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기술 노리는 SKT, 협상 장기화 이유는 올초부터 美소마로직 인수 나서..기술 가격산정·기존 투자자 동의 등 변수
박창현 기자/ 권일운 기자공개 2014-07-18 09:38:00
이 기사는 2014년 07월 16일 08: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텔레콤이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해 추진 중인 미국 소마로직(Somalogic) M&A는 가격이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소마로직이 자산은 없고 기술력만 갖춘 벤처기업 성격이 강한 탓에 가격 산정을 두고 매각자와 인수자 간 인식 차이가 클 수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올 초부터 인수 실무 절차에 돌입했지만 수 개월 간 투자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SK텔레콤은 올해 초 글로벌 자문기관과 함께 소마로직 실사를 진행한 후 인수를 포함한 다양한 협력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소마로직은 1300여 종의 단백질을 검출할 수 있는 압타머(Aptamer) 원천기술을 보유한 바이오 전문 업체다. 압타머는 질병 진단과 관련해 활용도가 높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소와 기업에서 이를 활용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소마로직의 경우 압타머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상업성을 갖춰 수익 사업을 펼치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자산이 아닌 미래 성장성과 기술에 대한 가격 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이 같은 벤처 기술 회사 M&A 특성 탓에 SK텔레콤과 소마로직 매매 협상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SK텔레콤은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소마로직 인수 절차를 개시했지만 수 개월이 지난 지금도 거래가 완료되지 못한 상태다.
기술 기업 M&A 과정에서 기업 가치(밸류에이션)에 대한 시각 차 때문에 원매자와 매각자 간 줄다리기가 벌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원매자 측은 해당 기업이 보유한 기술에 대한 불확실성을 면밀히 따져 가며 할인 요인을 찾을 수밖에 없다. 반면 매각 측은 긍정적 전망을 토대로 후한 가격을 받길 원한다. 기술 기업의 특성상 유형자산의 비중이 낮다는 점도 밸류에이션 산정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원매자 측은 해당 기업이 보유한 기술의 상용화가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얼마나 빠른 시점에 될지가 관심사다. 완성 단계의 기술조차도 돌발 변수로 인해 상용화가 무산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또 상용화 과정이 지지부진해 지면 해당 기업을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 또한 원매자가 부담해야 한다. 상용화에 성공하더라도 해당 기술이 어느 정도의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실제 판매 가능한 수준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보이더라도 업계 표준과 동떨어져 있다면 할인 요인이 된다.
또 소마로직은 현재 일본 제약사 오츠카(Otsuka Pharmaceutical Co., Ltd.)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오츠카의 연구개발(R&D) 분야의 임원인 야부치 유이치씨가 소마로직의 이사회에 참여해 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2008년 공동 연구 협약 체결을 앞두고 오츠카의 지분투자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성사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오츠카와의 공동 연구 결과물인 소마스캔(SOMAscan)이 조만간 출시되면 올해 2000만 달러(약 200억 원)가량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관련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오츠카와의 전략적 제휴 관계가 SK텔레콤의 M&A 전략에 돌발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오랜 기간 소마로직에 공을 들인 오츠카 입장에서는 SK텔레콤과의 지분거래 협상에서 기득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이유다. 소마로직의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아시아에서의 판권을 오츠카가 갖는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바이오 분야 투자 경험이 있는 벤처투자 심사역은 "비상장 바이오 기업의 가치 평가는 해당 기업이 보유한 기술을 직접 서비스로 가공하거나,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 얼마나 팔릴 수 있을지를 추정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며 "기술 자체의 기능이나, 성능, 효과가 입증 되더라도 임상시험이나 규제 기관으로부터의 라이선스 획득 과정에서 큰 비용이 들거나 개발이 중단하는 경우가 많아 단순히 현재 시점에서 미래가치를 추정하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이 심사역은 "전략적 투자자(SI)가 지분을 투자한 기업이라면 어느 정도 기술력이나 상용화 가능성이 검증됐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 점이 오히려 인수 가격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면서 "인수 대상 기업에 얽힌 이해관계자가 다양할수록 협상은 지지부진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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