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태양광으로 'A급 그늘' 벗어날까 3년 침체 태양광 회복세...실적 호조 여부가 신용도 개선 관건
이승연 기자공개 2014-04-14 09:27:07
이 기사는 2014년 04월 10일 14: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은 유난히 낮다. 보험지급능력기준 AAA(안정적)을 부여받고 있는 한화생명보험(이하 한화생명)을 제외하면 대부분 BBB+~A+에 위치하고 있다. 주력 업종인 화학, 건설, 태양광 사업의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조달 환경이 악화되면서 일부 계열사들은 그룹 내 우량 기업인 한화생명에 대한 자금 의존도를 높여갔다. 하지만 한화생명마저 실적 감소세가 뚜렷해지면서 그룹의 유동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시장은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 3년간 극심한 침체를 겪었지만 지난해 말 부터 서서히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완전한 턴어라운드라고 보긴 어렵지만 지금의 추세라면 그룹의 재무건정성과 신용도를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그룹 대부분 A+급 이하 비우량 채권…수요예측 미배정 속출
한화그룹의 지난해 회사채 발행 규모는 총 3조 8599억 원. 한화투자증권의 후순위채를 제외하면 일반 회사채는 1조 2100억 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한화건설(A)의 발행 규모가 5000억 원으로 계열사 중 회사채 발행이 가장 활발했다. 뒤를 이어 한화(A), 한화케미칼(A+)등이 각각 3500억 원, 1500억 원 발행했다.
한화그룹의 최근 수 년 동안 순발행을 기록할 만큼 회사채 발행이 활발했지만 수요예측 결과는 상대적으로 초라했다. 지난해 수요예측에 나선 물량 중 배정된 규모는 3350억 원에 불과하다. 특히 한화건설은 산업은행은 든든한 지원에도 불구 전체 발행액의 70%가 미배정됐다. 한화도 3500억 원 가운데 1000억 원만 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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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계열사 회사채들이 유독 인기가 없는 이유는 낮은 신용등급 때문이다. 지난해 회사채 발행에 나선 계열사 중 등급이 가장 높은 곳은 한화에너지와 한화케미칼로 모두 A+급이다. 한화에너지의 경우 발행 직전 등급 상향이 이뤄지면서 오버부킹을 기록했지만 한화케미칼은 전부 미배정됐다.
올해 역시 한화그룹의 수요예측 미배정 행렬은 이어질 전망이다. 그룹 전반의 수익성 개선이 더디고 A급 채권에 대한 기피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2월 한화케미칼은 1500억 원 회사채 모두가 수요예측에서 미배정됐고 한화건설도 2100억 원 가운데 300억 원 어치만 배정됐다.
이는 계열사 중 올해 만기 물량이 가장 많은 한화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오는 6월과 9월 각각 2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찾아오고 11월에도 1800억 원의 만기 물량을 차환 또는 상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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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 환경 악화…AAA급 계열사 한화생명 자금 의존도↑
실적 부진의 장기화, 낮은 신용등급으로 조달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자 일부 계열사들은 그룹 내 신용도가 가장 높은 한화생명을 통해 자금을 확보했다.
한화케미칼은 지난 2011년 한화장교 빌딩을 한화생명에 4000억 원에 매각한 데 이어 작년에도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화빌딩을 1255억 원에 팔았다. 여기에 더해 보유 중인 한화생명 지분 1700만 주를 매각 1319억 원을 확보했다.
한화건설은 지난해 보유 중인 한화생명 지분 (2억1604만 8039주) 가운데 2500만 주를 담보로 대우증권에서 차입한도를 설정했다. 2007년에도 한화생명 지분 8379만 4000주를 우리은행에 맡기고 차입 한도를 설정한 바 있다. 결국 한화건설이 보유한 한화생명 지분 중 절반 이상을 차입금 담보로 맡긴 셈이다.
한화생명이 그룹의 자금 창구 역할을 하게 된 것은 상대적으로 탄탄한 재무구조 때문이다. 2013년 9월 말 총 자산은 80조 원, 자기자본 7조 원의 외형을 갖추고 있으며 수입보험료와 자산 기준으로 각각 12.8%, 13.7%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의 RBC(위험기준지급여력)비율 기준 강화로 보험사 전반적으로 RBC 비율이 하향조정되는 가운데서도 한화생명은 200%를 상회하는 비교적 높은 RBC비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실적 감소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런 부분이다. 계열사 부담이 높은 상황에서 실적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그룹 전반의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의 지난해 연결 영업수익은 10조 4530억 원으로 전년 (14조 6064억 원)대비 30% 가까이 감소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4879억 원, 3550억 원으로 같은 기간 25%, 30%씩 줄었다.
◇볕드는 태양광, 그룹 신용도 개선의 관건
한화생명의 계열 부담을 낮추고 조달 환경을 개선 시키기 위해서는 그룹 신용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결국 핵심 계열사들의 실적 개선이 답이다. 시장은 최근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작년 말 부터 시황이 호전되면서 한화케미칼 등 태양광 계열사들의 실적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한화케미칼의 작년 영업이익은 979억 원으로 전년(52억 원)대비 17배 증가했다. 그간 적자에 시달리던 한화큐셀, 한화솔라원 등이 살아난 게 보탬이 됐다. 한화큐셀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 7361억 원으로 2012년 보다 1조 가까이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손익도 1040억 원의 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다.
한화솔라원도 지난해 적자 규모를 전년 대비 30% 줄이는 데 성공했다. 태양광 시황이 좋아지면서 일본 및 중국에 대한 수출 물량이 늘고 평균 판매 단가가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태양광 사업에 햇볕이 들자 한화케미칼은 태양광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고 있다. 비주력 사업부인 드림파마와 한화 L&C를 매각, 확보된 유동성을 태양광 등의 경쟁력 강화에 사용할 계획이다. 3000억~5000억 원 규모의 GDR(해외주식예탁증서) 발행도 검토 중이다. 신규 자본을 끌어들여 재무비율을 낮추고 차입 여력을 확대시키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태양광 산업이 완전히 턴어라운드에 접어들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태양광 위주의 사업 재편이 우려스럽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중국 수요가 살아나고 있지만 유럽 시장의 회복 속도가 늦고 태양광 재생에너지를 많이 키우려는 일본 시장 회복도 예상보다 더뎌 실질적인 실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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