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캣 17억불 리파이낸싱, 수출입은행 지원이 관건 [Korean Paper]모기업 지원 차단한 커버넌트 설정 등 크레딧 강화
서세미 기자공개 2014-05-12 15:07:00
이 기사는 2014년 05월 12일 11: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18억 달러 상당의 밥캣 인수금융론(Loan) 리파이낸싱에 나섰다. 미국 시장에서 13억 달러 규모 선순위 담보부 텀론B(Term Loan B)를 조달하고 이자 지급을 위해 한도대출(Revolving Facility)도 1억 달러 받을 예정이다. 나머지 4억 달러는 수출입은행의 지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두산그룹은 밥캣 인수금융 조달 비용을 낮추기 위해 수출입은행의 지원과 더불어 다양한 커버넌트(covenant)를 통해 모기업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한 자금 지원 가능성을 제한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사업·재무 안정성이 밥캣보다 낮은 탓에 대출 신용도를 높이기 위해선 두산인프라코어로 현금 유출 가능성을 차단해야 했다.
◇밥캣 리파이낸싱, 텀론 B 13억불+수출입銀 론 4억불
12일 국제금융시장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달 24일 미국 시장에서 13억 달러 규모 텀론 B(Term Loan B) 조달 계획을 발표했다. 만기는 7년이다. 텀론 B는 일반적인 텀론과 달리 시중은행이 아닌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이일드 채권처럼 유통시장을 통해 거래된다.
발행 주체는 두산인프라코어인터내셔널(DII)와 두산홀딩스유럽(DHEL)이며, 두 기업의 지주회사로 있는 두산인프라코어밥캣홀딩스(DIBH)가 지급 보증을 제공하는 구조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밥캣홀딩스의 텀론 B 신용등급을 각각 BB-, Ba3로 평가했다. 밥캣홀딩스(S&P: B+)나 DII(무디스: B1)보다 한 노치 높은 신용등급이다.
크리스 박 무디스 애널리스트는 발행자 보다 높은 텀론 신용등급에 대해 "공동 차주, 지주사, 자회사의 거의 대부분 자산과 주식이 선순위 근저당권으로 담보돼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며 "이번에 발행되는 텀론이 대부분의 차입금이나 부채보다 선순위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S&P 역시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경우 텀론 B 채권자의 원금 회수율이 70~90%에 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밥캣 텀론 B의 신용도를 높이는 데는 수출입은행의 지원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4억 달러 상당의 수출입은행 대출이 후순위 역할을 하면서 텀론 B 투자자들의 원금 회수 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본래 DII와 DHEL는 밥캣 인수금융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인수금융이 차입금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17억 달러를 모두 텀론 B로 발행할 경우 후순위 성격의 차입금이 없어 투자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중 25% 가량을 후순위 대출로 확보할 경우 부도시 손실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진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제금융시장 관계자는 "텀론의 투자 가치를 높이고 조달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후순위 차입금이 확보해 회수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이 이처럼 두산인프라코어의 지원에 나선 데는 밥캣이 17억 달러를 모두 미국 시장에서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당초 두산그룹은 해외 하이일드본드와 론을 병행하는 구조로 자금조달을 추진했으나 조달 비용을 낮추는 게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인프라코어가 2011년 산업은행이 주선해 조성한 신디케이트론의 금리는 '6개월 리보(Libor)+430bp'다. 이번에 두산인프라코어가 제시한 금리 수준은 1% 리보 하한(Libor Floor)이 적용된 '리보(LIBOR)+350~375bp'다. 이번 금리에 적용된 리보 하한을 고려했을 때 조달금리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전액을 시장에서 조달하지 않고 수출입은행의 힘을 빌렸다는 점은 그만큼 미국 시장에서의 대규모 자금조달이 쉽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 밥캣홀딩스 인수금융, 두산인프라코어 지원 용도로 쓰일 가능성 낮아
두산그룹은 수출입은행의 지원을 받는 것 이외에도 텀론 B의 신용도를 올리기 위해 다양한 약정사항(covenant)를 통해 밥캣홀딩스가 조달한 자금이 모기업인 두산인프라코어를 지원하는 데 쓰일 가능성을 낮췄다.
크리스 박 애널리스트는 "두산인프라코어가 DII와 DHEL보다 신용도가 약하지만 텀론에 상당히 효과적인 커버넌트가 있어 모기업으로 현금이 유출될 우려가 낮다"고 평가했다.
박준홍 S&P 이사 또한 "밥캣홀딩스가 그룹에서 분리가 가능하며 독자적으로 주요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텀론의 커버넌트가 모그룹으로의 기업가치 유출을 어느 정도 제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S&P는 두산인프라코어 그룹의 그룹신용프로파일(GCP)를 b로 평가했다.
시장 관계자는 "이번 텀론에는 밥캣홀딩스의 경영활동에 제약을 주는 조항들이 많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배당, 투자, 추가 차입, 지급보증, 계열사 자산 매입 등에 대한 제약이 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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