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역사 백화점, 이젠 '아웃렛·복합쇼핑몰' 大戰 [2014 승부수] '신성장 동력' 잇딴 출점 예고...신규고객 잡을 키워드로 급부상
신수아 기자공개 2014-01-06 10:56:16
[편집자주]
의지(意志)는 역경(逆境)을 이긴다. 기업 환경은 나빠지고 실적이 악화되어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후 5년간 호락호락하지 않은 대외 환경에서도 역경을 이겨내고 새로운 시장을 잡은 기업은 몰라보게 체질이 달라졌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는 기업에게 2014년은 도약의 한 해가 될 수 있다. 갑오년, 역동적인 말의 해를 맞아 주요 산업과 기업의 새해 승부수를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13년 12월 30일 15: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 1929년 우리나라 최초의 백화점이 등장했다. 최초의 타이틀을 단 '미츠비시백화점 경성지점'은 영화관과 곡마단 등이 빼곡히 들어선 경성의 '낙천지(樂天地)'에 위치했다. 백화점은 경성 중심부에 위치해 우수한 집객력을 갖췄음은 물론 유흥을 즐기는 당시 상류층 사람들 사이에 화젯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구색을 갖춘 '모던' 양풍(洋風)의 '모던걸과 모던보이'들은 백화점에서 그들만의 풍요를 누렸다고 전해진다.그 후로도 80여 년 간 백화점은 교통의 요지를 차지하며 쇼핑의 메카(mecca)이자 만남의 장소로 각광받았다. 백화점의 고급스런 이미지는 '부(富)'의 상징이었고 화려한 외관은 야경을 수 놓았다. 롯데쇼핑·신세계·현대백화점 3강 구도의 백화점 업계는 가파른 성장세를 구가하며 소비문화를 이끌었다.
그러나 2013년 백화점 업계는 요동치고 있다. 2011년 11.36%, 2012년 5.53%, 2013년 2.77%로 매년 가파르게 쪼그라들고 있는 백화점 성장률은 변화를 요구했다. 2012년 소비침체 속에서도 신규 출점을 감행했던 유통 공룡의 자신감은 이제 새로운 형태의 쇼핑몰로 향하고 있다
2014년 성장의 승부수는 트렌드의 변화 속에 있다.
◇ 백화점 출점은 '파이 뺏기' 게임...'아웃렛'으로 성장 브릿지(Bridge)를 건너라
앞서 2012년 롯데백화점은 평촌점을, 신세계는 의정부점을, 현대백화점은 충청점을 각각 문 열었다. 2013년이 되자 유행가처럼 '아웃렛'의 출점 소식이 울려 퍼졌다. 백화점 업계는 기존의 고급 이미지를 놓칠세라 '프리미엄·교외형·도심형'이란 단어로 기존 아웃렛과 차별화를 꾀했다.
롯데쇼핑은 2013년 한 해 이천 프리미엄 아웃렛을 비롯 총 3개의 아웃렛을 출점했으며, 신세계는 부산 프리미엄 아웃렛을 오픈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내년 김포에 프리미엄 아웃렛 개점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아웃렛은 올 한해 백화점 업계의 떠오르는 성장동력으로 주목 받았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롯데와 신세계가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을 두고 벌인 법정 싸움은 현재 백화점 업계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면서 "백화점은 위치 및 교통에 따라 매출이 극명하게 갈리는 업태로 이미 수도권을 비롯 지방 도시의 주요 요지에는 빅3(Big 3 롯데·신세계·현대)의 백화점이 안착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즉 백화점의 신규 출점은 경쟁사간 제로섬(Zero-sum) 게임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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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렛은 대도시나 도시 중심에서 벗어난 위치에 대규모로 지어진다. 현재 포화된 백화점의 자리 싸움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영역을 구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파주와 이천, 여주 등지에 자리 잡은 롯데와 신세계의 프리미엄 아웃렛이 그 단적인 예다.
또 다른 유통 업계 관계자는 "불황이 깊어질 수록 백화점보다 최소 30~70%까지 저렴하게 상품을 제공하는 아웃렛이 각광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경기의 사이클 마다 주력 유통채널이 존재하게 마련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저성장국면에서는 아웃렛이나 드러그스토어, 복합쇼핑몰 등이 부상한다는 설명이다.
