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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보젠코리아, '변형 LBO'로 근화제약 현금 빼가나 美 계열사 무형자산 넘기고 499억 챙겨..'먹튀' 논란

문병선 기자/ 장소희 기자공개 2014-01-20 07:02:00

이 기사는 2014년 01월 17일 15: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약 1년 전 근화제약을 인수했던 다국적 제약업체 알보젠코리아가 미국 계열사 자산을 국내 피인수기업(근화제약)에 팔기로 했다. 알보젠 그룹 입장에선 계열사 자산을 왼쪽 주머니에서 오른쪽 주머니로 옮긴 거래일 뿐이지만, 근화제약 입장에서는 수익이 확실치 않은 무형자산을 받고 그 대가로 모회사의 계열사에 막대한 현금을 지불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알보젠코리아가 근화제약 인수대금을 회수하기 위한 일종의 변형된 차입매수(LBO)에 나섰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 기업이 자기자본을 들이지 않고 피인수기업의 자산을 지렛대 삼아 인수자본을 조달하는 기법으로, 추후 '먹튀' 논란으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17일 근화제약에 따르면 근화제약 최대주주인 알보젠코리아는 미국 계열사인 알보젠파인브룩(Alvozen Pine BROOK, Inc)이 소유하고 있는 부프레놀핀(길항성 진통제)과 ALV-21(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등 두 가지 의약품의 지적재산권 및 판매권한 등을 약 499억 원에 근화제약에 양도키로 했다.

알보젠코리아는 2012년말 근화제약을 인수했다. 장홍선 극동유화 대표 등 당시 대주주였던 장씨 일가가 보유하던 근화제약 주식 84만 7730주를 주당 3만 210원에, 총 272억 원을 주고 매입했다. 아울러 근화제약의 제3자배정 유증에 참여해 162만 9995주를 주당 1만 4000원에, 총 228억여 원을 들여 확보했다.

이후 알보젠코리아는 장씨 일가와 계약에 따라 콜옵션을 행사해 추가로 근화제약 주식 80만 주를 257억여 원을 주고 확보했다.

알보젠코리아가 이렇게 확보한 주식 수는 총 327만 7725주(67.03%)다. 근화제약 인수에 소요된 비용은 약 757억 원 남짓이다.

알보젠코리아는 당시 인수 비용 대부분을 차입으로 조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알보젠코리아가 공시한 '주식등의 대량보유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알보젠코리아는 327만 7725주의 근화제약 주식 전부를 '앵커리지(Anchorage, Inc) 유한회사'에 질권 제공했다. 보통 주식에 근질권을 설정하면 주식 담보 차입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알보젠코리아가 미국 자회사의 무형자산(지적재산권 등)을 근화제약에 499억 원을 받고 넘기는 건 과거 근화제약 인수에 소요된 차입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무형자산의 실체가 불확실하고 근화제약 입장에서는 큰 이득이 없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근화제약이 인수키로 한 부프레놀핀(길항성 진통제)과 ALV-21(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등 두 가지 의약품의 판권은 2017년에 가서야 매출이 나올 전망이다. 근화제약도 자산양수 공시에서 "2017년부터 매출 실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근화제약이 이번에 양수한 알보젠의 의약품 2종은 국내 식약처 허가가 나지 않았음은 물론, 미국에서도 허가신청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허가도 나지 않은 제네릭(Generic)의 양도가가 지나치게 높은 것은 아닌지에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양수 품목이 아편중독 치료제와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라 현재 시장 수요가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근화제약에 의약품 판매권을 매각한 알보젠파인브룩은 알보젠코리아의 미국 계열사다.

알보젠코리아에 피인수된 근화제약은 피인수 된 이후 여러 자산을 매각해 왔다. 부산 소재 토지 및 건물을 75억 원을 받고 세양물류에 매각했다. 서울 소재 토지 및 건물도 약 81억 원을 받고 지난해 매각했다. 2012년 말 367억 원이던 근화제약의 현금성자산은 작년 3분기 말 502억 원으로 늘었다.

당시 근화제약이 연이어 자산을 매각하자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대주주가 LBO 기업을 변형해 활용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보통 국내 M&A 업계에서는 LBO가 금지된다. 하지만 변형된 LBO는 흔하게 활용된다. 알보젠코리아의 경우처럼 일단 인수 대상 주식(근화제약)을 담보로 맡기고 자금을 빌린 뒤 M&A를 성사시키고, 추후 피인수기업의 자산을 빼내 차입금을 갚는 기법 등이다.

근화제약 관계자는 "매출 증대 및 사업확장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며 "해당 의약품의 제조 및 판매와 관련된 로열티 수입으로 신규 수익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금성 자산 약 500억 원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근화제약 현금흐름은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인수하는 두 의약품의 판권은 당분간 현금이 발생하지 않아 재무제표상에 무형자산으로 분류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에 인수 비용 적지않게 회수한 알보젠코리아가 여의치 않을 경우 한국을 뜨는 것 아니냐는 '먹튀' 논란도 업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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