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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A' KT마저 건드린 한신평, 진정성 있나 평가논리상 하향 근거 미약…ABL 적격등급 부여, 비판여론 작용

황철 기자공개 2014-03-17 10:00:15

이 기사는 2014년 03월 13일 11: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에서는 적어도 흔들릴 것 같지 않던 KT의 신용도에도 흠집이 갔다. KT ENS 법정관리 여파로 국내 최우량 등급인 AAA에 하향 검토(↓)가 붙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한국신용평가는 12일 타 경쟁 평가사보다 한 걸음 더 나가 그룹 주축인 KT를 비롯해 대부분의 계열사 신용등급을 부정적 와치 리스트(Rating Watchlist)에 등재했다.

평정 당사자인 한국신용평가는 KT ENS 관련 사기대출에 등급을 부여해 논란의 중심에 섰던 평가사다. 이번 계열사 무더기 등급 하향 경고의 배경에 KT ENS 매출채권 유동화대출(ABL)에 적격등급을 부여했던 원죄의식이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실제 KT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단 평정논리상 이번 사태가 KT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만한 영향력을 가질 정도는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KT ENS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국신용평가라면 여론의 향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 등급하향 근거 미약, 실제 신용도 조정 가능성은?

한국신용평가는 KT ENS 법정관리 신청 당일 밤 늦게 KT그룹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일괄적으로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 모회사인 KT의 유사시 지원 가능성에 거품이 끼어 있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여기까지는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한국신용평가는 한발 더 나갔다. 모회사인 KT가 최우량 등급인 AAA를 반납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KT 신용등급에도 하향 검토 기호를 붙인 것이다.

한국신용평가는 "KT의 경우 2013년 당기순손실, 계열사 직원에 의한 대출사기 사건, 홈페이지 개인정보유출, 불법보조금 지급에 따른 영업정지처분 등 일련의 대형 이슈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영업적으로 긴밀한 자회사에 대한 지원의지를 철회한 것은 신뢰도 저하와 평판위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일단 일련의 사태로 KT의 신인도와 평판에 흠집이 난 것에 대해서는 시장 참가자 대부분이 수긍하고 있다. 하지만 신용등급 하락까지 이어질 만한 사안이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등급 하향 검토의 직접적 원인으로 밝힌 대출사기 사건, 정보유출, 법정관리 사태가 KT의 신용등급을 좌우할 사업·재무실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근거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오히려 KT의 신용등급 조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은 글로벌 평가사가 KT의 신용등급을 줄줄이 떨어뜨릴 때가 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자체로도 뒷북 조치라는 것이다.

특히 KT ENS가 영업적으로 긴밀한 자회사라는 부문에 대해서도 이론의 여지가 많다. KT ENS는 통신망 구축이나 가입자 모집 등에 주력으로 하고 있다. 영업 연관성은 높지만 기업 규모로 볼 때 일개 사업부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어 KT 입장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보긴 힘들다. 극단적으로 보면 외주를 통해서도 가능한 일이다. 이 때문에 그룹 차원에서는 KT ENS를 태양광 사업 등 이종 영역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우량 등급인 AAA는 그 자체만으로 쉽게 건드릴 수 없는 특수성이 있다. AAA 등급은 공기업이나 민간 기업 가운데 국가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만한 곳들만 부여 받을 수 있다. 단순히 재무실적이 우량하다고 해서 오를 수 있는 등급이 아니다.

한 마디로 쉽게 받을 수도 없지만 떨어지기도 어려운 영역에 있다. 한국신용평가의 이번 결정이 다소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여론 향방 따라 결과 달라질 수도

시장에서는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 한국신용평가가 갖고 있는 일종의 원죄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KT ENS 관련 사기대출(ABL)에 유일하게 투자적격 신용등급을 부여해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희석하기 위해서라도 좀더 보수적인 태도와 강도 높은 조치가 필요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 "KT ENS 사태에 대한 여론의 향방에 따라 실제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지 않느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증권업계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KT 자체적으로 재무적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사건이 그룹 몸통인 KT의 신용등급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만하다고 보는 것에는 동의하긴 어렵다"라며 "KT ENS 대출에 신용등급을 부여한 후 일련의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 논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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