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포스코, 철강 신화 회복할까 [1등 기업의 위기]②국내외 지위 흔들…자구안보다 사업경쟁력 회복 관건
황철 기자공개 2014-08-22 09:36:20
[편집자주]
1등 기업이 위기에 빠졌다.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주요 산업의 대표기업이 수익성 저하와 재무구조 악화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사별로 강도 높은 자구안을 실행하고 있지만 효과는 여전히 미지수다. 국내 1위 기업이 봉착한 위기의 실상과 자구안의 실효성을 살펴보고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본다.
이 기사는 2014년 08월 07일 15시3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계적인 철강사 포스코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실질적인 무차입 상태를 지속했던 극강의 재무역량은 최근 몇 년간 빠르게 쇄락하고 있다.국내 과점적 시장 지위와 세계 수위권의 경쟁력으로 범접하기 힘든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을 유지하던 시절도 끝나가고 있다. 포스코 역사상 상상할 수도 없었던 잉여현금흐름(연결 기준)의 적자는 2010년 이후 계속돼 이제 만성화 단계에 이르고 있다.
국내외 시장의 전방위적 경고 하에 자산매각 등을 통해 재무레버리지 축소에 나섰지만 순차입금의 급증 추세를 멈추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등급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BBB급으로 추락하고, 국내에서도 AAA급 지위를 반납하게 된 결정적 원인이다.
포스코는 최근 비핵심 사업매각과 자산유동화 등을 통해 더욱 강도 높은 자구안을 실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내외 철강 산업의 비우호적 환경 변화가 재무개선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사업적 측면에서 본원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당분간 시장의 우려를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 국내외 수요 위축, 사업안정성·재무건정성 '흔들'
포스코의 발전은 한국 경제 성장과 맥을 함께 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의 보호 아래 철강 신화로 불릴 정도로 단기간 내 세계적인 철강회사로 급성장했다. 설립 이래 40년 이상 불황을 모르는 국내 대표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포스코의 철강 제품은 주력 수출 품목의 하나이자 건설·자동차·조선·가전 등 국내 주요 산업의 발전을 이끄는 동력이었다.
특히 국내에서의 독점적 시장 지위는 강철 같은 사업안정성과 재무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2000년대 중반까지 중국 시장의 급성장에 기반해 최고의 호황기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전세계적 경기 침체는 철강 수요의 급감을 불러왔고 믿었던 중국 시장도 위축했다. 내수 부문에서도 건설·조선·자동차 등 수요산업의 부진이 이어져 마이너스 성장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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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포스코는 국내 철강 시장의 절반 이상을 과점하고 있는 1위 기업으로서 현대제철, 동부제철 등의 강력한 도전을 받아야 했다. 경쟁사들이 사실상 국내 유일의 일관제철소였던 포스코가 독점하고 있던 조강과 열연강판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대제철은 2010년 일관제철소로 전환해 포스코가 독점하던 국내 전로제강 부문을 초과공급 상태의 복점 체제로 만들었다. 현대차그룹의 막대한 지원 아래 포스코의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고 있다. 동부제철의 공격적 투자도 포스코의 점유율과 가격 교섭력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중국의 저가 철강재 수출 확대와 엔저로 인한 일본 철강재 가격경쟁력 상승이 맞물려 포스코의 사업안정성은 더욱 위태로워졌다.
글로벌 수요 저하와 국내외 경쟁 강도까지 강화되면서 포스코의 수익성은 나날이 나빠졌다. 경기 불황에 가격 교섭력까지 떨어져 매출에 비해 창출하는 영업현금이 줄었다. 그동안 포스코의 별도 기준 EBIT/매출액은 꾸준히 20% 안팎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경쟁사의 상공정 투자가 본격화하고 상용화가 시작된 2009년 이후 10~15% 수준으로 하락했다.
정준양 회장 체제 하의 포스코는 수익성 개선의 해법을 대규모 설비투자와 국내외에서의 M&A로 풀려했다. 원재료 관련 지분투자와 구매 협상력 강화, 해외 생산·판매 네트워크 확보, 인도 등 일관제철투자, 국내외 공장 증설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2009년 이후 2015년까지 기집행하거나 예정된 투자비용만 13조 원에 이상에 달한다. 연평균 2조 원에 육박하는 규모.
이 같은 노력은 장기적으로 보면 포스코의 경쟁력과 성장성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업성이 떨어져 있다. 오히려 재무부담 확대의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관련 자회사의 대규모 투자에 따른 영업수익성 제고 효과는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해외 철강 자회사의 합산 기준 순손익이 마이너스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여실히 드러낸다.
물론 업종 내 최고의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내외적으로 위기감이 팽배해질 수밖에 상태다. 포스코가 권오준 회장 취임 후 확장 경영을 접고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을 통한 한 차원 높은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내놓은 이유다.
◇ 대규모 투자, 수익성 개선 앞서 재무부담 확대로
포스코는 최근 광양 LNG 터미널 지분 최대 49%, 슬래그 분말화 계열사 포스화인, 해외 조림 사업을 담당하는 포스코-우루과이를 매각하기로 했다. 포스코엠텍 도시광산 사업도 매물로 내놓았다. 이를 통해 내년 말까지 2조 원 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포스코는 본사를 제외한 전 계열사가 구조조정 대상이라며 재무개선 작업의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글로벌 수요위축과 국내 전로제강(상공정) 시장에서의 독점적 시장 지위 약화, 해외 자회사의 투자지속에 따른 재무부담 확대 등을 상쇄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향후 국내외 철강 시황 개선과 해외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투자금 회수가 본격화할 때까지는 의미 있는 수준의 재무구조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결국 사업경쟁력 강화를 통한 현금창출력 회복이 이뤄져야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
증권업계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포스코의 경우 전세계적 철강사들과 비교해도 아직은 양호한 사업경쟁력과 재무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재무안정성이 초우량 신용등급에 걸맞는 수준을 갖췄다고 보기 어려운 상태까지 추세적으로 악화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국내외 철강업계 상황을 볼 때 과거와 같은 안정성을 회복하기 쉽지 않아 현재 밝힌 것보다 더 강도높은 재무개선 작업과 보수적 경영기조로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라며 "그동안의 대규모 투자에 대한 성과를 언제쯤 거둬들일 수 있느냐도 신인도 회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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