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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발굴'에 사활 걸린 벤처 생태계

이윤정 기자공개 2013-04-12 15:23:23

이 기사는 2013년 04월 12일 15: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요즘 벤처투자 시장은 유례 없는 유동성 호황을 맞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창업 및 중소기업 지원 우선 정책 덕분에 공공자금은 물론 일반자금까지 다양한 형태로 공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벤처캐피탈 관계자들에게서 펀딩에 대한 절박함은 찾아보기 힘들다. 올해를 펀드 결성의 해로 이야기하면서도 진행되고 있는 LP의 조합 운영 건에 대해서는 "조합 운용사로 선정되면 좋은데, 안 되면 할 수 없죠" 식의 반응이다. 이번 공모에서 떨어지면 다른 출자자로부터 자금을 받으면 된다는 생각이 큰 것이다.

하지만 투자 집행 쪽은 사정이 다르다. 유동성 증가에 따른 펀드 소진 책임이 무거워진 만큼 투자처 발굴에 대한 경쟁도 커졌다. 투자가가 좋은 결과를 돌려줄 괜찮은 기업을 적극적으로 찾아 다니는 것은 당연한 거지만 요즘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은 '열심히'를 넘어 절박하다는 느낌마저 주고 있다.

더욱이 벤처캐피탈마다 안목은 비슷하다. 어느 정도 투자 매력이 있는 회사라면 벤처캐피탈의 투자 대상 목록에 올려져 있다.

최근에 만난 벤처투자 베테랑 임원은 "요즘 벤처투자 시장에서 '미인은 꽃 뱀'"이라는 말을 건냈다.

재무제표도 예쁘고, 사업 미래도 예쁘고, 제출 보고서까지 다 완벽하면 투자매력도가 높은 회사가 아니라 투자 후 사건·사고 발생 확률이 높은 회사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투자하기 좋은 회사'의 씨가 마른 상황에서 모든 게 투자하기 예쁜 회사가 어느 누구의 손도 거치지 않고 남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더 이상 발 품 팔고 열심히 찾아 다닌다고 해서 괜찮은 기업을 발굴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적극적인 자금 수혈로 벤처캐피탈의 생존 환경이 좋아진 것 같지만 오히려 생존 경쟁은 더 치열해진 셈이다.

결국 자의든 타의든 지금 벤처캐피탈들은 투자 방식을 진화시킬 시점에 와 있다. 좁은 투자처 풀을 얼마나 확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눈·코·입이 모두 예쁜 기업을 찾아 다니는 길거리 캐스팅 식의 딜 소싱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다.

무작정 길거리로 나가 '김태희'를 찾을 것이 아니라 '김태희'로 성형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이 투자처 기근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다. 투자처 저변 확대를 벤처캐피탈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이다.

이제 계산기만 있던 손에 메스를 들 때가 왔다. 미운 오리새끼가 백조로 변해 훨훨 나는 장면을 만들어내야 성공한 벤처캐피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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