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10월 07일 08시1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여천NCC는 좋은 직장이다. 지난해 평균연봉이 9387만 원, 평균 근속연수는 19년이다. 기업 연봉순위 조사 때마다 매년 10위 안에 들어간다. 석유화학기업 여천NCC가 일반인에게 생소하지만 취업준비생에겐 '꿈의 직장'으로 꼽히는 이유다. 최근 여천NCC가 채용공고를 내면서, 취업사이트도 들썩이고 있다.여천NCC는 단순한 사업구조를 갖췄다. 대림산업과 한화케미칼의 50대 50 합작사로 지난 1999년 출범한 이후, 에틸렌 관련 제품만 생산하고 있다. 에틸렌은 '유화업계의 쌀'로 불리는 기초제품이라 여천NCC는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냈다. 꾸준한 실적을 내면서 근무 여건이 개선됐고, 주주를 위한 고배당 정책도 이어갔다. 직원도 주주도 모두 행복했다.
행복한 시절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석유화학산업 여건이 급변하고 있어서다. 최대 시장인 중국이 설비 증설에 나서면서, 에틸렌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여천NCC의 수익성도 2010년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셰일가스도 여천NCC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천NCC는 원유정제 때 나오는 '나프타'를 기반으로 에틸렌을 생산한다. 나프타 기반의 에틸렌 생산가격은 톤당 1000달러를 웃돈다. 반면 셰일가스 기반의 에틸렌 생산가격은 600달러로 나프타 대비 절반가량 저렴하다. 미국을 중심으로 셰일가스 기반 에틸렌 설비가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어, 여천NCC의 향후 입지가 크게 줄어들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국내 유화업계는 셰일가스 변수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미국에 셰일가스 관련 설비투자에 착수했고, LG화학과 SK종합화학은 각각 카자흐스탄, 중국에 에틸렌 설비 확보에 나섰다. 전기차배터리·ESS(에너지저장장치)·태양광으로 사업다각화도 추진하고 있다.
여천NCC는 앞선 기업과 대조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해외사업은 전무하고 에틸렌 단일사업에만 치중하고 있다. 에틸렌 생산능력마저도 경쟁업체에 밀렸다. 2012년까지 에틸렌 생산능력(191만 톤)이 1위였지만, 이후 LG화학(200만 톤)과 롯데케미칼(211만 톤)에 이어 3위로 처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여천NCC에 대해 "지금은 좋은 직장이지만 내 자녀세대에겐 추천하고 싶지 않은 직장"이라고 말했다.
여천NCC의 어두운 미래는 주주 탓이란 평가도 있다. 대주주인 대림산업과 한화케미칼이 여천NCC의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신사업을 추진해 배당재원이 훼손되는 것을 대주주가 꺼린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좋은 직장이 나쁜 직장이 된 사례는 숱하다. 여천NCC가 그런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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