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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박동훈, 골프신화 재현할까 [thebell note]

권일운 기자공개 2014-02-11 10:15:00

이 기사는 2014년 02월 10일 07: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또래 친구들에게 어떤 차를 사고싶냐고 물어보면 폭스바겐 골프를 꼽는 경우가 많다. 요란하지 않은 디자인이라 유행을 타지 않을 것 같고 디젤 엔진의 높은 연비 덕분에 유지비가 적게 든다는 게 이유다. 무엇보다도 외제차 치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20대나 30대 직장인이 첫 차로 외제차를 선택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벤츠와 BMW, 아우디, 렉서스를 비롯한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즐비하던 시절이라 월급쟁이가 자기 돈 모아 외제차를 산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런 분위기는 폭스바겐 골프의 출시로 완전 달라졌다. 폭스바겐코리아가 세계에서 제일 잘 팔리는 독일차를 3000만 원대에 내놓은 건 혁명에 가까운 일이었다. 처음에는 뒤꽁무니가 없는 해치백 디자인을 놓고 품위가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해치백의 실용성을 인정받은 골프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날개 돋친 듯 팔렸다.

'골프 신화'를 창조한 주역은 박동훈 전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이다. 그가 사장으로 처음 부임한 2005년에 1635대였던 폭스바겐코리아의 판매량은 2012년 1만 8395대로 10배 이상 늘어났다. 골프를 통해 심어놓은 합리적 이미지 덕분에 폭스바겐의 다른 차종들도 판매가 급증했다.

그랬던 박 사장이 돌연 국내 완성차 업계로 이적했다. 판매량 꼴찌 경쟁을 하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의 영업본부 총괄 부사장 자리다. 르노삼성차는 회사의 부활을 이끌 적임자로 박 부사장을 낙점해 골프 신화를 재현하기를 바랐다. 박 부사장은 르노삼성차 부사장 취임에 앞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알고 있으며, 더 잘할 수 있다"고 했다.

박 부사장은 자신이 해오던 방법대로 르노삼성차를 변신시키고 있다. 연비와 성능을 갖춘 신차를 합리적인 가격에 출시해 판매량을 늘리고, 회사의 수익성도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폭스바겐코리아 시절 그가 이같은 전략을 내세우자 "남는 게 없을 것"이란 비판 논리가 팽배했다. 하지만 결국 그의 판단이 옳았다는 게 입증됐다.

폭스바겐에서 박 부사장이 던진 승부수가 골프였다면 르노삼성에서는 QM3다. 박 부사장은 스페인에서 제조해 수입 판매하는 신차 QM3 가격을 유럽 현지보다 싸게 책정했다. QM3는 사전계약이 1만 건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첫 수입 물량이 '완판'돼 100여 대 남짓 들어온 전시차를 사겠다는 고객도 줄을 잇는다고 한다.

하지만 잘 팔릴 만한 모델을 들여와 팔기만 하면 되는 수입차 업체와 완성차 업체는 다르다. 르노삼성이 직면한 설비 가동과 근로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SM3와 SM5, SM7, QM5 등 기존 차종의 판매량 회복이 절실하다. 골프 신화로 폭스바겐코리아를 수입차 업계 1위에 등극시킨 박동훈 부사장이 르노삼성차에서 '플러스 알파'를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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