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브릭스펀드 장기투자, '메리트' 없다 펀드 오래될수록 보수 비용 ↑..해외펀드 손실상계 내년 폐지
박상희 기자공개 2014-10-31 08:38:52
이 기사는 2014년 10월 23일 13: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사원 A씨는 지난 2008년 여유자금 700만 원을 들고 국내 증권사 한 곳을 찾았다. 국내 및 해외펀드로 나눠 분산투자 해야 한다는 판매 직원의 권유로 각각 300만, 400만 원을 '미래에셋디스커버리증권투자신탁4호(주식)'과 '미래에셋BRICs업종대표증권자투자신탁1호(주식)'에 넣었다.A씨는 최근 투자금을 전부 환매했다. 미래에셋디스커버리펀드는 조금 이익이 났고, 미래에셋BRICs업종대표펀드는 20%가 넘는 손실(-21.3%)을 냈다. 400만 원을 투자했던 A씨가 환매 후 손에 쥔 돈은 310만 원 수준. 원금 회복도 못했지만 내년부터 손실이 난 해외펀드에 주는 세제 혜택도 사라진다는 얘기를 듣고 눈물의 손절매를 선택했다.
A씨는 7년간 장기 투자 했지만 원금 보존은커녕 손실만 잔뜩 안은 수익률도 실망스럽지만 운용사와 판매사가 형편 없는 성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보수를 챙겨간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 운용사 배만 불리는 장기투자..펀드 오래될수록 비용만 증가
2000년 대 중반은 차이나펀드와 브릭스펀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때다. 적립식펀드 가입자가 다수였지만 수 억원, 수 십억 원 단위로 거치식 투자에 나선 자산가들도 많다. 고점에 투자했던 거치식 투자자들은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대부분의 펀드 투자자는 투자금에서 얼마만큼의 수익이 났는지, 혹은 손실이 났는지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투자금에서 얼마가 보수 명목으로 빠져가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둔감하다. 보수율은 매일매일 순자산에 대하여 해당 비율만큼 연 % 단위로 차감되는데, 차감된 금액이 얼마인지는 투자자들이 알 수가 없다.
2007년 당시 1억 원을 거치식으로 차이나펀드나 브릭스펀드에 투자했다면 운용보수와 판매보수 등으로 매년 200만 원을 지불하는 셈이다. 최근까지 장기투자했다면 보수 명목으로 지불한 금액이 1000만 원을 훌쩍 넘어선다.
2000년 대 중반에 설정된 펀드의 운용보수는 1% 이상으로 높게 책정된 펀드가 많고 운용보수보다 조금 낮은 수준의 판매보수 등을 합친 총 보수는 대략 2% 수준이다.
당시 브릭스펀드 판매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증권사 관계자는 "오래 묻어두면 언젠가 원금 회복은 하겠지라는 심정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견디고 있는 고액 투자가들이 상당수 있다"며 "투자금액이 클수록, 그리고 펀드 투자기간이 길어질수록 판매보수, 운용보수 등의 명목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커지는 만큼 손절매가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원금을 회복하겠다고 마냥 기다리다가 오히려 운용사나 판매사에 보수 명목으로 배만 불려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펀드 규모가 수 천억 원 대에 이르는 대형 해외펀드의 경우 설정 당시에 책정된 높은 운용보수와 판매보수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 해외펀드 손실상계 제도 내년 폐지..손절매가 나을수도
차이나펀드 및 브릭스펀드 투자자들이 원금 손실 상태에서도 장기투자 할 수 있었던 배경 중의 하나는 해외펀드 손실상계 제도다. 펀드 수익률이 반토막이 나자 정부가 2007년 6월1일부터 2009년 말까지 해외 주식에 투자했다 손실이 난 펀드에 대해서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혜택을 준 것이다.
해외펀드는 환매를 하거나 결산을 할 때 수익에 대해 소득세(15.4%)를 부과 받는다. 하지만 해외펀드 수익률이 최악이던 시점에 발생한 손실에 대해서는 이후(2010년부터 2014년말)에 발생한 이익과 상계 처리해 순수익이 났을 경우에만 소득세를 내도록 했다.
올해까지는 수익이 났더라도 원금을 회복하지 못하면 사실상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이 규정이 사라지기 때문에 펀드에서 이익이 발생하면 원금을 회복하지 못했더라도 소득세를 내야 한다.
한 증권사 PB는 "손실을 보고 있는 해외펀드에 가입돼 있는 투자자들은 올해를 기점으로 환매를 할 지, 내년 이후까지 수익률 회복을 기다릴 지 결정을 해야 한다"며 "원금 회복 이상의 고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세금을 내는 것보다 손절매 후 다른 펀드로 갈아타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한BNPP봉쥬르차이나증권투자신탁[주식] 등 수 천억 원 규모의 대형 해외펀드는 꾸준히 순유출을 기록하고 있다. 환매가 계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대형 해외펀드 라인업을 갖춘 운용사들은 대량 환매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00년 대 중반 덩치를 크게 키운 대형 해외펀드에서 대량 환매가 이뤄지고 신규 펀드로 갈아타는 투자자가 늘어나면 높은 보수를 챙기던 펀드가 사실상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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