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7월 05일 08시1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루이스 피구, 루이 코스타, 콘세이상, 누누 고메즈.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은 들어봤을 이름들이다. 바로 2000년 대 포르투갈 축구 황금세대(Golden Generation)의 주역들이다.유럽 축구의 변방이었던 포르투갈은 이들 황금세대의 등장으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다. 1989년과 1991년 세계축구청소년대회 우승 멤버로 구성된 황금세대는 이후 성인 국가대표팀에서도 주축으로 활약하며 포르투갈 축구의 전성기를 이끈다.
특출난 인재들의 동시 다발적 등장과 유소년 때부터 다져온 끈끈한 팀워크, 공동의 목표 의식이 조화를 이루면서 '유로 1996' 8강, '유로 2000' 4강의 기적을 만들어낸다.
황금세대는 더 큰 유산을 남긴다. 황금세대 등장 이후 체계적인 유소년 시스템이 마련되면서 제 2의 황금세대가 찾아왔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도, 페페 (이하 레알 마드리드), 루이스 나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황금세대가 모두 은퇴한 지금도 포르투갈은 여전히 유럽 축구의 강호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STX그룹은 21세기 들어 가장 드라마틱한 성장을 보여준 기업이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재계 순위를 13위까지 끌어올렸다. 대기업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명성도 높아졌다. 당연히 우수한 인재들이 몰렸다.
당시 대학가에서는 'STX'를 이렇게 해석했다. 스펙(Spec)과 토익(Toeic)이 안되면(X) STX에 취업할 수 없다. STX 입사는 다른 취업 준비생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회사 외형이 커지면서 경력직 채용도 많았다. 이미 검증된 인재들이 STX를 찾았다. 그렇게 STX 황금세대가 형성됐다.
하지만 황금세대들이 회사 주역으로 발돋움 하기도 전에 시련이 찾아왔다. 조선과 해양 등 그룹 핵심 사업이 동반 침체에 빠지면서 STX그룹은 매년 수천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결국 재무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채권단에 모든 경영권을 일임, 사실상 그룹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꿈이 꺾인 황금세대는 살 길을 모색하기 위해 회사를 떠나고 있다. 안면을 트고 지내던 그룹 홍보실 직원들도 상당수 이직한 상태다. 개인 역량들이 탁월한 탓에 어느 한 명 빠짐 없이 좋은 직장을 구했다. 그렇게 STX의 황금세대들이 사라지고 있다.
대기업이 갖고 있는 최대 강점 중 하나가 바로 맨파워다. 좋은 회사에 유능한 인재가 몰리고, 유능한 인재가 다시 회사 발전에 기여하면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STX는 바로 이 선순환 구조가 끊기게 됐다. 해운과 조선 업종이 살아나면 STX 역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기간 내 다시 황금세대를 구축하기란 쉽지 않다. 위대한 유산을 잃어버린 대가는 크기만 하다.
영광의 시절은 끝났다. 황금세대는 떠났다. 남아있는 유산도 없다. 모든 것이 원점이다. 과연 미래를 함께 그릴 수 있는 황금세대를 또 다시 찾을 수 있을까. STX의 도전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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