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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사별 확연한 온도차, 등급 스플릿 속출 [정기 신용평가 리뷰] ③한기평, 보수화 vs NICE, 신중모드 vs 한신평, 비우량사 저승사자

황철 기자공개 2014-07-22 10:12:00

이 기사는 2014년 07월 18일 08: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정기 신용평가에서도 발행사에 가장 두려운 존재로 각인되기에 충분했다. 평가 3사 중 가장 빠르게 가장 많은 기업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렸다. 크레딧 리스크가 부각한 기업에 대해서는 타 평가사보다 하향 조정폭을 한두 단계 더 낮춰 잡았다.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등급 불일치(Split)가 발생한 것도 한국기업평가의 보수적인 평정 때문이었다. 무려 스무 건이 넘는 스플릿 사례 중 절반 이상이 한기평의 엄격한 잣대에서 비롯했다.

반면 NICE신용평가는 이번에도 우량 기업의 등급 상향 조정은 한발 빠르게, 하향 조정에는 지극히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전반적인 평정 결과 도출도 타사에 비해 느렸다.

한국신용평가는 현대그룹 계열을 가장 먼저 투기등급으로 강등하는 등 비우량 기업에 더욱 냉정해진 모습을 보였다. A+ 이상 우량 기업에 대해서는 NICE신용평가와 비슷하게 온건한 태도를 취했다.

◇ 등급 불일치 23곳, 지난해 4.6배

신용등급 불일치가 발생한 기업을 보면 평가사별 평정 태도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투자적격등급 중 올해 정기 신용평가에서 스플릿이 발생한 기업은 모두 23곳에 달한다. 지난해 5건의 4.6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이것만 봐도 올해 신용평가업계가 얼마나 다이나믹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지를 알 수 있다.

이중 한국기업평가가 홀로 신용등급을 조정하거나 타사보다 더 강도 높은 평정에 나서 불일치가 발생한 경우가 전체 절반 이상인 12건에 달한다. 신용등급 상향 조정에 의한 것은 NH개발과 코오롱인더스트리 단 두 건이다. 나머지는 과거보다 한층 보수적으로 변한 평정 태도로 인한 스플릿이었다.

등급불일치 2

가장 파격적인 조치는 포스코다. 한기평은 지난달 11일 포스코를 국내 최우량 신용등급인 AAA에서 끌어내렸다. 회사채 역사상으로도 외환위기(IMF) 이후 처음 있는 일대 사건이었다. 신용평가사 입장에서 포스코와 같은 빅 이슈어(Big Issuer) 집단의 모기업 신용등급을 건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현실적으로 보면 돈줄이자, 국가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부담스러운 결정이기 때문이다.

NICE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가 포스코의 신용등급 전망만 '부정적'으로 바꿔 하향 조정을 유예한 여러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결과적으로 두 신평사의 잇따른 AAA 유지 방침으로 포스코는 회사채시장에서 통용되는 유효등급을 지킬 수 있었다.

한기평은 우리금융지주에서 대신증권으로 대주주가 바뀐 대신F&I도 AA급에서 A급 기업으로 바꿔 버렸다. KT ENS 법정관리 사태 후 신용평가업계 화두가 된 '대주주의 지원 가능성'에 의문 부호를 단 것. 하지만 이번에도 NICE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뒤늦게 AA-를 유지하고 '부정적' 전망 정도에서 절충선을 찾았다. 그 결과 대신F&I는 유효등급을 회복할 수 있었다.

한국기업평가는 두산인프라코어, KCC건설은 물론 KT스카이라이프, 현대증권 등 AA급 기업의 신용등급도 나홀로 떨어뜨렸다. 동부·현대그룹 계열사와 한진해운 등 고위험 기업에 대해서는 타 평가사보다 한두 단계 더 낮은 등급을 부여해 스플릿 발생의 원인을 제공했다.

◇ 우량기업은 더 높게, 비우량사는 더 낮게?

이에 반해 NICE신용평가에 의한 등급 불일치는 대부분 우량기업 대한 발빠른 등급 상향 때문이었다. 대웅제약과 한국항공우주산업을 홀로 AA급 반열에 올려 놓았고 메리츠금융지주, 메리츠캐피탈의 신용등급도 AA-에서 AA로 한 단계 격상했다.

하지만 한신평이 신용등급을 기존대로 유지해 대웅제약과 한국항공우주산업은 A+, 메리츠금융지주와 메리츠캐피탈은 AA-로 유효등급의 변화가 없었다. 한기평은 이들의 신용등급을 의뢰받지 못했다.

NICE신용평가는 신용등급 하향에 있어서는 경쟁 평가사에 대부분 후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투자적격 기업의 신용등급 하향 건수(정기, 본, 수시를 정성적으로 집계)도 17건으로 한기평 27건, 한신평 22건에 미치지 못했다.

등급 불일치 기업 중에서는 롯데건설에 대한 평가가 한기평에 비해 한달 가량 늦었다. 현대그룹 계열과 한진해운에 대해서도 한기평, 한신평의 평정 후 한 달이 넘어서야 추종하는 결과를 내놓았다.

한국신용평가는 비우량 기업의 저승사자라는 말이 나왔다. 한기평이 현대상선의 신용등급을 BBB-로 떨어뜨린 지 하루 뒤인 3월14일 수시평가를 통해 현대그룹 계열을 투기등급으로까지 내몰았다. 이 때문에 NICE신용평가의 BBB급 평정에도 현대상선, 현대로지스틱스, 현대엘리베이터의 유효신용등급은 BB+로 투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우량 대기업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NICE신용평가와 같은 날 롯데푸드(AA), 오리온(AA), 네이버(AA) 등 우량 기업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상향 조정했다. 한화에너지(AA-)의 AA급 격상은 한기평보다 하루 빠르게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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