이, 경력 단절에 대한 우려없이 일할 수 있다면 국가 경제는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다. 게다가 인구 감소에 대한 우려도 한시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도 여성이 됐으니 이런 정책들을 한번 펼쳐보면 어떨까 싶다.

당당하게 자신의 미래를 그리는 여자 후배가 십수년 후 머니투데이 더벨의 주역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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