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메디슨 인수 그후] 너무 다른 조직문화, '삼성 DNA' 이식 힘드네①2011년 편입 후 실적 내리막..달라진 관리방식에 임직원 줄줄이 이탈
박창현 기자공개 2014-02-27 08:02:18
이 기사는 2014년 02월 12일 08시2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010년, 국내 최대그룹 삼성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등장했다. 타깃은 국내 최대 의료기기 업체 '메디슨'. 하지만 메디슨을 원하는 기업은 삼성 뿐만이 아니었다. SK와 KT&G도 출사표를 던졌다.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졌다.1985년 카이스트 연구원들이 설립한 메디슨은 벤처기업 1세대의 대표 주자였다. 고공행진을 하던 메디슨은 2002년 부실 경영 여파로 부도를 맞게 된다. 메디슨의 위상은 한 순간에 추락했다. 2006년이 되어서야 재무적 투자자(FI)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법정관리에서 벗어났다.
천국과 지옥을 맞본 조직원들은 안정을 원했다. 비전을 공유할 파트너를 바랐다. 당시 손원길 메디슨 대표도 "직원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 주는 회사가 인수했으면 한다"는 뜻을 밝혔다.
결국 메디슨은 미래를 함께 할 파트너로 '삼성'을 택했다. 삼성도 "메디슨의 전문인재와 경험을 최대한 살려 의료기기 분야를 글로벌 사업으로 육성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메디슨 기술력과 삼성전자 글로벌 경영 능력의 결합,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 시장에서도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장외 주식은 연일 최고가를 경신했다.
하지만 3년 여가 지난 지금, '삼성메디슨'은 혹독한 현실 앞에 놓여있다.
삼성메디슨은 2011년 삼성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은 뒤에도 실적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그룹 편입 직전해인 2010년 삼성메디슨은 3044억 원의 매출과 312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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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브랜드를 단 첫 해인 2011년부터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매출은 3130억 원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4억 원으로 전년 대비 80% 이상 줄었다. 당기순익 역시 282억 원에서 8억 원으로 97% 가량 감소했다.
2012년에도 실적 침체가 지속됐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5%, 67% 올랐지만 전년도 어닝 쇼크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 컸다. 영업이익은 2010년과 비교해 1/3 수준인 107억 원에 불과했고 당기순이익은 31억 원 적자 전환됐다.
지난해도 사정이 녹록지 않았다. 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가량 감소한 2012억 원에 그쳤다. 그나마 영업이익이 114억 원 흑자 전환된 점은 위안거리였다. 하지만 여전히 삼성그룹 편입 전 실적과는 괴리가 크다. 삼성메디슨은 삼성전자로 인수되기 전인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연 평균 299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삼성은 지난 2010년 의료기기를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하고 1조 2000억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후 이듬해 곧바로 메디슨을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았다.
업계는 메디슨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벤처기업 성격이 강한 의료기기 업체와 관리 중심의 대기업 간 상이한 조직문화를 꼽고 있다. 또 단기간 내 사업 성과를 거두기 위한 삼성 특유의 관리 방식들이 조직원들의 반발을 샀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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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인수 주체였던 삼성전자는 메디슨 인수와 동시에 이사회를 완전 장악했다. 삼성전자에서 의료기기 사업을 총괄하던 방상원 전무가 메디슨의 새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김승민 삼성전자 IT솔루션사업부 지원그룹장과 정금용 삼성전자 인사기획그룹장, 최정준 삼성전자 경영지원그룹장이 등기임원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기업회생절차와 재무적투자자(FI) 경영 체제를 거치는 동안 메디슨을 지키고 기업 경쟁력을 키웠던 내부 인사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 밖에 없었다.
이후 '관리 중심 경영' 방식에 적응하지 못한 임직원들의 이적이 줄을 이었다. 삼성은 그룹 특유의 효율적인 의사소통 체제 구축을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기존 메디슨 조직원들은 "벤처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불만을 쏟아냈다. 당시 메디슨을 퇴사한 한 관계자는 "상이한 조직 문화 때문에 꽤 많은 인원이 회사를 떠났다"며 "임원의 경우, 일부 영업과 R&D를 제외하고 대부분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메디슨 의료기기 신제품의 경우, 삼성 내부 품질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출시가 계속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선 영업 부서의 불만도 적지 않다. 내부에서는 "적극적인 사업 확장이 필요한 시점에서 보수적인 행보를 고수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인센티브 문제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하이마트와 전자랜드 등 중간 유통업체와 영업 거래를 한다. 하지만 의료기기 업체는 사용자인 의사들을 대상으로 직접 영업활동을 벌인다. 따라서 판매량에 따른 인센티브가 봉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메디슨 영업사원들의 인센티브 봉급 체제를 받아 들이지 않았다. 상위권 영업사원의 경우, 메디슨 급여 시스템 하 에서는 억 대 연봉 수령이 가능했지만 삼성 인사 체제에서는 불가능해졌다. 이 때문에 영업사원들의 이탈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의료기기 사업 특성에 맞는 조직 문화를 구축하는 노력이 삼성에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의료 업계 관계자는 "산업별로 적합한 조직과 문화가 필요하지만 삼성은 기존 세트 사업 마인드를 고수하고 있다"며 "삼성 기준에만 맞춰 모든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가 나오지 않아 실적이 정체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메디슨 관계자는 "인력 이탈 문제는 삼성그룹 편입에 따른 과도기적 현상"이라며 "현재 삼성그룹과 상호 협력하면서 시너지 창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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