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建, 투자자 외면에 발행예정액 절반 축소 1·2년물 1000억 원씩 발행할 듯…금리는 민평+40~50bp 수준
이 기사는 2014년 02월 18일 15: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당초 회사채 4000억 원을 찍을 계획이었던 포스코건설(AA-, 안정적)이 발행 금액을 절반으로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 1년과 2년물 각각 1000억 원어치 만을 발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직 수요예측을 실시하지도 않았지만 3년, 5년물에서 기대했던 만큼의 수요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연간 실적에 대한 공시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해외 사업 부실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감이 높아진 점이 악영향을 미쳤다. 앞서 송도 국제업무도시 개발을 위해 발행한 2조 원대의 유동화증권이 시장에 풀린 것도 추가 익스포저(exposure) 확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회사채 발행에 나선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존재는 포스코건설 입장에서 '악재'였다. 동일 신용등급이지만 재무 구조나 실적 면에서의 차이는 분명했다. 현대기아차그룹과 삼성그룹, 포스코라는 최대주주의 차이 역시 투심을 가른 배경으로 파악된다.
◇'AA-' 등급·공사채 품귀 믿고 4000억 조달 노렸지만...
그 동안 포스코건설은 4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투자자 태핑(tapping)을 진행해 왔다. 1년, 2년, 3년, 5년물 등 4곳의 트랜치(tranche)를 통해 각 1000억 원씩을 발행하는 구조였다. AA-급 건설사 가운데 가장 우량하다고 평가 받는 현대건설의 발행 예정액(2000억 원)보다 두 배나 많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특히 최근 들어 공사채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발행 결정에 힘을 불어넣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가 AA+ 이상의 우량등급에 속하는 공사채 발행이 줄면서 투자자들이 대체재로 우량등급 회사채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 AA급 발행사들이 진행한 수요예측은 모두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하지만 주요 증권사로부터 대표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받은 이후 포스코건설의 입장이 바뀌었다. 증권사들이 적어낸 만기별 희망 인수 물량을 검토했지만 합산 결과 당초 목표 발행액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상 금리 역시 목표치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공시 안돼 투자자 불안감↑...지난해 2조 ABCP발행도 부담
무엇보다 포스코건설의 지난해 실적 공시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발행 예정일이 내달 11일이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회사채 투자자들이 3분기까지의 실적만 보고 투자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매출액 또는 손익이 15%이상 변경됐다고 해서 굳이 공시할 의무는 없다.
포스코건설 측은 지난해 매출 8조 원, 영업이익 4000억 원 등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회계 감사를 받은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로서는 이를 100% 믿기가 어렵다. 더구나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등이 지난해 대규모 해외 사업 손실을 기록한 상황에서 포스코건설의 해외 사업 실적은 전혀 파악이 되지 않아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크레딧 애널리스트 관계자는 "건설사 투자에 대해서 가뜩이나 조심하는 마당에 연간 사업보고서 없이 회사채를 발행하려고 한다는 점이 문제"라며 "회사 측에서 실적 관련 보도자료를 내긴 했지만 회계법인의 감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공시된 것도 아니니 투자자 입장에선 이를 믿고 투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기에 작년 포스코건설이 송도 국제업무도시 개발을 위해 2조 2700억 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및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했다는 점도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은행권에서 빌린 고금리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자금을 조기에 상환하기 위해서였다.
해당 유동화증권은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 대우증권, 현대증권, 교보증권, 하이투자증권, KB투자증권 등을 통해 대거 시장에 풀렸다. 모두 단기물이라는 점에서 장기물인 이번 회사채 투자 수요와 다르긴 하지만 추가 익스포저 확대를 우려하는 투자자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건설·삼성물산 등 동급 회사채 의식했나
결국 포스코건설은 회사채 발행 규모를 절반 가까이 줄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3년과 5년물에서 거의 수요가 없을 것으로 판단, 1년과 2년물을 1000억 원씩 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 금리밴드는 민평 대비 각각 40bp(1년물)와 50bp(2년물)를 더한 정도로 파악된다. 최종 확정되진 않았지만 KB투자증권이 주관사로서 일단 1년물을 책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업계에서는 예상된 결과였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현대건설조차도 수요예측에서 참여 물량이 1900억 원에 그쳤는데 4000억 원이라는 목표금액은 처음부터 너무 과했다는 것.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AA-‘급 건설채 세 곳이 비슷한 시기에 발행에 나섰지만 포스코건설이 수주규모나 재무구조, 실적 면에서 가장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점도 투자 매력을 낮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세 곳의 회사채 수익률의 차이는 극명하다. 지난 18일 기준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2년물 민평 금리는 각각 3.08%와 3.05%로 사실상 등급 민평(3.03%)에 근접해 있다. 하지만 포스코건설은 이보다 10bp가량 높은 3.18%대에 형성돼 있다. 최근 등급 하향검토대상에 오른 대림산업의 경우 3.44%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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