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업체, 해외시장 '돌파구' 열릴까 [2014 승부수] 삼성·SK·LG '빅3', 글로벌 공략 시동..새 도약 첫걸음 '촉각'
김장환 기자공개 2014-01-06 10:55:23
[편집자주]
의지(意志)는 역경(逆境)을 이긴다. 기업 환경은 나빠지고 실적이 악화되어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후 5년간 호락호락하지 않은 대외 환경에서도 역경을 이겨내고 새로운 시장을 잡은 기업은 몰라보게 기업의 체질이 달라졌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는 기업에겐 2014년은 도약의 한 해가 될 수 있다. 갑오년, 역동적인 말의 해를 맞아 우리 기업들은 어느 현장에 승부수를 띄울지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13년 12월 31일 10: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2년 7월 말,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관 수십명이 A기업에 들이닥쳤다. 대기업 SI 계열사였던 A 기업의 부당한 일감몰아주기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불시에 이뤄진 현장조사였다. 조사 후 A기업을 포함 계열사에 부과된 총 과징금은 무려 350억 원. 임직원들의 조사방해 과태료까지 겹쳤다.당시 과징금은 대기업집단 내부거래를 제재한 첫 사례였다. 동시에 국내 SI업체들에 '내부거래 해소' 문제를 최대 화두로 던져준 계기가 됐다. 아울러 올해 급속도로 진행된 SI업체의 각종 규제를 알리는 첫 시발점이 된 사건이다.
2013년은 대기업 SI 업체들에게 그야말로 '격변기'에 가까웠다. 55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을 대상으로 공공기관 IT부문 입찰 제한이 시작됐고, 공정위는 내부거래 제한 규정까지 만들었다. 대기업 SI업체들은 국내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졌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안정적으로 끌어오던 내부 일감마저 놓칠 수밖에 없는 궁지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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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유일한 돌파구로 떠오른 것이 바로 '해외시장'이다. 공정위 제재 하에서 해외계열사와 매출 거래가 제외됐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또한 국내 IT '생태계'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만큼 장기 성장을 위해서라도 글로벌 시장을 이제는 빼놓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대기업 SI업체들은 2014년 성장전략의 중심에 하나같이 '해외시장 개척'을 주안점으로 두고 있다. 특히 국내 SI업계에서 매출 기준 소위 '빅3'로 불리고 있는 삼성SDS, LG CNS, SK C&C 등이 선두에 서서 활로 찾기에 나서고 있다. 이들 기업이 제시하는 장기 성장 전략과 해외시장에서의 성공여부는 향후 국내 SI업체 전반을 선도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삼성SDS는 2014년 성장을 위한 핵심 무기로 '해외 물류IT'를 뽑아 들었다. 삼성전자 해외법인을 대상으로 4자물류(4PL) 시스템 체계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배송, 보관, 유통, 가공 등 전통적인 물류업에 IT를 접목시켜 전체 물류 현황에 대한 가시성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올해 들어 이미 직접 개발한 물류 IT 플랫폼 '첼로'를 도입해 삼성전자 해외법인을 대상으로 한 시스템 구축 작업에 돌입했다. 삼성전자의 200여 개 해외법인 및 사무소가 삼성SDS의 물류IT 통합 작업 대상에 포함됐다.
삼성SDS는 2017년까지 삼성전자 해외물류 IT 물량의 100%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당장 내년부터 삼성전자 물량을 급격히 늘리기로 했다. 2014년에는 삼성전자의 총 물류량에서 64%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금액으로는 2조 2000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2017년까지 계획안을 성사시키게되면 삼성SDS는 해외 물류IT에서만 4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된다. 국내 SI업체 중에서 국내보다 글로벌 매출 물량이 더 큰 첫 기업이 되는 순간이다. 2014년 글로벌 성장전략의 첫 시작은 그만큼 삼성SDS에 중요한 시점이다.
SK C&C 역시 내년도 사업안의 핵심은 해외시장 확대에 있다. 올해 들어 제시한 '4th To-Be' 계획안만 보더라도 그 중심에는 글로벌 시장 개척이 자리잡고 있다. 2015년까지 해외시장에 초점을 맞춘 성장전략을 통해 새로운 모습의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중국, 인도, 네덜란드 등 전 세계 19개에 그치는 진출국을 향후 3년간 크게 늘려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SK C&C의 경우 선진시장을 떠나 동남아시아 등 신흥지역에서 연이은 수주 결실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 모멘텀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다. 올해 들어 투르크메니스탄과 몽골, 방글라데시 등 정부를 상대로 대규모 사업을 따냈다. 다양한 국가에서 수주에 성공하면서 향후 글로벌 성장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SK C&C는 IT 업종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사업 다각화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IT업종과 다소 동떨어진 SK엔카(엔카네트워크), 인디펜던스 등을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일이다. SK엔카는 올해 5000억 원대 매출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SK C&C의 '내부거래' 부담을 크게 줄여주는 핵심 사업체로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LG CNS는 2014년을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보여주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다짐이다. LG CNS의 내년 계획안의 핵심은 북미, 중국, 일본 등 해외시장에서 보다 적극적인 외연 확대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사우디 등 중동 지역도 집중 공략 대상지에 포함돼 있다. 공장설계 컨설팅과 구축, 운영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국내 최초의 공장구축 통합 시스템인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을 주요 아이템으로 삼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작된 대규모 수주 자체가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2012년 초 콜롬비아 정부로부터 3000억 원대 달하는 '보고타 교통카드' 사업을 수주하고, 이후 10월 1400억 원 규모의 콜롬비아 도시철도 통신시스템 구축사업을 따냈다.
LG CNS의 과거 사업 수주가 대부분 국가 기간산업을 토대로 하고 있다는 점은 글로벌 진출 성사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LG CNS의 경우 국내에서 역시 내부 일감 보다는 공공기관 사업을 토대로 성장세를 유지해왔던 곳이다. 그만큼 해외 진출시 대규모 국가 기간 사업을 수주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고 있는 국내 몇 안되는 업체라는 점이 기대를 모은다.
이처럼 소위 빅3 SI업체들은 2014년 성장 전략의 중심에 '글로벌'을 두고 있다. 각사별로 다른 전략과 다른 현실을 마주하고 있지만, 2014년이 새로운 도약기의 첫 걸음마 단계라는 점은 큰 차이가 없다. 이들이 제시한 글로벌 성장전략과 성사 여부는 국내 시장에서 한계상황에 봉착한 SI업체들에게 새로운 '빛'이 될 수도 있다. 빅3 SI업체들의 2014년 글로벌 성장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을 끄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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