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케미칼, DR 대신 유상증자를 택했다면 주가 디스카운트 과도→할인율 메리트 저하...주관사 수수료는 오히려 고가
한형주 기자공개 2014-05-16 17:45:43
이 기사는 2014년 05월 14일 18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주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한 한화케미칼 해외주식예탁증서(GDR)는 시가 대비 과도하게 낮은 값에 청약됐다는 흠을 남겼다. 헤지펀드를 위시한 공매도 세력들이 주식을 헐값(?)에 쓸어담는 동안 DR 투자가 불가능한 국내 기관들 사이에서 역차별 논란이 불거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만약 한화케미칼이 GDR 발행 대신 유상증자를 택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할인율은 유증, 수수료는 DR이 高..관건은 주가
일단 자본비용(cost of capital)으로만 따지면 확실히 GDR이 유리해 보인다. 기본적으로 증자의 신주 발행가 할인율이 더 높게 책정되기 때문. 하지만 발행비용까지 포함하면 답은 애매해질 수 있다.
증자보다 DR 거래에서 발행사가 주관사 등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비싸다. 결국 어떤 딜이 더 효율적인지를 판가름하는 것은 주가흐름이다. 다시 말해 둘 중 어떤 거래가 주가 타격을 덜 입느냐가 관건이다.
한화케미칼 주가는 사측이 이사회에서 GDR 발행을 결의한 지난달 11일을 기점으로 청약일(23일)까지 7.3% 떨어졌다. 신주 발행가를 적용하면 디스카운트 폭이 15%에 이른다.
사실 주가는 이사회 개최 전부터 하향세였다. 지난 3월 초 거래소가 한화케미칼에게 GDR 발행 관련 조회공시를 요구할 때만 해도 2만 원대에서 움직이던 주가는 이후 한 달여 간 1만 9000원대 초반 수준까지 내려 앉았다. 조회공시 답변이 나온 시점을 전후로 공매도 물량이 출회된 결과다.
이는 꼭 DR이 아니라 일반 유상증자에서도 흔히 보여지는 모습이다. 대규모 증자 추진 소식이 터지고 나면 어떤 종목이든 공매도 세력의 뭇매를 맞는 사례는 많다. 한화케미칼이 이번에 100% 신주모집 형태로 DR을 찍은 만큼 유상증자와도 일정 부분 성격은 겹친다. 주주가치 훼손 우려에 따른 주가 하락도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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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케미칼 GDR, 헤지펀드 공매도 집중 타깃
다만 짚고 넘어갈 점은 경험적으로 GDR과 유상증자 간 공매도의 강도차가 크다는 것이다. DR의 경우 투자자 기반 자체가 증자와 다르다. 제도적으로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청약 참여가 어려워 발행 물량을 전량 외국인들에게만 배정한다. 글로벌 투자자 중에서도 오더 북에 모멘텀을 주는 세력으로서 헤지펀드들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거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문제는 이들이 딜에 참여하기 전 DR 발행 단가를 낮출(헤지) 목적으로 수요예측 기간 공매도 공세를 집중적으로 퍼붓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공매도 후 DR 청약에 참여, 숏커버링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매물을 늘리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월 이후 공매도 물량 총계로 집계된 1028만 주 중 로드쇼 및 북빌딩이 진행된 14~22일 공매도량은 740여만 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기간 평균 공매도 비중은 30%를 웃돌았다.
비단 한화케미칼 뿐 아니다. OCI와 두산인프라코어 등 과거 GDR 거래에서도 외인들이 원주로 교환, 국내에서 즉시 거래가 가능한 DR 발행시 상장일까지 공매도가 급증했다. 그러다 상장 후엔 공매도가 감소세로 돌아서는 상황이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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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간 증권가에선 한화케미칼의 태양광부문 실적 개선에 힘입어 1분기 영업손익이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할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많았다. 실제로 14일 공개된 한화케미칼의 분기 영업이익은 830억 원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웃돌았다. 하지만 이런 호재료들이 DR 프라이싱(가격 결정) 과정에선 전혀 빛을 발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과연 유상증자였어도 주가 낙폭이 이토록 컸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배경이다. 물론 증자도 발행사 주가에 호재보다는 악재로 작용할 개연성이 큰 것은 사실이다. 다만 한화케미칼이 딜 클로징 직전 맞은 공매도 폭탄까지는 피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케미칼이 그간 보인 주가추이라면 아무리 GDR의 신주 발행가 할인율(10% 이하)이 증자(통상 20%대)보다 낮다고 해도 발행사 입장에서 애초 기대한 만큼의 실익을 거뒀다고 보긴 어렵다"고 평했다.
◇GDR 수수료율 2%대...유상증자 대비 '高價'
이에 비해 한화케미칼이 이번 거래를 통해 주관사단에 지급한 수수료율은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었다. DR 상장 수수료 외에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골드만삭스, 법률자문사 수수료 등으로 책정된 딜 수행 대가는 약 92억 원. 모집총액(약 3500억 원) 대비 수수료율이 2.6%에 달했다.
반면 한화케미칼이 국내에서 같은 규모로 증자를 한다면 인수 및 주관 수수료율이 1%도 안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최근 진행되고 있는 5300억 원 규모의 BS금융지주 유상증자는 수수료율이 0.3%에 불과하다. 5000억 원대의 GS건설과 1조 원 규모의 LG전자 유상증자도 0.5% 안팎에서 수수료가 지불됐다.
DR 발행건은 앞서 IBK기업은행 GDR 거래를 주관한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골드만삭스가 한화케미칼 측에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의 경우 한화케미칼의 제약부문 자회사인 드림파마 지분 매각 주관 업무도 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한 차례도 GDR을 찍어 본 경험이 없는 한화케미칼로서는 주관사 측이 제시한 우호적인 발행 조건만 믿고 딜을 추진한 것일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주가가 많이 다운된 상태로 DR이 발행돼 할인율 메리트가 제대로 부각되지 못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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