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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롯데월드 '급할수록 돌아가라' [thebell note]

고설봉 기자공개 2014-12-31 09:59:00

이 기사는 2014년 12월 29일 09: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속담을 접할 때면 선조들의 지혜에 탄복할 때가 더러 있다. 자연의 이치에 빗댄 촌철살인의 단 몇 마디로 상황이 정리될 때면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속담이 있다. 최근 제2롯데월드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갖가지 사고들을 바라보며 또 한 번 무릎을 친다.

애써 생각해 내지 않아도 제2롯데월드에서 발생한 사고들을 단숨에 3건 정도는 떠올릴 수 있다. 인터넷과 SNS 상에 '제2롯데월드'를 검색하면 '사고' '사망사고' '또 사고' 등의 연관검색어가 함께 올라온다. 사고일지를 찾아내는 일은 불과 5분도 걸리지 않는다. 네티즌들의 SNS를 따라가다 보면 기자도 잘 몰랐던 제2롯데월드 관련 사건사고들이 시간 순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그러나 허무맹랑한 유언비어를 접하게 되면 그들의 글에 대한 신뢰도는 급격히 떨어진다. 일부 근거 없는 괴담 수준의 글들을 볼 때면 왜 이런 일들이 발생했는지 그 원인을 찾아 제2롯데월드 관련 사건사고일지를 다시 한번 찬찬히 살펴보게 된다.

롯데그룹은 그 동안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에서 각종 안전사고가 터질 때 마다 최대한 사고를 축소하기 바빴다. 사고의 책임을 '작업자 과실'이나 '통상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불가항력'으로 치부하며 덮기에 급급했다. 어떻게든 사고를 마무리하고, 빠른 시일 내에 초고층건립을 완수해야 한다는 듯 공사를 재촉할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 인터넷과 SNS 상에서는 혼란이 빚어졌다.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안전사고가 부풀려져 괴담으로 변질돼 퍼지고, 각종 루머가 난무했다. 제2롯데월드는 완공도 되기 전에 '부실공사로 곳곳에 금이 간 건물' '싱크홀 발생으로 무너져 내릴 건물'이 되고 말았다.

지난 17일 롯데그룹을 대표해 제2롯데월드의 시공사인 롯데건설과 시행사인 롯데물산, 롯데월드, 롯데시네마 대표가 모두 나와 나란히 고개를 숙였다. 그 간의 처사와는 사뭇 다른 진지함으로 제2롯데월드 홍보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각종 안전사고 발생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더 이상 물러서 곳 없는 롯데그룹의 마지막 작전 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반갑다.

그간 롯데건설은 제2롯데월드 공사를 진행함에 있어 마치 칼을 빼든 장수처럼 보였다. 앞뒤 없이 밀어부치는 동안 갖가지 부작용만 초래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의 부정적 이미지가 제2롯데월드에 덧씌워져 있다. 일각에서는 제2롯데월드 공사를 중단하고, 이쯤에서 매듭지어야 한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롯데그룹은 이번 임원인사에서 제2롯데월드에서 발생한 각종 안전사고와 관련, 롯데건설에 문책성 인사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제2롯데월드 완공을 위해 참고 기다리는 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김치현 대표이사와 재무책임자인 하석주 부사장, 제2롯데월드 현장 총괄 격인 건축사업본부장 석기철 전무가 그대로 자리를 지킨다.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제2롯데월드가 건설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하루빨리 결과물을 세상에 내보이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사건사고를 겪으며 제2롯데월드 완공이 다소 늦어질 거란 전망이 있다. 때문에 롯데건설이 공사를 더욱 재촉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연임된 롯데건설 경영진들이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을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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