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건설명가' 명성 되찾는다 [2014 승부수] 중남미 다운스트림 시장 공략…그룹사간 시너지 확대
길진홍 기자공개 2014-01-10 08: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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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意志)는 역경(逆境)을 이긴다. 기업 환경은 나빠지고 실적이 악화되어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후 5년간 호락호락하지 않은 대외 환경에서도 역경을 이겨내고 새로운 시장을 잡은 기업은 몰라보게 체질이 달라졌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는 기업에게 2014년은 도약의 한 해가 될 수 있다. 갑오년, 역동적인 말의 해를 맞아 주요 산업과 기업의 새해 승부수를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14년 01월 08일 14: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혁신적인 공법 개발과 환경 에너지 건설역량 강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가야 한다."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건설부문 역량 강화를 강조했다. 정 회장이 2011년 현대건설 인수 후 신년사를 통해 공개적으로 계열 건설사의 특정 사업 발굴을 주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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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과당경쟁이 심화되면서 사실상 해외사업 확대를 지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건설 인수 4년차에 들어서면서 건설부문 운영에 대한 방향키를 잡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건설 경영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현대로템 등 그룹사 간 시너지 확대를 위한 협력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 피인수 후 투명경영 주력
지난 2011년 현대건설이 현대차그룹에 넘어갈 당시 장밋빛 전망이 잇따랐다. 증권가에는 그룹 글로벌 네트워크와 현대건설 시공 노하우 결합으로 시장 진출이 늘고, 시너지 효과가 증대될 것이라는 보고서가 연일 쏟아졌다.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현대건설의 주가는 연일 상승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이후 현대건설의 행보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직후인 2011년 연간 해외 수주 실적이 47억 달러로 전년 대비 반토막 났다. 수주 텃밭인 중동지역 신규 수주가 10억 달러를 겨우 웃돌았다. 베트남,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일부 대형 프로젝트 수주로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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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가 줄어든 이유는 현대차그룹이 보수적인 영업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투명경영을 강조하면서 곳곳에서 수주에 제동이 걸렸다. 기존 관행을 깨고,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잡음이 잇따랐다. 국내 턴키시장에서는 함께 호흡을 맞추던 사업 파트너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내부에서도 일감 확보에 비상이 걸린 영업부서와 재무라인 간 마찰이 심화됐다.
무엇보다 수주물량이 급감하면서 성장 정체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됐다. 외형이 축소되면서 더는 건설시장을 호령하던 현대건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주가도 연일 약세를 면치 못했다. 시장에서는 현대건설이 단순 그룹 계열사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중남미 교두보 해외 시장 복귀
업계의 우려는 그러나 기우에 그쳤다. 현대건설은 이듬해 해외 수주액이 100억 달러를 넘어서며 화려하게 복귀한다. 2013년에도 해외에서 100억 달러 일감을 확보해 업계 최초로 해외 건설 누적 수주액이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2년 연속 해외에서 100억 달러 이상의 수주를 올리며, 글로벌 기업으로 안정 궤도에 올라선 모습이다.
수주확대는 중동을 벗어난 지역 다변화 정책이 주효했다. 과당경쟁을 피해 지역을 넓혀 마진이 높은 양질의 사업 수주에 주력했다. 자본력이 딸리는 발주처에 금융주선을 지원하는 등 틈새를 파고들었다. 특히 중남미 진출은 최대 성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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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 가운데 중남미 물량이 전체 14.5%에 달한다. 수주규모가 15억 5945만 달러에 달하는 베네수엘라 정유공장을 비롯 콜롬비아 베요 하수처리장, 우루과이 복합화력발전소 공사 수주가 잇따랐다. 과당경쟁을 피하고 금융주선을 제공해 10%이상의 수익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에도 중남미 수주 비중이 21%에 달했다. 반면 중동지역 수주 물량은 해마다 줄고 있다. 현대차그룹에 인수되기 전 2010년 중동 물량이 87%에 달했으나 2012년 54%, 2013년 34%로 해마다 줄고 있다.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이후 최근 3년간 완전한 지역 다변화를 이룬 것으로 볼 수 있다. 공종별로는 플랜트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다. 작년 수주액의 69%가 플랜트 부문에서 나왔다. 석유화학 플랜트 부문 시공 노하우를 기반으로 한 시장 확대 정책이 실효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과당 경쟁을 피한 틈새시장 발굴 노력으로 외형확대와 수익률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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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수주 100억 달러 시대…그룹사 시너지 확대
현대건설은 올해도 해외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베네수엘라를 교두보로 삼아 중남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강점인 석유화학 다운스트림 시장을 중심으로 지역 업체와 연계도 강화한다. 이밖에 국내외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라크 시장 진출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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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면 해외에서 안정적으로 해마다 100억 달러 이상의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사업물량을 더하면 수주액이 15조 원을 웃돈다. 연간 10조 원 이상의 매출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해외 악성 현장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영업이익률도 회복될 조짐이다. 대표적인 저수익 사업장인 쿠웨이트 KOC 파이프라인과 UAE 보르쥬 사업장이 올해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이들 사업장에 지난 2년간 쌓은 충당금이 무려 4000억 원에 달한다. 손실 선반영으로 해외사업 진출 부담을 덜게 됐다.
중장기적으로 그룹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 발굴에도 나선다. 관계사인 현대로템 등과 공동으로 해외 제철공장, 광산 개발 입찰에 참여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이어 해외사업에 강점이 있는 기업과 인력 확보를 위한 투자도 대폭 늘릴 예정이다. 풍부한 시공 노하우와 수출금융을 접목할 경우 신시장 개척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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