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빅딜의 진정한 승자는 '대우증권' [삼성에버랜드 IPO]SDS 탈락이 '전화위복'...에버랜드 단독 대표주관 획득
한형주 기자공개 2014-06-23 06:50:00
이 기사는 2014년 06월 18일 1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증권이 삼성그룹 계열 랜드마크 딜인 삼성에버랜드 기업공개(IPO)의 대표주관사로 선정되며 화려한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그것도 조단위의 딜의 대표주관사를 '단독'으로 맡게 됐다는 점에서 환호성을 올리고 있다. 삼성SDS IPO 주관사 선정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셨지만 한달만에 지긋지긋한 '중국고섬' 꼬리표를 떼내며 대표주관사 타이틀을 따내는 저력을 발휘했다.이런 대우증권이 삼성에버랜드를 계기로 짜릿한 역전극을 쓸 수 있었던 데는 탁월한 딜 수임 전략과 맨파워, 우수한 트랙레코드(주관 실적) 등 역량 면에서의 비교우위가 크게 작용했다는 평이다. 이와 함께 삼성그룹과 IB 하우스 간의 역학 관계도 대우증권이 단독으로 대표주관을 맡게된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에버랜드는 전날 선정한 우선협상대상자 4곳을 대상으로 주관사 계약을 체결했다. 대우증권이 대표주관을, 우리투자증권과 JP모간,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공동주관을 담당한다.
사실 최종 주관사를 선정, 통보하기 전까지 삼성에버랜드는 대우증권과 함께 JP모간을 공동 대표주관사로 내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JP모간이 함께 상장을 추진 중인 삼성SDS IPO 주관사단에 속해 있는 게 문제로 떠올랐다. 자사의 상장 준비에 집중해 줄 후보가 필요했던 삼성에버랜드는 JP모간이 삼성SDS 딜에서 빠지는 것을 전제로 대표주관사 맨데이트를 준다는 조건을 제시했다는 후문이다.
고민하던 JP모간은 결국 대표주관사를 포기, 눈높이를 낮춰 에버랜드와 SDS 딜을 모두 공동주관하는 것으로 만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증권사 입장에선 굳이 대표주관사 자리에 연연할 것 없이 굵직한 2개 딜을 수행해 트랙레코드를 쌓는 동시에 수수료 수익을 챙기는 게 낫다는 셈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에버랜드의 당초 계획은 국내외 한 곳씩 총 두 곳의 대표주관사를 두는 것이었지만 JP모간이 고사한 이상 제3자를 내세우기가 쉽지 않았다. 공동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에게 대표주관을 맡기자니 JP모간이 눈에 밟혔다.
JP모간은 지난 2011년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지분 17%를 성공적으로 매각해 그룹의 신뢰를 얻었다. 당시 80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지분 처리가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현금 부자인 KCC를 백기사로 영입, 삼성의 고민을 한 번에 털어냈다.
이 때문에 삼성에버랜드 IPO 딜에 가장 적합한 주관사 후보로 JP모간을 지목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따라서 삼성에버랜드가 JP모간 외 다른 외국계에게 더 높은 지위를 부여할 명분이 서질 않았을 것이란 해석이다.
대우증권 입장에선 삼성SDS 건으로 눈물을 삼켰지만, 결과적으로 삼성SDS 덕에 전화위복의 기회를 얻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SDS 거래에서 대우증권이 공동주관사라도 선정됐다면 삼성에버랜드에서는 별다른 기회가 없었을 것이란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물론 공동이든 단독이든 대우증권이 '실력'으로 대표주관사 경쟁에서 승리했다는 데 이견의 여지는 없다. 대우증권은 기존 IB 경쟁력에 리서치 역량까지 총 동원, 발행사가 영위하는 산업을 철저히 분석하는 데 초점을 뒀다.
삼성SDS 주관사 선정 때도 경쟁자들이 SDS를 단순 물류업체로 분류할 때 대우는 '물류 IT 서비스 기업'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흔히 유사기업으로 거론되는 글로비스나 CJ대한통운 같은 회사들도 피어그룹(비교대상 기업)에서 일절 배제했다.
삼성그룹 특성상 공모가 끌어 올리기식 구조로는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고 판단, 삼성SDS의 독특한 사업 구조에 맞는 피어를 제시하고 합당한 로직을 제시하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실제 제안서 및 PT(프레젠테이션) 평가에선 누구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증권은 삼성에버랜드 거래에서도 삼성SDS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전략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에버랜드의 주요 사업인 패션·건설·급식·리조트 부문의 현황과 특성, 발전 방안 등 실질적인 주관 업무에 필요한 베이스를 갖추는 데 주력, 심사단 눈에 들었다는 평가다.
이번 딜 수임으로 대우증권은 단독 대표주관사로서 전체 주관사 가운데 가장 많은 인수 물량을 차지할 수 있게 됐다. 삼성에버랜드 IPO의 경우 공모 규모도 삼성SDS보다 클 것으로 전망돼 대표주관 수수료까지 합치면 수익성 측면에서도 매우 실속있는 딜이다. 삼성SDS IPO를 한국투자증권과 골드만삭스가 공동으로 대표주관하는 것과 비교된다.
딜이 담고 있는 상징적인 의미 차원에서도 삼성에버랜드 쪽의 무게감이 더하다는 분석이다. 삼성SDS 상장이 그룹 재편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면, 삼성에버랜드는 그 자체로 삼성 지배구조 변화의 핵심 키를 쥔 딜이다. 이 때문에 두 건의 삼성 계열 거래에서 최후의 승자는 대우증권이라는 관전평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S 주관사단 내에선 '배를 잘못 탄 것 아니냐'는 웃지 못할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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