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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명과학, '고비용-저수익' 돌파구 없나 [제약업 리포트]R&D 투자 등 고정비 부담에 수익성 악화, 재무구조도 압박

김선규 기자공개 2014-05-23 09:10:00

이 기사는 2014년 05월 19일 11: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생명과학이 실적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출액의 20% 안팎을 연구개발(R&D) 투자에 쏟아 붓고 있지만 여전히 실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실적 부진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재무구조를 압박하고 있다. 높은 R&D투자를 유지하기 위해 자금이 필요한데, 현금창출력이 떨어지다 보니 차입금이 늘어나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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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발표된 LG생명과학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은 889억 원이고 영업손실은 42억 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 줄어들었고 영업손실은 39.2% 늘었다.

의약품 실적만 떼어놓고 보면 매출은 전년 동기 보다 3.9% 증가한 712억 원으로 기록했다. 당뇨 신약 제미글로와 복합제 제미메트 등 신제품들이 시장에 자리를 잡아가면서 외형성장을 주도한 덕분에 매출이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손실은 전부 의약품부문에서 발생했다. R&D비용과 오송공장 관련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 부담 증가로 영업손실은 지난해 이어 지속됐다.

◇ '높은 고정비' 부메랑으로 돌아온 R&D 투자

LG생명과학은 최근 3년간 2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R&D투자에 쏟아 부었고 200명 이상의 인력을 보강했다. R&D투자 비중은 매출의 18% 수준으로 상위제약사 가운데 가장 높으며 인력 충원은 종근당에 이어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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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러한 투자가 고정비를 높였지만, 이를 상쇄할 정도로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LG생명과학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012년과 2013년 각각 371억, 400억 원으로 매년 700억 들어가는 R&D비용과 운전자금을 충당하기 벅찬 수준이다.

연구개발과 설비투자가 아직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자체 개발 신약 중 눈에 띄는 실적을 보인 게 없다. 왕성한 신약 및 개량신약 개발을 진행중이지만 불황을 타개할 만한 새로운 무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특히 미래 성장동력으로 각광 받던 당뇨치료제인 제미글로의 기술료 유입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실적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개발 신약들이 아직까지 전반적인 실적개선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으며 고정비 부담을 상쇄할 정도의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다"며 "신약의 빠른 매출과 수출 확대의 현실화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LG생명과학 측은 "제미글로의 경우 이제 막 글로벌 진출의 포부를 열었다"며 "일부 국가에서 임상실험에 착수하고 있어 내년 상반기부터 실질적인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현금창출력도 급감했다. 올해 1분기 영업으로부터 창출된 현금흐름은 32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 (116억) 보다 확 줄어들었다. 현금창출력이 급감하면서 차입금 의존도가 높아졌다. 수익은 줄고 쓸 돈은 많아지자 외부조달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1분기 말 총차입금은 3032억 원으로 2009년(592억)보다 5배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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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입금이 늘면서 덩달이 재무구조도 나빠졌다. 2009년 말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는 각각 62%, 16%에 불과했지만 불어난 차입금 탓에 1분기 부채비율과 차입금은 139%, 46%를 기록했다.

LG생명과학의 재무구조 악화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올 들어서 현금창출력은 급감하고 있지만, 연구개발 과제 진척과 오송공장에 대한 신규 투자로 인해 차입금의 확대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고착화된 고비용-저수익, 돌파구는 있을까

LG생명과학은 고착화된 고비용-저수익을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돌파구를 마련해왔다. 2년 전 정일재 대표가 부임하면서 변화가 두드러졌다. '집중과 선택'이라는 전략 아래 다른 제약사와 손잡기 시작하며 개발부터 임상, 판매까지 전 과정에 관여했던 기존 사업 전략을 변경했다.

정 대표의 집중과 선택 전략은 통하는 듯 했다. 지난해 2분기에 이어 4분기 매출액 1000억 원을 돌파하며 영업이익률도 8%대까지 치솟았다. 강점인 R&D에 집중하고,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은 판매력을 다른 제약사와의 전략적 제휴로 경쟁력을 개선해 나갔다.

하지만 R&D 투자와 원가구조의 벽은 높았다. 신약 기술 이전 계약을 계속 체결하고 있지만, 핵심 신제품 부재로 본업의 성장성은 한자리수 성장률로 둔화되고 있어 높은 고정비 벽을 허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생명과학은 높은 고정비 때문에 매 분기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야 수익성이 개선된다"며 "하지만 수익성이 좋은 제네릭 영업에는 손을 뗀 상황이고, 실적을 이끌 만한 블랙버스터급 신약도 없어 단기간 내 실적 개선은 어렵다"고 전했다.

LG생명과학은 "다른 제약사처럼 제네릭 제품을 생산하고 R&D비용을 줄인다면, 쉽게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다"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한 투자로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국가 제약산업뿐만 아니라 LG생명과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수익을 보고 판단해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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