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12월 24일 11: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증권사 리스크 매니저의 절반 이상은 금융당국의 리스크 관련 규제가 과도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용순자본(NCR) 비율 규제와 레버리지 비율 규제가 대표적이다.

머니투데이 더벨이 증권회사 리스크관리책임자(CRO)를 대상으로 실시한 '더벨 리스크매니저 서베이' 결과, CRO의 61%는 NCR 비율 150% 이상~300% 미만이 적정 수준이라고 답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국내에서 영업중인 증권사에 150% 이상의 NCR(Net Capital Ratio) 유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 아래로 떨어질 경우에는 경영개선권고 등의 조치가 이뤄진다. 이외에도 증권사들은 주식워런트 증권(ELW) 상장이나 유동성 공급자(LP), 국고채 전문딜러(PD), 국민연금 거래증권사로 선정되기 위해 250 ~ 400% 수준의 NCR을 유지해야 한다. 이 때문에 지난 9월말 기준 증권사 평균 NCR은 496.8%로 500%에 가까운 수준이다.

A 증권사 관계자는 "NCR 위험액 산출은 자산과 부채에 대한 실질적 위험을 반영하기 보다는 획일적인 기준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정확한 실질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은행 등 다른 금융업종의 규제비율에 비해 과다하기 때문에 최소 자격기준으로 NCR을 적용해 효율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답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NCR 150%는) 은행 기준으로 한다면 BIS비율 12% 정도 되는 수준"이라며 "증권사 리스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장리스크의 변동성을 감안할 때 은행수준(100%) 보다는 일정 정도 버퍼가 필요하나 과다한 버퍼는 자본의 비효율성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 증권사 61%, NCR 150%~200%대 '적정'…"타업권 대비 규제 과도"

금융위원회는 이런 비판을 의식해 지난 16일 적기시정조치 기준을 'NCR 150% 미만'에서 연속 적자 여부와 레버리지 비율에 따라 조정한다고 밝혔다.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동시에 레버리지 비율(총자산/자기자본*100)이 900% 이상이거나 레버리지 비율이 1100% 이상인 회사에는 경영개선권고를, 2년 연속 적자인 동시에 레버리지 비율이 1100% 이상이거나, 레버리지 비율이 1300% 인 회사에는 경영개선요구 조치를 내린다는 방침이다.

NCR만으로 증권회사의 경영전전성을 판단하기 어렵고, 영업활동의 지속 가능성을 본다는 측면에서는 타당한 조치라는 의견도 있지만, 증권사 리스크매니저의 61%는 '적정한 레버지지 비율'을 800% 이상으로 봤다.

우선 총자산 대비 자기자본으로 계산하는 일괄적인 레버리지 비율 계산 방식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증권사의 경우 고객예탁금, 예수금 계정은 위탁업무에 따라 발생되는 계정으로, 이를 포함해 레버리지 비율을 산정하는 것은 실질적인 레버리지 비율이라고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C 증권사 관계자는 "골드만삭스의 경우 2012년 말 기준 레버리지 비율이 약 1239%"라며 "레버리지 규제 시 회사의 리스크 관리 역량과 자산 건전성에 따라 기준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특히 질적인 리스크 수준은 감안하지 않고 단순히 레버리지 비율로만 규제한다면 정상적인 영업활동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RP 영업이나 장외파생영업이 확대되면 증권사의 레버리지 비율이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절대적인 리스크는 증가하지만 실제 운용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회사 건전성과 수익성이 결정된다. 단순히 수치로만 적기시정조치를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중론이다.

D 증권사 관계자는 "일률적인 레버리지 규제는 적정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며 "ELS 등의 발행은 규모의 경제가 확립되어야만 수익을 취할 수 있는 영업영역인데, 사실상 매출액으로 작용하는 ELS 등의 부채를 레버리지 규제에 그대로 적용하면 중소형사는 사실상 ELS 등 발행업무 영업을 지속할 유인이 약화된다"고 지적했다.

증권사 리스크 매니저는 '레버리지 비율 관리 시 2014년에 가장 중점을 두고 리스크 관리를 할 자산군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37%가 파생상품, 16%가 복합금융상품이라고 답했다. 유가증권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26%다. 대부분 RP, 파생결합사채, 파생결합증권 등 재무제표에서 금융상품판매계정에 들어가는 상품으로 레버리지 규제가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과도하게 규제한다는 지적이다.

E 증권사 관계자는 "향후 문제가 되는 적자 수준이나 레버리지 비율 산출방식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가 있겠지만, 현 NCR 기준에 대비해 아주 효율적인 보완 수단이 제시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차라리 LCR을 반영해 개별 자산의 유동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