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재벌 3세 스타일 [thebell note]

문병선 기자공개 2015-01-06 09:45:00

이 기사는 2015년 01월 02일 09: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래가 세계적으로 유행했을 때 이를 패러디한 '오빤, 재벌스타일'이라는 웹툰이 인기를 끈적이 있다. 웹툰에 등장하는 재벌 2세는 부모님 돈으로 편안한 삶을 살아간다. 호주에 가서 사업을 하고 최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며 골프로 여가를 즐긴다. 스타 셰프의 식사 서빙을 받고 명품 의류 브랜드 가게에서 돈을 펑펑 쓴 뒤 여자친구에게 작고 반짝이는 반지를 매우 쉽게 선물하는 등 여기서 등장하는 재벌 3세의 삶은 졸부 스타일과 그리 다르지 않은 부정적 모습으로 그려진다.

사실 '재벌스타일(Chaebol Style)'이라는 단어는 동아시아 경제발전 모델의 특수한 전형을 이야기할 때 쓰였던 용어였다.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세계경제기구들은 재벌을 중심으로 한 중앙집권적 개발계획을 성공시킨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원동력을 '재벌스타일'에서 찾았다. '재벌(Chaebol)'이 김치(Kimchi), 불고기(Bulgogi), 태권도(Taekwondo), 한글(Hangul) 등과 함께 영어 사전에 등재된 것도 재벌 시스템이 갖고 있는 긍정적 측면이 세계적으로 어느정도 인정을 받은 결과였다.

더러는 오너 1인에 의해 좌우되는 재벌 시스템을 비꼬아 표현할 때도 '재벌스타일'이라는 용어가 사용된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한국전력 부지 인수 과정을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해외 언론들은 폐쇄적 의사결정 체제에서 다수의 주주보다 오너 1인의 판단에 전적으로 의존했다며, 그 배경을 '재벌스타일'에서 찾기도 했다.

재벌 1~2세대가 갖고 있던,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된 '재벌스타일'이 요즘 들어 명품 옷을 입고 최고급 승용차를 타는 등 주로 소비적 개념의 스타일로 묘사되는 건 세대의 흐름으로 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창업주의 기업가 정신을 옆에서 보고 자란 2세대까지는 쉬지 않고 기업을 키우는데 열중한다. 창업 세대가 이뤄놓은 업적을 확장시키는데 성공하는 경우가 많아 세계적 인정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3세대들은 이미 건설된 왕국 속에서 편안하게 자라고 국외 유학을 통해 글로벌 경영감각을 키우며 젊은 나이에 초고속 승진을 한다. 외부와 소통이 없어 끼리끼리 뭉쳐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있고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았지만 부모님 잘 만나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는 의심을 받는게 다반사다.

여기에 양극화 성장이 지속되고 빈부의 격차가 벌어지는 등의 사회경제환경의 변화도 일반 대중들이 느끼는 상대적 기회의 박탈감을 키웠고 재벌3세를 과거의 1~2세들과 다르게 보게 하는 한 이유가 됐다.

요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으로 재벌3세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재벌3세가 조 전 부사장과 같지 않다는 데에 여러 재계 관계자들이 동의한다.

일반에 알려진 것과 달리 '한국의 재벌3세들'은 일반인보다 혹독한 강도의 교육을 받고 자란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밥상머리' 교육과 이어진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가정교육은 재계 잘 알려진, 재벌가의 보수적 교육관이다. 부하직원에게도 늘 겸손하며 임원들에게 항상 존댓말을 사용해 '겸손의 화신'으로 알려진 삼성그룹 3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야기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대학 시절 4년동안 조부에게서 받은 똑같은 가방을 가지고 다녔고 고등학교 시절엔 청바지 1~2벌만 번갈아 입고 다니는 등 일부 재벌3세들의 사치스런 외향과 전혀 다른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땅콩회항' 사건으로 대변되는 '재벌3세들의 그릇된 특권의식'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그렇지만 이는 재계 일부의 일일 뿐이다. 다수의 재벌3세는 지금도 꼼꼼한 경영수업을 받으며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간다. '땅콩회항' 사건의 파장이 이런 재벌3세들로까지 불똥이 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