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신용등급 재검토 시작..떨고 있는 기업은? [KT ENS 법정관리 후폭풍]평가사, 공세적 평정으로 전환…고위험 업종·그룹 하향 가능성 증가
황철 기자공개 2014-03-17 10:33:22
이 기사는 2014년 03월 14일 19: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주요 대기업 신용등급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에 나섰다.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한 고위험 업종 기업의 신용등급 정리 작업이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최근 KT ENS 법정관리 사태는 신용평가사의 평정 태도를 더욱 보수적으로 바꿔 놓았다. 사태 당일, KT 주요 계열 신용등급을 '부정적 검토 대상'에 올릴 정도로 대처는 발 빨랐다. 현대상선·한진해운의 신용도를 투기등급 직전까지 떨어뜨린 결정적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앞으로 건설·해운 등 고위험 산업 내 채권 디스카운트가 심했던 기업을 중심으로 신용등급 하향 기조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기업 집단 계열 중에서도 재무구조가 취약하거나 사업적 연관성이 떨어지는 기업 역시 신용등급에 부정적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 해운·건설사 신용등급 추가 강등 가능성 농후, 시점은?
국내 신용평가사가 달라졌다. 평정 태도는 어느 때보다 깐깐해졌고 레이팅 액션(Rating Action)의 속도 역시 점점 빨라지고 있다. 동양그룹 사태에 이은 금융감독원의 대대적 검사가 평정 태도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KT ENS 법정관리 사태가 신용평가의 적정성 문제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평가사들이 이례적으로 KT그룹 계열사의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신속한 대처에 나선 이유로 꼽힌다. 한발 더 나가 신용평가의 핵심인 '계열 지원 가능성' 반영 수준을 재검토하겠다고도 밝혔다.
첫 번째 타깃으로는 오랜 업황 부진으로 신인도에 심각한 타격을 받아온 건설·해운사가 지목된다. 이미 이들 중 신용등급 조정이 미진했던 기업에 조준점이 맞춰졌다. 신용평가사들은 한진해운·현대상선이 제시한 재무개선작업을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았다. 두 해운사 모두 투기등급(BB+)으로 떨어졌다.
특히 한진해운의 경우 대한항공의 대대적 지원 등 신용등급 방어를 위해 그룹 전체가 나섰지만 물거품이 됐다. 재무실적 악화가 핵심 요인이지만 KT ENS 사태 이후 신용등급에 녹아 있는 '계열 지원 가능성'에 대한 재검토 방침을 세운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선사 중 유일하게 A급에 올라 있는 SK해운의 신용등급 유지도 장담하기 힘들게 됐다. 현대상선·한진해운에 비해 양호한 재무실적을 나타내고 있지만 A- 등급을 유지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규모 선박투자와 손실누적으로 인한 재무훼손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
2012년부터는 급기야 납입자본금을 갉아먹기 시작해 부분 자본잠식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최근 신용평가업계 분위기로 볼 때 대내외 악재로 혼돈에 빠진 SK그룹에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계열 지원 가능성'을 더욱 박하게 산정할 공산이 높다. SK해운의 신용등급을 받치고 있던 기둥 하나에 힘이 빠지는 셈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한 건설사 신용등급 조정도 더욱 속도감 있게 범위를 넓혀 나갈 가능성이 커졌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2013년 사업보고서 제출 시한인 3월 말을 전후해 대대적인 등급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늦어도 정기평가가 시작되는 5~6월 중에는 전면적인 재검토에 나설 공산이 크다.
특히 채권시장에서 평판 저하가 심해진 대기업집단 계열 건설사의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A급 건설사 중 채권 디스카운트가 극심한 기업으로는 대우건설, SK건설, 현대산업개발, 한화건설 등이 꼽힌다.
이들 회사채의 내재 신용등급(BIR; Bond Implied Rating)은 실제보다 두세 노치(Notch)나 낮은 BBB급으로 대부분 떨어져 있다.
대기업 계열 건설사 신용등급의 경우 '외부 지원 가능성'에 따른 노치 업(Notch Up) 정도가 가장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대한 신용평가사의 태도 변화 역시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라, 두산건설, 코오롱건설 등 BBB급 건설사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 고위험 그룹 계열, 일차 타깃..범위 넓혀갈 듯
그룹 리스크가 불거진 계열에 속한 기업에 대한 재평가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두산, 동부, 동국제강, 코오롱 등 익히 알려진 고위험 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신용등급 적정성 검증이 일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후 범위를 확대해 KT는 물론 포스코와 같은 지배구조가 불확실한 그룹도 계열 지원 가능성을 중심으로 검증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이들 그룹 내 재무구조가 현격하게 열악하거나 계열사간 사업적 연관성이 크게 떨어지는 기업에 대해서는 부정적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이 더욱 크다.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동양 사태와 금감원 검사 등으로 곤혹을 치른 이후 신용평가사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평정에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듯하다"라며 "이번 KT ENS 사태를 계기로 고위험 업종에서 시작해 기업 신용평가 전반에 대한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