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8월 12일 07: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라이나생명은 1987년 한국에 최초로 진출한 외국계 생명보험사다. 라이나생명의 모회사인 시그나는 1982년 CG와 INA의 합병으로 설립됐다. INA는 1792년 설립된 보험사로, 시그나의 모태로 여겨진다. 모회사가 220여 년 전통의 회사인 것이다.하지만 국내 생보업계에서 라이나생명의 규모는 매우 작다. 24개 생명보험사 중 지난 회계연도 총 자산 기준 22위의 소형 보험사다.
라이나생명의 계정을 살펴보면 특이한 점이 몇 가지 있다. 지난 회계연도 일반계정 기준으로 라이나생명의 보장성 보험 비중은 99.80%. 저축성 보험이 나머지 0.20%를 차지한다.
반면 국내 생명보험사 계정은 라이나생명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저축성 보험 비중이 67.6%고, 보장성 보험 비중이 오히려 작다. 종전 회계연도에도 저축성 보험 비중이 좀 더 많았지만, 쏠림현상은 지난해 세제개편 이슈로 심해졌다.
라이나생명이 다른 보험사와 다른 행보를 보이는 것은 모회사의 확고한 상품 정책 때문이다. 시그나는 본사가 있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계열회사가 보장성 보험에 집중하도록 하고 있다. 다른 보험사와 같은 식으로 파생상품, 저축성 보험 등을 다루지 못하게 한다.
보장성 보험만을 고집하는 라이나생명은 규모가 작아 그간 업계에서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다. 다른 생보사의 경우, 판매 전통 채널인 설계사 비중이 크지만, 라이나생명은 텔레마케팅 채널에 특화된 점도 다르게 여겨졌다.
하지만 일관된 정책을 써온 라이나생명의 존재감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 라이나생명의 지난 회계연도 영업이익률은 9%에 가깝다. 국내 생보사 영업이익률은 2.71%, 비교적 보장성 보험 비중에 무게를 싣는 외국 생보사 영업이익률도 3.77%다.
지난해 저축성 보험은 세제개편 이슈에 힘입어 불티나게 팔렸다. 불황에 외형을 불리려는 일부 보험사의 '절판 마케팅'이 도마에 오르내린 것도 지난 회계연도다. 몸집은 커졌지만 이 다음이 문제다. 팔아놓은 상품에 대해 고객에게 약속한 이자 만큼 돌려줘야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보장성 상품 특성상 갑자기 비중을 늘리기도 어렵고, 사업비를 줄이자니 영업 때문에 이마저도 한계가 있다.
두 하인과 새끼줄이라는 전래동화가 있다. 주인이 하인들에게 자유를 약속하면서 마지막 일이라며 새끼줄을 꼬게 한다. 한 하인은 짚을 굵게 대강 꼬아 한 무더기를 금세 만들어 버리곤 놀러 나갔다. 다른 하인은 가늘고 질긴, 긴 새끼줄을 밤새 만들어 쌓았다. 다음 날 주인은 그동안 일한 대가라며 엽전을 새끼줄에 꿰어 가져가게 한다. 굵고 약한 새끼줄을 잔뜩 만든 하인은 엽전 하나 챙기지 못했지만, 얇은 새끼줄을 만든 하인은 엽전을 가득 실어 떠날 수 있었다.
최근 몇 보험사가 경영 계획을 세우면서 외부 상황 변동에 의존해 갈팡 질팡 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원칙'은 당장의 수익은 얻지 못할지라도 장기적인 결실을 맺게 한다. 220년 전통의 시그나 그룹 모태, INA의 일관된 정책을 되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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