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5월 15일 09: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 창업이 열풍이다. 대학생들에게 창업이 유행하게 된데는 넘쳐나는 창업경진대회가 한 몫을 했다. 박근혜 정부가 대선 때부터 '청년 벤처창업 활성화'를 강조하면서 최근 1~2년 사이에 창업경진대회는 급격히 늘었다. 중앙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사기업까지 청년 창업 지원 일환으로 경쟁적으로 개최했다.최근 다수의 창업경진대회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를 만났다. 대학생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참신한 사례를 들을 준비를 하고 창업경진대회에 대해 물어봤다. 하지만 기대와는 정반대의 이야기가 돌아왔다.
"요즘 창업경진대회는 행사를 위한 행사가 됐다"고 말문을 연 그는 창업경진대회 시상을 하다보면 그 얼굴이 그 얼굴이라고 전했다. 상을 탄 학생들이 해당 아이템의 사업화를 위해 쏟아야 할 시간을 다른 창업경진대회 출전에 쏟고 있다는 것이다.
심사위원 맞춤형 제안서 기획에만 시간을 투자, 대회를 돌며 '상 따먹기' 식이 되고 있다며 씁쓸해 했다. 창업경진대회 수상이 취업 자기소개서를 화려하게 꾸미기 위한 수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상황이 된 것이다.
사실 출제자의 의도 파악에 열심인 수험생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똑똑해지는 수험생에 대항해 시험이 변별력을 키워야 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매년 난이도와 문제 유형을 조정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창업경진대회의 취지는 좋은 아이템을 발굴해 이를 사업화시켜 돈 버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창업경진대회는 화려하고 이상적인 아이템 평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제는 사업화, 펀딩의 장으로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줘야 한다. 상을 좇는 게임에서 벗어나 이제는 수상한 아이템을 사업화하는데 가치를 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올해 중소기업청은 창업경진대회 진행을 벤처캐피탈 5곳에 맡겼다. 접수서부터, 선발, 합숙 그리고 마지막에는 각 벤처캐피탈이 선발한 팀 끼리 왕중왕전까지 개최한다. 벤처캐피탈이 선발 전 과정을 책임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창업경진대회가 사업화의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창업 희망 대학생 중에서 다수의 전문 벤처 기업인이 배출되는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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