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사별, 색깔 찾기 vs 시장 혼선 '팽팽' [신용등급 스플릿 점검]①등급 불일치 21개 기업, 역대 최대…평정 일관성 확보가 관건
이 기사는 2014년 10월 30일 16: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국내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어느 때보다 뚜렷한 변화의 기운이 감돌았다. 연초부터 유동성 리스크가 불거진 대기업 그룹 계열에 대한 대대적인 재평가 작업이 이뤄졌다. 신용등급 조정 기업도 많았고 파격적인 등급 평정도 이어졌다.신용평가사별 등급 차별화가 이뤄지기 시작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투자적격등급 기업 중 역대 최대인 21곳에서 평가사별 신용등급 불일치(스플릿 Split)가 나타났다. 등급 스플릿은 글로벌 신용평가 시장에서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통상 대여섯 개 기업에서만 나타나던 말 그대로 '특별한' 일이었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국내 신용평가사가 조금씩 자신의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긍정적인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신평사별 평가방법론이나 전체적인 등급 체계상 큰 차이가 없는 현실에서 또 하나의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이 때문에 산업별, 등급별 평정의 일관성을 확보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정 자체에 대한 신뢰가 구축되지 않은 이상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 한기평, 등급 하향 주도..한신평·NICE, 우량 대기업 우호적
현재 BBB급 이상 투자적격등급 기업 중 신용평가사별 등급 불일치가 나타난 곳은 총 21군데다. A급 이상 우량 기업에서만 19곳(신용등급 높은 곳 기준)에 스플릿이 발생했고, AA급 이상도 10군데가 포함됐다.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국내 대표기업이 포함될 정도로 파격적인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 신용등급 상향보다는 하향에 의한 스플릿 발생이었다. 올해 신용평가사의 평정 보수화가 뚜렷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국내 평가사 중 가장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온 한국기업평가가 이번에도 등급 불일치 발생의 중심에 섰다.
한국기업평가는 21개 기업 중 18개 기업의 평가에 나섰다. 이중 11개 기업의 신용등급을 강등해 스플릿을 유발했다. 나홀로 신용등급 하향에 나선 곳도 10군데다.
한기평은 AAA 기업인 포스코를 AA급으로 끌어내렸고 현대중공업, 현대증권, 메리츠캐피탈 등도 AA급 지위를 흔들리게 했다. 대신F&I, KT스카이라이프, 대우조선해양은 A급으로 전락시켰다. 두산인프라코어, KCC건설, 한진해운 등 고위험 그룹이나 업종 기업에 대해서도 타사보다 빠르고 보수적인 의사결정을 내렸다.
반면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신용등급 하향보다는 '부정적' 아웃룩을 활용하는 등 신중한 평정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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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E신용평가는 가장 기업 친화적이라는 이미지를 굳힐 만했다. 등급 불일치 기업 21곳 중 가장 많은 19군데의 평정을 의뢰받아 대부분 신용등급 유지를 결정했다. 하향에 나선 곳은 세 군데에 불과했다. 대웅제약의 경우 유일하게 AA급 기업으로 상향해 스플릿이 발생했다. AA급 우량 기업 중에서는 한국신용평가에 후행해 대림산업 등급을 낮춘 것이 전부였다. 반면 A급 기업 웅진씽크빅은 BBB급으로 전락시켰다.
한국신용평가의 경우 상대적으로 계열집단의 규모가 크지 않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하향을 주도했다. 한신평은 과거부터 비우량 중견기업의 저승사자로 불려 왔다. 한국신용평가는 스플릿 기업 중 18개 기업의 평정에 나서 5개 기업의 등급을 하향했다. 이중 AA급 기업은 우량사 중 두 계열집단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대림산업 뿐이다. NH개발, 한신공영 등도 사세가 작다.
그만큼 하향 조치로 인해 그룹 차원의 평정의뢰 취소 등 평가사가 받을 타격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대규모 적자를 시현했던 KCC건설의 등급 유지와 대림산업의 선제적 하향은 시장에 뒷말을 무성케 했다. 등급 하향 후 대림산업의 손실 발표로 적정성 논란은 상당부분 희석됐지만, 평정 일관성에 대한 시장의 비판도 만만찮았다.
◇ 근본적인 차별화 없인 중단기적 평가 적정성 논란 '불가피'
크레딧 시장에서는 등급 스플릿 확대에 대해 긍정론과 부정론이 교차하고 있다. 신용평가사가 '붕어빵 식 등급 평정'을 벗어나 자신만의 색깔을 찾고 있다는 우호적 시각이 나온다.
하지만 한계론도 만만찮다. 평가사별로 볼 때 산업이나 계열에 대한 전체적인 평정 태도와 등급 체계에서 차이가 크지 않지 않기 때문이다. 대동소이한 평가방법론과 신용이슈에 대한 접근 방식으로는 스플릿 기업에 대한 평가 적정성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평가사의 자율적인 평정은 인정해야 하지만 평가방법론이나 등급 결정 체계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에서 스플릿의 증가는 시장에 혼란을 줄 가능성이 크다"라며 "회사채 시장에 유효신용등급이라는 개념이 엄연히 존재하고 가격 결정에도 영향을 크게 미치고 있어 스플릿이 발생할 때마다 혼선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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