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항셍 대안, 유럽지수에 눈 돌렸다 [ELS 결산]④쿠폰수익률 높아 마진도 더 챙겨
이상균 기자공개 2013-12-31 11:02:00
이 기사는 2013년 12월 31일 08: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ELS 시장에 새롭게 등장한 기초자산으로는 유로스톡스50(EURO STOXX 50)을 첫 손가락에 꼽을 수 있다. 발행량이 2조 원을 넘어서며 그동안 코스피200과 홍콩항셍중국기업(HSCEI), S&P500이 독점하던 기초자산을 다양화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기존 기초자산의 쏠림 현상을 완화시키면서 투자 리스크를 분산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그런데 유로스톡스50의 부상을 단순히 기초자산의 다양화만으로 해석할 수만은 없다. 그 이면에는 HSCEI의 조기상환 부진과 ELS 운용마진의 감소, 기초자산의 변동성 급감에 대한 증권사의 고민 등이 담겨져 있다.◇외국계IB, HSCEI 대체제로 유로스톡스50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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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증권에 따르면 올해(1~11월) 가장 많이 활용된 기초자산은 코스피200으로 30조4901억 원이다. 그 뒤를 HSCEI(16조9481억 원), S&P500(11조8936억 원)이 이었다. 유로스톡스50은 2조2626억 원 규모로 아직은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가장 최근인 11월만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유로스톡스50 ELS의 발행량은 8380억 원으로 S&P500(5246억 원)보다 3000억 원 이상 많고 HSCEI 발행량(1조5700억 원)의 절반을 넘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유로스톡스50이 국내 시장에서 선을 보이기 시작한 시기가 7월이라는 것이다. HSCEI의 주가 하락으로 조기상환이 줄줄이 연기되던 시점과 일치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HSCEI의 조기상환이 막히면서 외국계 IB들이 유로스톡스50을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ELS를 국내 증권사에 제안하기 시작했다"며 "외국계 IB로서도 ELS 발행이 HSCEI에 쏠리면서 리스크가 높아지고 상환압박이 가중된 점이 부담스러웠던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스톡스50의 부상으로 된 서리를 맞은 것은 닛케이225(NIKKEI225)다. 올 상반기에만 2860억 원(91건)이 발행됐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월별 발행량이 10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엔저 공세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상승 피로감이 겹친 탓이다. 전통적으로 일본 증시의 변동성이 낮다는 점도 시장의 외면을 받은 이유 중 하나다.
◇유로스톡스50 인기지속 여부 미지수…변동성 하락 추세
유로스톡스50이 귀한 대접을 받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유럽증시의 상승 덕분이다. 유럽 경기가 바닥을 찍고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줄곧 상승세를 탔다. 향후 주가 전망도 좋다보니 주가가 50% 이상 하락하는 녹인(원금손실 발생 기준가격) 진입에 대한 우려도 매우 적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가 유독 유로스톡스50에 쏠리는 이유는 이것 뿐만이 아니다. 우선 변동성이 좋아 ELS를 설계할 때 쿠폰수익률이 높다. 국내 증시의 저변동성에 허덕이는 ELS 발행사 입장에서는 최고의 호재다. 증권사 OTC팀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유로스톡스50의 변동성은 코스피200과 HSCEI, S&P500보다 높아 쿠폰수익률이 가장 높게 책정됐다"고 설명했다.
쿠폰수익률의 상승은 국내 증권사 입장에서 마진을 더 챙길 수 있다는 의미다. ELS 쿠폰수익률의 10%를 국내 증권사가 마진으로 가져간다고 가정할 때 코스피200+HSCEI의 쿠폰수익률이 7%라면 국내 증권사는 70bp를 챙길 수 있다. 반면 코스피200+유로스톡스50의 쿠폰수익률이 8.5%라면 국내 증권사가 가져가는 마진은 85bp로 늘어나게 된다.
자본시장연구원 파생상품실 이효섭 연구원은 "유로스톡스50을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ELS가 코스피200+HSCEI ELS보다 마진이 더 높다"며 "증권사들이 2stocks 보다 3stocks ELS 발행을 늘리는 것도 마진이 더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내년에도 유로스톡스50의 인기가 이어질지 여부는 미지수다. 유로스톡스50의 변동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상품기획팀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보통 해당 지수의 과거 180일 변동성을 프라이싱(pricing)해 쿠폰수익률을 책정한다"며 "유로스톡스50의 경우 올해 1~6월까지는 변동성이 상당히 높아졌지만 하반기부터는 축소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내년 상반기부터 유로스탁스50을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ELS의 쿠폰수익률이 하락하게 될 것"이라며 "최근에는 오히려 HSCEI의 변동성이 유로스톡스50보다 더 높게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내년에 HSCEI를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ELS가 다시 증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유로스톡스50을 다시 대체할만한 해외지수는 발굴될 수 있을까. 이 관계자는 "현재로선 외국계 IB도 새로운 해외지수를 활용한 ELS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여러 증권사들이 고민은 하겠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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