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5월 23일 07시4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1일 눈길을 끄는 공시 하나가 떴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사실상 지주사격인 현대그린푸드의 대표이사가 변경됐다는 내용이었다. 정지선 회장과 함께 3인의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이루고 있던 장호진 대표가 임기만료에 따라 물러나며 정 회장·오흥용 사장의 2인 대표 체제로 바뀌었다는 게 골자다.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장 부사장은 지난 3월 28일 이미 이사회 의결을 거쳐 공식적으로 물러난 터였다. 심지어 해당 인사는 지난 12월 정기 인사를 통해 결정된 사항이었다. 이후 장 부사장은 지난 1월부터 현대백화점의 관리본부장으로 옮겨 해당 업무를 수행해오고 있었다. 보직이 변경 된지 반년이 지나서야 공시된 셈이다.
대표이사 변경공시는 일종의 '신고사항'이다. 규정에 따라 일정 기간 내에 공시하지 않는다고 해도 특별히 벌점이 부과되거나 제재받는 '공시의무사항'과는 다르다. 신고사항은 상장사의 관리목적상 투자자들에게 알려야 하는 정보로, 해당 이벤트가 '발생한 시점'에 거래소에 신고해야 한다.
'늑장 공시' 하나가 유독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최근 그룹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앞서 인사측면에서 굵직한 변화를 한차례 겪었다. 그룹의 '2인자'로 꼽혔던 경청호 부회장과 하병호 사장이 상근 고문직으로 물러나며 정지선 회장의 친정체제 구축에 가속도가 붙었다. 실제로 그룹은 기존 유통 채널을 적극 확대하고 신사업도 잇따라 타진하고 있어 과거와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룹을 바라보는 시각이 한껏 고무된 시점에서 지주사격인 회사의 수장이 핵심부서인 백화점의 관리본부장으로 떠났다는 사실은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인사는 사업의 방향성은 물론 오너의 의중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공교롭게도 현대그린푸드의 최대주주는 정 회장의 동생 정교선 부회장이다. 이에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는 두 형제의 계열분리 밑그림을 그릴 중요한 계열사로 꼽혀왔다. 그룹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대표이사 변경은 그저 한낱 정보에 그치지 않는다.
보도자료를 통해 배포된 내용이라는 설명은 충분치 않다. 투자자들에게 가장 객관적인 정보를 전하는 창인 공시는 단순 보도자료와 그 경중이 다르다.
중립적인 창구를 통해 정확한 정보를 적시에 전하는 것이 기업의 신뢰를 쌓는 지름길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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