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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대우인터내셔널, 불편한 동거 [thebell note]

김익환 기자공개 2014-05-07 10:10:00

이 기사는 2014년 04월 30일 14: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올해 신입사원을 예년보다 더 많이 뽑을 계획이다. 올 하반기 인천 송도로 본사 이전을 앞두고 인력 유출이 예상돼서다. 수많은 고객과 접촉하는 종합상사는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는 경우가 많다. 상대적으로 외진 곳에 새둥지를 틀려하자 임직원의 반발이 컸다.

송도 이전은 계열사 지원 성격이 짙다. 포스코그룹은 송도에 대규모 투자를 했지만 오피스건물 공실 문제로 속앓이를 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의 본사 이전도 공실 문제 해소차원이란 평가가 많다. 회사 안팎에선 "계열사가 많은데 반발이 심한 대우인터내셔널을 굳이 송도로 보낸 것은 회사의 현재 입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포스코 임직원들은 "대우인터내셔널을 너무 비싸게 샀고 시너지도 없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도 사석에서 이 회사를 인수한 게 그룹의 재무구조 악화를 불러왔단 말을 했다고 전해진다. 대우인터내셔널을 포스코패밀리의 일원이라기 보단 '미운오리', '재무구조 악화의 원흉' 정도로 인식하는 듯하다. 포스코의 대우인터내셔널 매각 검토 배경도 같은 맥락이다.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을 못마땅해 하는 이유로 흔히 재무구조 악화를 꼽는다. 하지만 업계는 다른 두 가지 이유도 거론하고 있다.

첫째는 포스코의 순혈주의다. 1968년 출범한 포스코는 박태준 전 회장측 인사의 영향력이 여전하고, 외부인사를 배척하며 끼리끼리 뭉치는 순혈주의가 기업문화에 짙게 배어있다. 포스코와 비슷한 시기(1967년)에 출범한 대우인터내셔널도 한 때 재계서열 2위였던 '대우맨'의 자부심이 강하다. 포스코로선 그런 대우맨이 달가울리 없다.

둘째는 전임 경영진과의 선긋기 관행이다. 권 회장은 지난달 14일 최고경영자(CEO)로서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전임 회장이 꿈도 많고 포부도 커서 수십 개의 사업을 테이블 위에 올려놨는데, 면밀히 검토해 시장성이 있는지 판단하겠다"며 전임자와의 차별성을 부각했다. 그런 맥락에서 현 경영진은 대우인터내셔널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 인수는 정준양 전 회장 임기내 가장 큰 거래이자 업적이기 때문이다.

매각설이 도는 만큼 대우인터내셔널이 포스코패밀리로 녹아들기는 사실상 어렵게 됐다. 매각도 당분간 여의치 않을 전망이라 대우인터내셔널은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야 할 처지다. 포스코패밀리도 그에 따른 불편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다른 문화를 감싸 안고 전임자의 업적을 존중하는 포용력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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