아웃렛은 상대적으로 '가격' 친화적인 업태다. 고가 브랜드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과시 지향적 소비가 늘어나면서 명품·의류·화장품 등에 대한 소비 욕구도 대폭 증가했다. 그러나 2000년 대 후반 불어닥친 경기 침체와 맞물리며 '저렴한 가격'에 대한 욕구도 함께 커졌다. 아웃렛은 이처럼 백화점이 경쟁력을 상실한 고객을 흡수할 수 있는 업태인 셈이다.
지난 2008년 광주 월드컵점을 시작으로 아웃렛 사업에 뛰어든 롯데쇼핑은 올해 아웃렛(총 10개) 총 매출이 1조 원을 넘어섰다. 또한 2008년 프리미엄 아웃렛의 포문을 열었던 신세계는 올 한 해 부산과 여주, 파주에 위치한 세 곳의 프리미엄 아웃렛으로 총 매출이 8000억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가시적인 성장성이 2014년의 전망도 밝게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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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관계자는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아웃렛은 2014년에도 백화점 패션 브랜드 고객의 소비 창구로 성장할 것"이라며 "특히 접근성과 보유 브랜드를 두고 경쟁 업체간 치열한 싸움이 예견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쇼핑은 내년 상반기 고양과 구리에 도심형 아울렛 출점을 앞두고 있으며, 현대백화점 역시 김포에 프리미엄 아웃렛을 개점할 예정이다. 신세계는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의 규모를 2배 가까이 확장하고 시흥과 대전지역에 추가로 아웃렛을 개장할 전망이다.
◇ 기존점 활용도 극대화...'복합쇼핑몰'도 뜬다
백화점 업계의 생존전략은 아웃렛 출점에 그치지 않는다. 2014년 아웃렛의 출점만으로는 백화점 전체의 성장을 견인하기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규모나 입지 측면의 한계는 물론 백화점의 패션 고객을 아웃렛이라는 낮은 마진의 새로운 유통 채널로 이전하는 효과만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연우 대신증권 연구원은 "아웃렛의 경우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고 있지만 진입장벽이 낮은 특성상 경쟁강도가 강해질 수 밖에 없고 본업과의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 기업의 자기잠식 또는 제살깎기를 표현하는 경제용어)에 대한 우려도 생겨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주목받는 것이 '복합쇼핑몰'이다. 최적화된 입지를 갖춘 기존 점포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신규 고객도 유치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췄다. 단순히 상품만 판매하는 형태가 아니라 여가와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보강된 대규모의 쇼핑몰은 이미 소비자로부터 검증을 끝낸 유통 채널이기도 하다.
도심형 복합쇼핑몰로 개발된 신세계 강남점·롯데 잠실점·현대 무역센터점 뿐만 아니라 도심형 쇼핑센터 기능을 갖춘 코엑스몰이나 센트럴시티, 도심형 쇼핑몰의 형태로 만들어진 여의도 IFC 등은 이미 쇼핑과 지역 명소로 이미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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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연구원은 "(복합쇼핑몰은) 백화점을 대체해가며 새로운 시장 구도를 만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소규모의 여러개 점포보다는 대형화된 1개 점포가 더 많은 고객과 지역을 커버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 점포 중에서 확실한 상권을 기반으로 대형화되어 있는 점포들만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으며 경쟁에서 밀려난 점포는 향후 대규모의 복합쇼핑몰이나 아웃렛에 고객을 뺏기게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복합쇼핑몰은 기존의 백화점과 역사 등 출점지를 활용, 여가 기능은 물론 다양한 형태의 유통 채널을 접목시켜 규모의 경제화를 이뤄야 한다. 기존 점포들의 리뉴얼은 물론 향후 출점 점포들은 현재까지와는 전혀 다른 규모와 콘텐츠의 보강이 요구되는 이유다.
백화점 업계의 관계자는 "이미 백화점 업계는 복합쇼핑몰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선정했다"며 "경쟁사 대비 차별화를 이루기 위한 '랜드마크' 구축 전략은 향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쇼핑은 송도와 파주, 수원, 동부산 등지에 복합쇼핑몰을 2017년까지 순차적으로 완성해갈 예정이며, 신세계 역시 경기 하남, 의왕, 고양 삼송, 인천 청라에 2016년까지 차례로 복합쇼핑몰을 열 예정이다. 현대백화점 또한 2015년 판교점을 여가기능이 접목된 복합쇼핑몰 형태로 개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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